삼성전자(005930)가 3·4분기 부진한 실적전망과 실망스러운 중간배당 규모 탓에 4% 가까이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3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 대비 3.73%(5만2,000원) 하락한 134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659억원, 개인은 409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지만 기관은 997억원을 내다 팔았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약 16%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급락에 코스피지수도 나흘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0.31%(6.49포인트) 하락한 2,076.12포인트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4,864억원을 사들이며 지난 15일 이후 1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지만 기관은 1,448억원, 개인은 3,185억원을 내다 팔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삼성전자 주가가 이날 급락한 것은 2·4분기에 이어 3·4분기에도 실적전망이 밝지 않다는 우려에 중간배당 규모에 대한 실망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애초부터 실적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며 "만약 삼성전자가 전향적으로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았다면 주가가 다른 흐름을 보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보통주와 종류주 한 주당 5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총 지급 배당금액은 754억원으로 지난해 순이익(지배구조기업 소유주 지분 기준)의 0.0025%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2011년 이후 4년 연속으로 5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앞서 2010년에는 주당 5,000원을 중간배당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기대치에 못 미친 중간배당과 관련해 "정보기술(IT) 산업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쉽지 않고 시간이 필요하다"며 "주주환원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의지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이 주주들에게도 장기적인 혜택을 줄 것으로 믿기 때문에 이 부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시간을 두고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고정우 B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실적발표에서 투자자들은 배당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며 "최근 배당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깜짝 놀랄 만한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 연구원은 이어 "이날 주가 하락은 중간배당 규모가 예년과 같은 수준이었던 것에 대한 실망감이 많이 반영됐고 삼성전자가 3·4분기에 IT&모바일(IM) 부문의 실적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것도 주가 하락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도훈 CIMB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정부가 배당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응답하지 않았다"며 "당장 중간배당이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의 배당정책에 대해 분명하게 이야기를 하지 않은 점이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고점을 찍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배당을 확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배당은 이익이 얼마나 발생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삼성전자의 이익이 이미 사상 최고치를 찍고 내려오는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에 배당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3·4분기 실적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배당을 올리지 않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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