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기록의 사나이'로 불린다. 1990년대 런던 주재원시절, 유 사장은 하루 국내 주식시장 전체 거래량의 5%를 혼자 매매하는 신기록을 세워 외국인 투자자들은 그를 '전설의 제임스(Legendary James)'라 불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7년 3월, 47세의 나이로 국내 대형증권사 '최연소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후 유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을 한국금융의 숙원인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시키고 있다. 증권업계 '최고의 글로벌 CEO'로 평가 받는 유 사장의 경력은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 역사와 궤적을 같이한다. 1990년대 국내 증권사들이 뉴욕ㆍ런던ㆍ홍콩 등 선진 금융시장에 해외점포를 내고 외국자본을 끌어오던 당시 유 사장은 7년 여간 런던에서 대우증권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을만한 영어이름을 고민하던 유 사장은 영국인의 우상이었던 제임스 본드의 이름을 차용한 '제임스 류'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알렸다. 물론 사무실 전화번호 마지막 부분이 '007'로 끝나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유 사장은 전세계 증권사의 한국주식 영업담당 세일즈맨 중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증권업계에서는 글로벌 무대에서 영업맨으로 성공가도를 달린 유 사장에 얽힌 일화가 다수 전해지고 있다. 그 중 한가지는 그가 어떻게 해외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런던에서 근무하던 7년간 딱 한 번 부활절 휴가를 이용해 한국에 올 기회가 있었다. 어렵사리 한국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는데 마침 스코틀랜드에 있던 한 펀드매니저가 휴가 때 런던에 오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유 사장은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펀드매니저를 집으로 초대했다. 극진한 대접을 받은 매니저는 스코틀랜드로 돌아가 유 사장에게 대량 주문으로 보답했다. 유 사장이 늘 "영업의 힘은 고객과의 신뢰관계에서 나온다"고 말하는 이유다. 90년대 유 사장이 외국 자본을 한국으로 끌어오는 '전설의 제임스'였다면 2000년대에는 국내자본에 성장기회가 높은 해외 투자처를 적시에 연결해 주는 '전설의 유상호'로 거듭나게 됐다. 한국과 성장기회가 높은 이머징국가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금융실크로드'는 유 사장이 취임 직후부터 그려온 한국증권의 미래다. 2000년대 중반 한국증권은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인도차이나 허브, 중국ㆍ홍콩을 중심으로 한 그레이트 차이나 허브, 싱가포르ㆍ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가 주축인 아세안 허브, 동유럽ㆍ러시아의 그레이트 러시아 허브 등 한국과 4개 금융허브를 잇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해외진출 방안을 마련했고 이미 금융실크로드는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07년 유 사장은 청와대에서 열린 '제2 금융허브 구축 회의'에 참석해 대통령에게 직접 한국증권의 금융실크로드 개척 사례를 발표했고 이후 한국증권의 사례는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진출전략 모델로 채택되기도 했다. 한국증권은 2010년 베트남 현지증권사 인수와 중국 자문사 설립을 통해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진출을 주도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축으로 도약하고 있는 이머징마켓에서 주식중개,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채권인수 등 부가가치 높은 IB업무를 통해 '글로벌 IB'로 도약한다는 비전이다. 국내외 금융시장을 두루 경험한 유 사장이 그리고 있는 한국형 IB 모델은 자기자본투자(PI)와 투자은행업무(IB), 자산관리(AM), 브로커리지(BK) 등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다. 한국증권이 IPO, 채권인수,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다방면에서 국내 IB업계를 선도하면서도 '아임유(I'M YOU)' 등 생애전반을 아우르는 입체적인 자산관리 모델로 성장의 또 다른 한 축을 마련하고 있는 이유다. He is ▦1960년 경북 안동 ▦1978년 고려대 사범대 부속고 ▦1985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88년 오하이오 주립대학원 MBA ▦1985년 한일은행 ▦1988년 대우증권 국제부 ▦1992년 대우증권 런던현지법인 부사장 ▦1999년 메리츠증권 상무이사(전략사업본부장 겸 기획재경본부장) ▦2002년 한국투자증권 부사장 ▦2007년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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