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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경기는 언제 회복되나

崔性範 산업부 차장 『경기가 언제나 좀 나아질까』 요즘 몇 사람이 모인 자리면 영락없이 등장하는 화두다. 현 상황에서 자신있게 정답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지만 답답한 심정속에서 던져보는 질문 아닌 질문인 듯하다. 한국경제가 언제부터 지독한 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를 점치기는 매우 어렵다. 올해말엔 경기가 바닥을 치고 내년부턴 상승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희망섞인 전망도 있고, 최소한 5년은 돼야 IMF극복이 가능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그러나 막연한 예측보다는 경기가 나빠진 원인과 그 원인이 얼마나 해소됐는지를 되돌아보는 게 보다 쉬운 예측방법이다. 순환적요인에 의해 경기가나빠진 게 아니라 한국경제는 구조적인 모순 때문에 제 풀에 넘어진 탓이다. 그렇다면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모순은 얼마나 치유됐을까. 각분야에서 요란스럽게 개혁이 진행되고 있지만 본질적으론 바뀐게 없다. 우선 재벌을 한번 보자. 재벌들은 본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몇몇 부실계열사가 퇴출됐고 빅딜이 진행되고 있다고는 하나 재벌들은 여전히 가벌들의 수중에 들어 있으며, 「대물림 경영」의 관행은 요지부동이다. IMF위기속에서 전문경영자(사실은 고용경영인)와 일반직원들의 입지만 불안해 졌을 뿐이다. 계열사를 몇개로 통합하고 어떤 사업을 포기했는 지 여부는 이 시점에서 그다지 중요치 않다. 발상이나 지배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한 재벌개혁은 결국「한차례의 소나기」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재벌은 그렇다고 치고 구조조정의 태풍권 안에 들어가 있는 금융부문도 별로 기대할 게 없다. 관치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는 커녕 정부의 입김이 더 세지고 있는 탓이다. 제일·서울은행에 대한 정부의 출자로 「최후의 보루는 정부」라는 「모럴해저드」가 허구가 아님이 입증됐고, 정부가 은행의 「생살부(生殺簿)」를 만드는 상황에서 앞으로 정부의 지시를 어길 수 있는 은행이 나올 수가 있을까. 어찌보면 금융권구조조정이 끝나더라도 은행의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길 기대하긴 어려운게 현실이다. 은행이 정부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라는 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길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렵다. 결국 정부주도의 개혁이란 아무리 의도가 순수하고 치밀한 수순을 밟아도,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다른 부문에서도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릴 뿐 합리성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우리사회는 IMF위기이후 많은 게 바뀌었지만 본질적으론 변한게 없다. 일과성 폭풍우로만 여기고 당분간 고개만 숙이면 된다는 게 사회 곳곳에 깔려있는 심리인 듯하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90년대 들어 일본이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본질적인 변화를 이뤄내지 못한 탓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모이면 다소나마 위안을 얻으려는 심정인지는 몰라도 경기회복의 시기를 점쳐본다. 『경기는 언제 살아날까』라는 질문은 『우리사회는 얼마나 바뀌었나』라는 질문으로 대체될 때야 말로 경기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 <<일*간*스*포*츠 연중 무/료/시/사/회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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