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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패션] 키즈 리턴
입력2001-06-07 00:00:00
수정
2001.06.07 00:00:00
[스크린 속 패션]키즈 리턴답답한 검정교복 남방등 받쳐입어 개성마음껏 표출
신지와 마사루. 고등학교 3학년생인 이 둘은 동네 골목에서 또래 아이들의 용돈을 빼앗거나 짓궂은 장난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일로 하루를 보낸다.
턱 바로 아래까지 채운 검정색 교복을 입고 다니는 친구나 교사들에게 이들은 사실 암적 존재나 마찬가지.
매일 붙어 다니던 이들은 학교를 졸업도 하지 못한 채 떠나면서 각각 권투선수와 야쿠자로 세상과 거칠게 온몸으로 부딪친다.
일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96년작 '키즈 리턴'은 한국의 여느 학교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문제아들의 도전과 좌절의 이야기. 올 상반기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한국영화 '친구'와 언뜻 비슷한 상황 설정이다.
그러나 영화 속 두 주인공은 제대로 꿈을 펼쳐 보지 못한 채 세상의 벽에 부딪쳐 다시 학교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타며 몇 년 전의 일상을 되풀이할 뿐이다.
지난 83년 교복 자율화 조치로 한국에서는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검정색 남학생 교복. 대학진학 또는 번듯한 직장에의 취업이 최대 목표인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획일화한 이들의 옷차림만으로도 숨이 멎을 정도로 답답한 느낌을 준다.
몇몇 말썽쟁이들이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유일한 수단은 풀어 제친 상의 아래 받쳐 입은 남방이나 T셔츠뿐이다.
말썽꾸러기 두 주인공과 같은 반의 다른 친구들은 성인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 들어가려 하지만 자신들의 신분을 그대로 드러내는 교복 때문에 입구에서부터 가로막힌다.
결국 이들은 교복의 목 부분은 안으로 접고 가슴 깃은 V자로 접어 안으로 집어 넣고 수건으로 어설픈 넥타이 흉내를 내며 성인극장에 들어선다.
어른들의 직함과 말투를 흉내내다 입장료로 실갱이를 벌이는 이들의 모습에선 웃음보다는 애틋한 연민이 느껴진다.
야쿠자로 한 계단씩 승진하던 마사루와 그의 동료들은 전형적인 야쿠자 패션을 보여준다.
우두머리는 하얀색 또는 검정색 원버튼 정장에 넥타이까지 걸치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노타이에 또는 컬러풀한 셔츠에 단색의 바지를 걸친다. 그리고 갓 조직에 들어온 막내는 언제라도 행동에 나설 수 있는 트레이닝복 차림.
조직과 권투에서 각기 버림받은 주인공들의 앞날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가죽 점퍼를 걸쳐 입은 마사루의 뒷모습에 왠지 희망을 걸어보고 싶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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