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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포커스/해외재테크통신] 미 인디언양탄자 '금값'

귀중품을 사모으는 것을 취미로 하는 미국인 수집가들이 이번엔 자국내 인디언 제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얼마전까지 「싸구려」로 여겨졌던 인디언 담요와 양탄자들이 최근 몇년 사이에 금값으로 뛰었다. 수집상들이 인디언 마을을 돌아다니며 오래된 양탄자와 담요를 죄다 사모았기 때문이다.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인디언 의류제품은 「나바호(NAVAJO) 양탄자」. 나바호족은 아리조나·뉴멕시코·유타·콜로라도주에 걸쳐있는 인디언의 한 종족이다. 그랜드 캐년을 관광한 사람들이라면 캐년 주변의 인디언 보호구역(레저베이션)에서 담요를 내놓고 파는 사람들을 보았을 것이다. 그때 사놓았더라면 지금쯤 장당 몇천 달러는 거뜬히 남겼을텐데 하며 후회하는 제품이 바로 나바호 양탄자다. 지난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서 200년 된 나바호 양탄자 한장이 7만6,750 달러에 팔려나갔다.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1억원 가까운 가격이다. 당초 소더비 경매장은 이 양탄자를 경매에 부치면서 2만5,000 달러를 예상했는데, 낙찰가가 예상가의 3배를 뛰어넘은 것이다. 이날 하루에 나바호족의 제품 480점이 나와 모두 250만 달러에 전량 소진됐다. 비슷한 시기에 소더비의 경쟁사인 크리스티 경매장에서도 비슷한 가격에 인디언 양탄자가 팔려나갔다. 인디언 양탄자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첫째 70년대 이후 미국인들 사이에 자국 역사, 특히 인디언 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이 때문에 남부 인디언들이 생산하는 제품이면 대체로 지난 20년 사이에 30% 이상 뛰었다. 그것도 최근 몇년 사이에 가격이 폭등했다. 둘째 양탄자의 경우 공급이 절대적으로 줄어 거의 소멸 직전에 있다는 사실이다. 나바호족 여자들은 베틀에 앉아 손으로 한땀한땀 양탄자를 짜는 풍습이 있다. 그런데 인디언 여성들이 힘든 노동을 하려 들지 않는다. 어두침침한 방에 몇시간씩 쪼그리고 앉아 양탄자를 짜는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더럽고 힘든일을 하기 싫어하는 경향은 미국의 인디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기술이 있는 사람들은 늙었거나 죽었다. 오래된 나바호 양탄자는 이미 백인 수집상들의 손에 대부분 넘어가 있다. 애호가들이 양탄자를 하나 갖고 싶어도 수집상이 물건을 내놓기 전에는 살수 없는 실정이다. 수집상들은 가격이 더 뛸텐데 하며 물건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나바호 양탄자를 전문으로 거래하고 있는 아리조나주 티크노스포스에서 가로 9피트(270㎝), 세로 12피트(360㎝) 짜리가 보통 3만 달러 이상에 거래된다. 가로 3피트(90㎝), 세로 5피트(150㎝) 짜리 담요는 1,000~3,500 달러선이다 13살때부터 양탄자를 짜온 89세의 인디언 할머니는 기술을 처음배울때 한장을 겨우 짜고 13 달러를 손에 쥐었던 적을 회상하며 이젠 큰 부자가 됐음을 실감하고 있다. 나바호족은 19세기말부터 백인들과 양탄자및 실내바닥용 깔개를 거래해왔다. 나바호족은 양탄자를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받들어 모셨으나, 백인들은 싸구려 제품으로 대우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나바호족은 전통 제품인 양탄자와 의류 제품을 다양하게 개발, 백인들과 거래를 해왔다. 인디언 양탄자 점포에서 팔리는 소매가격은 제조 원가의 2배에 해당한다. 그 이하에 흥정하기란 어렵다. 경매에 부쳐질 경우 여기서 15%의 커미션이 붙는다. 일반 미술제품은 미술가들이 자신의 이름을 써놓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인디언의 제품에는 제작자의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따라서 100년 이상된 귀중품의 경우 전문가의 감정을 받아야 한다. 문양이 단순한 것이라도 촘촘하고 부드러울 경우 컬러가 많고, 디자인이 복잡한 것보다 비싸다. 미국은 이주자인 유럽인들이 인디언을 정복하고 세운 나라다. 단절돼 가고 있는 원주민의 문화를 비싼 돈으로 사려는 미국인들은 경기호황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민자들이 갖는 역사에 대한 열등감의 표시일수도 있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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