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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86년 '빅뱅'이 모델인데…

[서경포커스] 86년 英 '빅뱅'이 모델<br>"해외투기자본에 먹힐라" 外人이사수 제한등 조치



[서경포커스] 86년 英 '빅뱅'이 모델인데… 英 FT '한국 금융시장공정성 조치' 연일 비난"해외투기자본에 먹힐라" 外人이사수 제한등 조치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지가 연일 한국 금융감독당국의 조치를 ‘외국투자가에 대한 통제’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지만 정작 영국은 지난 86년 이른바 ‘빅뱅(Big Bang)’이라는 금융개혁조치를 내놓아 한국보다 더 강한 외국인 제한조치를 취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한국 감독당국이 행하고 있는 일련의 시장공정성강화조치가 영국이 금융 빅뱅을 추진하면서 취한 감독조치를 모델로 했다고 지적한다. 86년 10월 마거릿 대처 당시 총리는 ▦증권매매 위탁수수료 자유화 ▦은행ㆍ증권업간 장벽 철폐 ▦증권거래소 가입자격의 완전 자유화 ▦외국 금융기관의 자유로운 참여 허용 등의 조치를 단행했다. 그때 대처 정부는 금융혁신법을 만들어 SG워버그ㆍ베어링ㆍ모건-그렌펠 등 수백년 전통을 지닌 명문은행을 외국자본에 넘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회사법을 제정해 3% 이상 지분을 취득한 주주에게 즉각 보고하도록 했다. 사실상 자국 금융기관이 해외 투기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감시하기 위한 조치였다. 아울러 ‘황금주(golden share)’ 제도를 만들어 외국자본이 국가 기본산업의 대주주가 되더라도 경영권은 자국인이 행사하도록 해 통신회사 BT 등이 해외로 넘어가는 것을 막았다. 이 같은 보호장치로 인해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 등 영국 토종은행이 빅뱅의 와중에서도 살아 남았고 이들 은행은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시 영국은 금융기관의 특성상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최소한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외국인 이사 수를 제한했다. 유철규 성공회대 경제학 교수는 “80년대 중반 금융 빅뱅을 통해 규제를 철폐하고 시장을 완전히 개방했지만 영국 런던의 금융 중심가에 근무하는 금융계 고위 임직원의 80% 이상은 옥스퍼드ㆍ케임브리지대 출신의 앵글로색슨”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은 우주 폭발의 위력을 가진 대수술을 단행하면서도 경제의 심장에 해당하는 뱅킹시스템을 살려냈다. 그 힘으로 오늘날 영국 금융시장(the City)은 외환거래 및 국제채권시장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금융선진국마다 은행의 주요 이사진의 절반 이상을 자국 출신으로 채우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금융회사의 상업성과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현지실정을 잘 아는 이사진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금감원과 금감위는 15명의 소장파를 영국 금융시장과 금융감독청(FSA)에 보내 연수시키고 영국에서 배울 점을 모아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영국이냐, 멕시코냐. 영국은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외국자본을 적극 유치하면서도 투기적 해외자본에 대한 감독기능을 강화했다. 그 결과 런던 금융시장이 국제 은행간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 전세계의 19%로 미국(9%)을 압도하고 외국주식거래 분야에서는 43%, 외환거래는 31%, 파생상품거래는 49%를 점유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에 비해 멕시코는 지난 95년 페소화 폭락 후 금융개혁을 단행하면서 시중은행의 80% 이상이 해외로 넘어가는 것을 저지하지 못했다. 멕시코에서는 은행의 공공적 기능인 기업대출이 기피되고 소매금융에만 집중되면서 국가의 장기적 성장을 저해하고 국가경쟁력을 잠식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더욱이 외국자본들이 멕시코계 은행을 인수한 후 상장을 폐지하면서 금융주권을 완전히 빼앗긴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중은행은 금융산업의 핵심인 만큼 해외자본보다 국내자본 중심으로 재편하고 증권사를 투자은행화하면서 이를 해외자본이 인수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창진 금융감독원 지분업무팀장은 "최근 도입한 기업지분 5%룰은 미국ㆍ일본ㆍ영국 등 선진국에서 모두 실시하는 조치"라면서 "기업뿐 아니라 금융기관들에도 경영권 보호에서 주요한 규정"이라고 말했다. 김수호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외국자본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지만 국내자본이 집합적으로 안정적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선진국 대형 은행들의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찬근 인천대 교수도 "은행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은행업은 보호산업이자 현지화된 산업"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감독당국도 이런 점을 감안해 금융 빅뱅을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한 영국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존 타이너 영국금융감독청장(FSA)을 만나 금감원과 금감위의 젊은 직원들을 '금융 신사유람단'으로 파견했다. 이는 영국의 굽廢??금융감독을 한국 현실에 맞게 적용하겠다는 의지다. 양성용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최근 금감원과 금감위의 젊은 직원 15명을 FSA에 보냈다"면서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확보와 소비자 보호에 대한 선진기법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 2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베어링스사가 95년 파생상품 불법거래로 파산하는 후유증을 겪은 후 금융감독이 자율성에서 공공성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변하고 있다. 노진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영국이 금융감독을 강화하고 중앙집중 방식을 채택하면서 자율을 강조하던 과거 금융 관행의 문제점을 시정하고 있다"면서 "공공성과 소비자 보호가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이사 문제도 주요한 금융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다. 영국은 기본적으로 해외 금융기관들이 3명 이상의 이사진을 갖춰야 하고 그중 1명 이상을 영국 국적으로 할 것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는 영국에 진출한 해외 금융기관들 중 외국인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외국인이사 수 제한 문제를 놓고 한국 금융감독당국을 비난하지만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인이사들도 한국 감독당국의 조치를 수긍하고 있다. 마이크 드노마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 소매금융그룹 대표는 "한국 금융감독당국의 조치에 따라 제일은행을 인수한 후 이사회 절반 이상을 한국인으로 채울 것"이라면서 "해외에서 금융영업을 하는 경우 현지 금융당국의 조치를 따르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외국인이사 수 제한 등 최근 금융당국의 역차별 해소방안은 규제적인 측면으로 판단할 부분은 아니다"면서 "전혀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좋은 시각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최인철 기자 michel@sed.co.kr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입력시간 : 2005-04-0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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