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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죽이는 벤처정책

"누구를 위한 벤처정책인지 모르겠다." 최근 정부가 창업투자사의 상장 및 등록기업 투자를 완화해주자 한 벤처 CEO가 기자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벤처 생태계를 정부가 섣불리 나서서 죽이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부의 정책변화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반짝했던 거래소 및 코스닥 주식시장이 언제 회복될 지 종잡을 수 없는데다 코스닥 등록심사 강화로 벤처는 물론 창투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소형 창투사들을 중심으로 창투사 등록증을 반납하고 투자자문사나 구조조정 전문사, M&A 전문회사, 벤처 부티크 등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창투사가 살아남아야 코스닥 시장도 벤처투자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러나 정작 벤처 기업인들의 생각은 정반대다. 창투사들이 벤처투자보다는 거래소나 코스닥 시장에서의 단기투자에 더욱 열을 올릴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창투사들이 쉬운 길을 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할 리가 없고 그렇게 되면 벤처가 창투사로부터 펀딩받는 기회는 더욱 줄 것"이라는 것이 벤처 기업인들의 생각이다. 이 같은 주장은 창투사 쪽에서도 터져나오고 있다. 대형 창투사의 한 기획팀장은 "이번 조치는 정부가 일반 기관투자가와 비교해 불리한 창투사 락업제도 등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창투업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지만 결국 창투사의 숨통을 터준 만큼 벤처투자는 부진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지난해 프라이머리 CBO를 과도하게 발행해 벤처 '옥석가리기'만 지연시키더니 이번에는 부실한 창투사의 생명을 연장해줌으로써 창투사 구조조정마저 지연시키고 있다"고 흥분했다.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퇴출이 늘어나야 한다. 그래야 시장 기능이 살아난다. 그때그때 어느 한쪽 살려주기만 계속하다 보면 신뢰가 무너지고 벤처 생태계만 망쳐진다. 코스닥 시장과 벤처경기 침체가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조충제<성장기업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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