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이젠 강대국…이윤 극대화서 나눔 극대화로 가야"<br>"높아진 국제적 위상에 맞는 서민금융 인프라 완성 필요"<br>주류사회서 서민층 적극 지원… 미소희망봉사단 동참 요청도
| 6일 서울경제신문과 SEN TV,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공동 주최로 중앙대학교 학생회관에서 열린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생을 위한 CEO 특강'에 참석한 학생들이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강의를 경청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이호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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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U-17 여자축구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세계를 제패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국력이 이제 강대국 반열에 진입하고 있다는 상징입니다."
6일 오후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내 학생회관 대강당. 수수한 점퍼 차림의 한 노신사가 연사로 나서 던진 일성이다. 노신사는 다름 아닌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그는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금융 명사로 통하는 김 회장은 왜 강연의 서두를 축구 이야기로 풀었을까. 이는우리나라가 강대국의 위상에 맞는 서민경제ㆍ금융 인프라를 완성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 SEN TV가 대한교육자협의회와 함께 중앙대에서 개최한 'CEO 초청 특강'에서 강사로 나서 "우리나라는 이제 명실상부한 강대국 대열에 합류했다"며 "이윤의 극대화보다는 나눔의 극대화로 가는 신자본주의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승자 독식 아닌 승자 나눔 문화 만들어야=김 회장은 서두에서 우리나라의 비약적인 경제 발전 성과를 극찬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1970년에서 2009년까지 119배나 성장했으며 수출 규모는 1970년 8억달러였던 것이 2008년에는 4,220억원에 이르렀다"며 "1970년 이후 수출 10위권에 새로 진입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중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높아진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비해 사회 양극화에 대한 대비는 아직 미흡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사회의 주축이 돼야 할 중산층이 줄어들고 있다"며 "상대빈곤율이 1992년 7.7%에서 2008년에는 14.3%까지 증가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또 "교육비와 부채의 영향으로 1999년 이후 중소득ㆍ저소득층 모두 저축률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걱정했다.
김 회장은 "시장은 우리에게 자본주의 경제뿐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가치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승자 독식에서 승자 나눔 사회로 전환되는 창조적이고 박애정신이 베어 있는 신자본주의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 명사들처럼 서민금융 지원에 동참해야=김 회장은 무엇보다 서민금융지원 사업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민금융사업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마이크로크레디트(소액서민대출)는 초창기에는 주로 저개발국의 빈곤퇴치 수준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으로까지 확대돼 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2009년 현재 전세계 마이크로파이낸스 대출고객이 8,610만여명인데 총 1,395개 기관이 이들에게 모두 441억9,900만달러에 달하는 서민지원 자금을 대출해주고 있다"며 "특히 113개 개발도상국에서는 마이크로파이낸스 대출 규모가 2001~2008년에 연평균 44% 성장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서민금융사업이 세계적으로 발전한 배경에는 국제적 저명인사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동참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 주류사회가 동참할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김 회장은 "스페인의 소피아 왕비는 '2011년 마이크로크레디트 서밋'의 의장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인도네시아에 안드라뱅크라는 마이크로크레디트 지원기관을 설립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선진국형 서민금융 개발해야=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은 세계적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신흥시장과 저개발국 중심에 편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 상위 5대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은 베트남 VBSP와 방글라데시의 BRACㆍ그라민뱅크ㆍASA, 인도의 SKS 등으로 모두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가에 속해 있다. 또 이들이 전세계 마이크로크레디트 대출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비단 저개발국에서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이미 서민금융 인프라 확산을 수십 년 전부터 준비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민간 차원에서 마이크로파이낸스 사업이 본격화됐다"며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형 마이크로파이낸스 사업은 빈곤퇴치보다는 고용창출 프로그램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 같은 모델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민금융 자금 선순환시켜야=국내에서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재원확보와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서민금융자금이 선순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김 회장의 생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와 은행ㆍ대기업의 주도로 미소금융사업이 시작돼 향후 10년간 2조원의 기금과 전국 200~300여곳의 지점이 설립될 예정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해외에서는 IBRD나 IFC와 같은 국제금융기구가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자금공급원으로 부상하는가 하면 중남미에서는 펀드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기도 한다"고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미소금융 재원 조달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김 회장은 이처럼 소중하게 마련된 재원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소금융재단은 공정한 재원관리를 위해 6월 말 전국의 대학생, 금융전문가, 퇴직 금융인 및 민간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미소희망봉사단을 창설했다"고 설명하고 "국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봉사단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봉사단의 학생그룹은 금융지원이 절실한 저소득층을 발굴하고 전문가그룹은 이들을 1대1로 맡아 자활창업 컨설팅을 해주며 퇴직ㆍ봉사자그룹은 사후 대출 관리와 창업 노하우 전수 등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약력
▦1943년 충북 청주 ▦1961년 경기고 졸업 ▦1965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71년 남가주대 경영학 석사 ▦2006년 고려대 경제학 명예박사 ▦1965년 한일은행 입행 ▦1971년 한국투자금융 입사 ▦1980년 한국투자금융 부사장 ▦1997년 하나은행장 ▦2005년 하나금융지주 회장 ▦2009년 휴면예금관리재단(현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중소기업금융지원상 은탑산업훈장, 유네스코 서울협회 올해(2003년)의 인물상, 한국경영학회 경영자 대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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