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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철강大戰] (하.끝) '죽음의 늪' 탈출하라
입력2001-06-11 00:00:00
수정
2001.06.11 00:00:00
강동호 기자
과잉설비 개선등 구조조정 시급세계 철강대전(하)-'죽음의 늪'을 탈출하라
세계 철강업계에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수년전부터 시작된 미국 철강업계의 불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극도로 악화돼 LTV등 대형 고로사들의 연쇄부도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철강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수요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내수 가격마저 폭락,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철강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IMF를 전후해 이미 1/3 이상이 부도로 쓰러졌다.
이대로 가다간 세계 철강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깊어지는 불황의 늪=98년 이후 16개 철강업체가 파산하고 수만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된 미국 철강업계는 올 들어서도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돼 '철강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 연말까지 생산능력 기준으로 미국 철강업체의 70%가 무더기 도산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철강사들의 1ㆍ4분기 결산결과를 보면 US스틸을 비롯한 베들레헴스틸, 내셔널스틸 등 대형 철강사들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 지난해 흑자에서 적자로 반전됐다. 미국 제1의 철강사인 US스틸은 매출액이 10억6,800만 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18.2% 감소했고 1억5,1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가까스로 적자를 모면한 AK스틸과 뉴코아도 매출액이 13~15% 축소됐으며 흑자폭이 크게 줄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트리코사가 파산하고 LTV사의 클리블랜드 웨스트 공장이 폐쇄됐다.
유럽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고로업체인 코러스사는 지난해 9,600만 파운드의 적자를 낸 뒤 2명의 공동 CEO를 불명예 퇴진시키고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올해 동유럽 등에 걸쳐 있는 수익성 없는 제철소 및 공장을 폐쇄하고 영국 내에서만 1만명의 인원삭감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조조정만이 살길=국내 철강업계도 지난 수년간 대규모 부도 사태가 계속되면서 현재 7개사가 법정관리, 4개사가 화의신청, 1개사가 워크아웃 상태다. 올 들어 수요 침체와 가격 하락으로 채산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국내 철강업체들은 재무구조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금융기관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 등에서 외면을 당하기 일쑤다. 한국철강협회는 올해 회원사(포철 제외)들의 매출액대비 경상이익률(지난해 0.1%)과 부채비율(지난해 358%)이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인천제철의 강원산업 합병과 삼미특수강 인수를 제외하고는 과잉설비를 개선하려는 뚜렷한 움직임이 별로 없다.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5조원 이상을 털어내고 있는 한보철강도 매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연말부터 철강협회를 중심으로 추진됐던 전기로업계의 구조조정도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업계가 자율로 구조조정을 합의해 오면 금융ㆍ세제면에서 제도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원칙만 고수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구조조정의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업계의 적극적인 구조조정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강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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