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업계의 기름값 담합 조사에 나선 지 일년이 가까워지도록 소식이 없자 업계와 재계에선 “연중 담합조사를 통해 공정위가 국민들의 ‘반 기업정서’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조사 중’이라며 “결과로 말하겠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신인도 하락과 회사가치의 잠재적 리스크를 야기하는 공정위 조사가 장기화하자 정유업계는 “공정위가 털어서 문제 삼지 못할 것도 없겠지만 ‘가급적 조기에 조사를 마무리 짓겠다’고 한 공언은 어디로 갔느냐”며 항변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16일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가 “정유사가 고마진(폭리)을 챙기는 것 같다. 적정 마진여부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뒤 곧장 전격적인 정유사 담합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이 전 부총리의 발언과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정유업계에 담합소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돼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지만 고유가 상황에서 ‘희생양 만들기’란 지적이 당시에도 제기됐다. 정유업계는 이에 대해 “기름값은 계속 오르고, 정유사 순익도 크게 증가하자 소비자가 정유업계에 대해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 있지만 시장상황을 잘 아는 공정위가 왜 칼을 빼 들었는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다. 고유가로 국제제품 가격이 올라 마진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가격담합’은 결코 없었다는 얘기다. 정유업계는 공정위의 담합조사가 시장 논리를 왜곡해 반영된 것이라는 근거로 정유사의 순익 증가분 중 휘발유, 경유 등 국내 석유영업 순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낮고, 각 사별로 기름값 산정기준도 다르다는 점을 내세웠다. 업계에 정통한 한 애널리스트는 무엇보다 “과점시장에서 담합의 전제조건이 플레이어(업체)간의 강하고 끈끈한 유대 관계인데 SK사태, GS의 사명변경 등을 거치며 업계간 반목의 골이 여전하다”며 “담합에 나설 형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어려운 조사인 것은 사실이나 차근차근 조사를 하다 보면 나오는 것이 있을 것”이라며 “기다려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담합 여부를 가리기에 앞서 한 달 간 사전조사를 했고 가급적 조기에 조사를 매듭지을 수 있다고 했던 종전 입장에서 벗어나 담합 여부에 대한 조사와 판정을 질질 끌자 업계와 재계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A정유사의 한 관계자는 “1년 내내 담합조사가 진행 중이니 투자자와 소비자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며 “시시비비를 가리되 빨리 끝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기업에 대해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 있는 공정위가 연중 조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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