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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만들자] <4>잘못된 노동관행 바꿔야

정규직이 양보해야 양질 일자리 창출<br>노사정 '일자리만들기 사회협약' 합의해놓고도 과도한 임금인상·성과급 요구


지난해 2월8일 정부와 재계, 노동계는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을 합의, 발표했다. 협약의 골자는 노동계가 일자리 만들기 및 비정규직ㆍ중소기업 근로자와의 임금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높은 부문에 대해 앞으로 2년간 임금안정에 협력하고 기업은 투자확대 및 고용조정 최소화, 정부는 기업규제 완화 및 사회안정 확충에 나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협약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일자리 협약의 당사자인 한국노총은 봄 임금 협상에서 경제 및 물가상승률의 2배를 훨씬 넘는 10.7%를 임금인상 요구 가이드 라인으로 발표했다. 민주노총의 임급협상 가이드라인도 10.3~10.7%였다. 노동계는 또 임금인상과 함께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대규모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으며 사용자측에 사회공헌기금ㆍ통일기금 적립, 비정규직 임금 인상에 동의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노동계가 일자리 만들기를 최우선 과제로 손을 잡고 해결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실제 임금협상 과정에서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급급했던 셈이다. 전투적 노동운동과 고임금 정규직 근로자로 구성된 노조의 이기주의, 경영투명성 부족으로 인한 노사간 불신 등이 우리 사회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말 “고용 유연성을 좀 풀어주지 않으면 실업, 준실업 상태에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기 때문에 확고한 직업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쪽에서 양보해 줘야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규직 노동자에게 양보해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이야기할 정도로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낮은 고용유연성은 생산현장의 급속한 고령화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조선업종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41.5세로 최근 10년간 5.6세 높아졌다. 철강, 섬유, 자동차 등 국내 주력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 연령도 10년 전에 비해 평균 4~5세가 높아져 대부분 40세에 육박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상의 관계자는 “정규직 임금을 노조의 요구에 따라 노동생산성을 웃돌게 매년 두자릿수 가까이 올리다 보니 기업들이 정규직 사원을 되도록 적게 뽑고 새로운 일자리를 비정규직이나 하청근로자로 채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직된 노동시장은 ‘고비용 저효율 경제 시스템’의 고착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90년대 평균 11.9%였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00년 이후 4%대를 맴돌고 있다.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00년 4.1%로 뚝 떨어지더니 2001년 1.8%, 2002년 4.1%, 2003년 3.2%에 이어 지난해 3ㆍ4분기까지 4.0%에 그쳤다. 반면 생산효율성은 이처럼 떨어지지만 같은 기간 실질 임금상승률은 6~7%대였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월 평균 190만4,000원이었던 1,0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임금은 2003년에는 252만7,000원으로 3년새 62만3,000원이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10~29인 영세사업장 근로자 평균임금은 103만원에서 132만1,000원으로 29만1,000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기업규모에 따른 노동시장의 임금격차가 더욱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김정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문제에 대해 “신규 인력의 진입 장벽은 높고 기존 인력에 대한 보장은 강화되면서 고용질서가 계속 경직되고 있다”며 “이를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몇 년 안에 ‘고임금 저효율 체제’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기업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 여력을 줄이고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일부 기업의 대규모 회계부정, 관리 일변도의 노무관리, 수백억대 정치자금 제공 등 불투명한 경영도 노사관계 악화에 한 몫하고 있다. 경영진의 윤리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노조의 불신과 강경 투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한 고리를 만들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사용자들이 기업에 부정적인 국민정서를 무시한 채 노사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기업이 투명성과 윤리를 바탕으로 노사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5월 당선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이라면 외국자본 유치에 노조가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기업 근로자들이 자신의 몫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노동운동 지도부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현장에선 노조원들의 이기주의가 여전하다. 대기업 계열 하청업체에서 일한다는 한 근로자는 민주노총 인터넷 게시판에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철폐, 지금 같아선 현실성 없는 얘기입니다. 매일 얼굴보고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정규직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 이상, 특히 노조가 행동하지 않는 이상 허황된 꿈입니다”라고 질타했다.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최선의 복지책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 모두 협력,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노사 모두의 생존과 발전을 보장한다”며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내용은 즉시 실행에 옮기는 노사문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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