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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말 기업하기 힘들어 해외로 옮겨 제대로 하고파”
입력2003-06-02 00:00:00
수정
2003.06.02 00:00:00
"회사를 팔거나 아예 외국에 나가서 기업을 제대로 한번 하고 싶습니다."
자동차 점검시스템을 생산하는 Y사 사장은 5년간에 걸친 성능테스트를 거쳐 완제품을 개발했지만 생산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한숨만 내쉬고 있다. 이미 수출신용장(L/C)이 열린 해외수출이 자칫하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미국 회사에 모두 6억달러의 대규모 수출계약을 따내고 이를 담보로 생산자금을 은행에 요청했지만 담보가 없다며 일언지하에 거절 당했다.
반월공단에서 섬유원료를 제조하던 K사의 경우 올 들어 수출이 급감하면서 재고누적으로 골치를 썩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유럽 등지의 수출을 통해 전체 매출이 60%이상을 거둬왔다. 이 회사 A사장은 "직원들을 놀릴 수 없어 생산은 계속하고 있지만 창고에 재고만 늘어나고 있다" 며 " 이대로 가다간 공장 문 닫아야 할 판국이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공단 주변에서 음식점, 주점 등을 운영하는 상인들 역시 침체국면을 달리고 있는 공단 경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화공단 부근 안산역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P씨의 경우 "3월 무렵부터 손님이 줄어들더니 5월 들어선 아예 손님이 없다"며 "IMF때도 이만큼 심하지는 않았다"고 전하고 있다. 서울 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 인근의 경우 상인들의 매출이 줄어 벌써 일부 업체들은 대낮부터 장사를 접고 있는 경우도 많다.
중소기업들이 자금난과 경영환경 악화에 허덕이며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은행들은 부실대출을 줄이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대출상환을 요구하고 있고, 창투사들도 신규 출자에 나서기보다는 기존 투자기업중 일부 회사만 선별투자하고 있다.
명동 사채시장의 한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들이 주식시장을 통한 직접자금과 은행 등 금융권을 통한 간접자금 조달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부도와 도산을 막기 위해 고율의 사채시장을 기웃거리는 업체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단공은 지난 4월 공장가동률이 84.3%로 지난달에 비해 0.9%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가동률이 하락한 것은 올들어 조업일수가 적은 2월을 제외하고 처음이다. 특히 생산이 대비 4.3%나 감소했다. 석유화학업종이 8.6%, 전기전자업종이 4.7%대의 생산 감소를 보였다. 이들 업종은 수출에서도 전월대비 3~7%까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공단 관계자들은 "물류대한 사태를 겪은 5월의 경우 더 큰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가산업단지의 생산 및 수출액은 국가경제 전체에서 40%대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공단 경기는 우리 경제의 현재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공단 관계자들은 "전국 공단 중 가장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인 수도권 인근 단지들의 생산, 수출이 줄어드는 것은 그만큼 제조업 경기 악화가 심각함을 말해주는 증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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