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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특사단의 ‘미군철수 소동’
입력2003-02-10 00:00:00
수정
2003.02.10 00:00:00
한운식 기자
임진왜란 직전 조선의 선조는 왜(倭)의 조선 침략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황윤길, 김성일을 각각 통신사, 통신부사로 삼아 일본에 보냈다.
하지만 똑 같은 상황을 살펴보고 왔음에도 이들이 내놓은 의견은 대척점에 서 있었다. 한쪽은 왜가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다른 한쪽은 정반대의 보고를 했다. 결국 이 작은 소동이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상황으로 연결되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역사의 아이러니는 항상 되풀이 된다던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에 앞서 방미 특사단을 미국에 보냈는데 이들 특사단 인사들이 `미군 철수론`과 관련,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아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대표단의 한 인사는 미국측으로부터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된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또 다른 인사는 “한국민이 주한미군의 주둔을 원하지 않는다면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미 고위층의 발언을 전했다.
이에 따라 한 TV 방송이 저녁 9시 뉴스 시간에 미군이 곧 철수할 것이라는 것을 메인 뉴스로 내놓았지만, 같은 시간대 또 다른 TV 방송은 정반대 내용을 전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할까. 대다수 국민들은 일순간 바보가 된 기분일 것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건이 의외로 커지자 이들이 귀국 기자회견에서는 한 쪽으로 말을 맞추었다는 사실이다. 한 토막의 코메디를 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이번 특사단의 성과를 결코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실제 특사단은 한반도 상황의 급박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미국측과의 토론을 통해 대화를 통한 북 핵 문제 해결을 인식시킨 것으로 정가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안보와 직결된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놓고 일으킨 크고 작은 소동에 대해서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듯 쉽다. 물론 여기에는 미국의 의도된 `길들이기` 측면도 작용했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의 행보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가벼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한운식기자 woolse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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