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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돌파구 헤지펀드] <2부> 선진시장을 가다 ② 금융위기 3년의 교훈

"리스크 관리가 곧 살길" 성과 지상주의 벗어나 대변신 바람<br>포지션등 매일 공개해 펀드 투명성 대폭 강화<br>매니저 보수도 확 낮춰 급변시장서 생존 올인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헤지펀드 업계는 투자자 이탈이 이어지자 펀드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뉴욕 페더럴홀 국립기념관의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 동상이 뉴욕증권거래소를 내려다보고 있다. /뉴욕=서은영기자


세계 금융의 중심 뉴욕 그랜드센트럴터미널에서 열차로 40여분을 달리면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에 다다른다. 이곳은 수십조원을 굴리는 헤지펀드 명가들이 밀집한 곳으로 미국 동부에서 뉴욕ㆍ윌턴ㆍ그리니치 등과 함께 '헤지펀드 벨트'를 이루고 있다. 스탬퍼드를 비롯한 코네티컷 일대 헤지펀드 중심 도시들은 뉴욕 맨해튼과 달리 고층 빌딩 하나 찾아보기 힘들어 이곳이 과연 헤지펀드의 중심지가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코네티컷 일대의 헤지펀드들을 만나고 난 후 이 같은 의심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평온해 보이는 도시의 겉모습과는 달리 헤지펀드들이 변화의 격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과거의 성과만 내세워 투자자들 앞에서도 거만하게 굴었던 헤지펀드들의 콧대가 크게 낮아졌다는 점이 피부에 와 닿았다. 이러한 모습은 스탬퍼드 중심에 있는 알라딘캐피털 본사에서 더욱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알라딘캐피털의 키스 이네스 글로벌세일즈 헤드(전무)는 "지난 2008년 전까지 헤지펀드들은 거만했고 이 때문에 수익률이 단기간에 급락해도 고객들에게 설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고객들과 소통을 잘하지 못하면 투자금을 유치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토록 콧대가 높았던 헤지펀드들이 왜 머리를 숙이게 됐을까. 이에 대해 이곳 헤지펀드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꼽은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희대의 금융사기 사건이었던 '메이도프 사태'였다. 메이도프 사태란 버나드 메이도프라는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가 당시 최고 수준의 투자수익률(40% 이상)을 내걸고 투자자들을 끌어 모은 뒤 기존 투자자들에게 먼저 돈을 나눠주는 일종의 폰지 사기를 벌이다 금융당국에 적발된 것이다. 최근 10여년간 헤지펀드 산업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투자자들은 헤지펀드에 대해 '서비스가 아니라 성과로 말하는 산업'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2008년 12월 그 유명한 메이도프 사태가 터지면서 이러한 맹신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아무리 수익이 잘 나는 펀드도 어떻게 운용되며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늘 살펴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고 헤지펀드 역시 이러한 요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2008년 시작된 글로벌 위기 역시 헤지펀드에 변신을 요구했다. 시장폭락에 따른 대규모 환매로 2008년 1,544억달러, 2009년 1,311억달러가 유출됐고 환매를 제대로 해주지 못하거나 취약한 리스크 관리능력을 드러낸 회사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불과 2년 동안 문을 닫은 펀드 수는 2,500여개에 달했다. 이러한 위기를 겪은 헤지펀드들이기에 이제는 '리스크 관리=투자자 확보'라는 등식이 확고히 자리잡았다. 스콧 B 맥도널드 알라딘캐피털 리서치헤드(전무)가 "과거에는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권한이 압도적으로 강했지만 이제는 리스크 관리 매니저가 대등한 입장에서 펀드 운용에 관여할 수 있게 됐다"며 "2008년 이후 가장 큰 변화는 헤지펀드들이 리스크매니지먼트팀을 확대하고 운용역 못지 않은 권한을 갖게 됐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시장의 중심축이 헤지펀드 회사에서 투자자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변화다. 일정기간 환매를 금지하는 락업(lock-up)ㆍ게이트(Gate) 조항이 사라지고 있고 주간ㆍ월간 단위 운용 리포트를 발송하는 것은 물론 홈페이지를 통해 매일 포지션과 투자처를 공개하는 회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맥도널드 알라딘캐피털 전무는 "2008년 이후 헤지펀드 업계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투명성을 높이지 않으면 이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이라며 "우리 역시 매달 모든 투자자들에게 운용 리포트와 시장 코멘트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홈페이지를 통해 일별 포트폴리오와 포지션을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헤지펀드의 보수도 크게 낮아지고 있다. 버나드 록 FX콘셉츠 아태 지역 매니저는 "5년 전만 해도 유명 매니저들은 기본적으로 연 8% 수준의 운용보수 외에 43%나 되는 성과보수를 챙겼다"며 "그러나 점차 경쟁이 심해지면서 보수가 낮아져 요즘은 2%의 운용보수와 20%의 성과보수를 매기는 게 가장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싱글 헤지펀드들이 투명성과 환매 편의성을 높이면서 재간접 헤지펀드들의 역할도 점점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헤지펀드가 어떻게 운용되고 어떻게 리스크를 관리하는지 전문가가 아니면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누구나 헤지펀드 관련정보를 수집, 실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0억달러 규모의 재간접 헤지펀드 운용사인 SSARIS의 브라이언 정 부사장은 "과거에는 펀드오브헤지펀드의 역할이 듀딜리전스(실사) 정도에 그쳤지만 이제는 투자의 큰 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며 "개별 헤지펀드들이 중단기 전망을 가지고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한다면 재간접 헤지펀드 운용사는 장기적인 시장전망 속에 어떤 전략이 얼마나 높은 수익을 내고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지 살피면서 포트폴리오를 짜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헤지펀드들이 투자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시장은 오히려 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헤지펀드 투자를 꺼렸던 기관이나 개인들이 헤지펀드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케이 히 블랙록 대체투자 부문 이사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성과를 내야 하는 연기금들은 투명성이 높아진 헤지펀드에 투자하면서 추가적인 이익창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며 "최근 전세계 연기금들이 급속도로 헤지펀드시장에 유입되면서 시장성장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투자은행들이 자기자본운용팀(프롭트레이딩 데스크)을 분사시키거나 없애면서 헤지펀드 업계로 뛰어난 인재들이 흡수되고 있다는 점도 부수적인 효과로 꼽혔다. 록 FX콘셉츠 아태 지역 매니저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투자은행(IB)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그들이 수행하던 헤지펀드와 비슷한 역할이 모두 분사를 통해 헤지펀드시장에 흡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5년간 헤지펀드는 성장을 거듭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운용자산 113억달러 규모의 대형 헤지펀드 밀레니엄매니지먼트는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프롭트레이딩팀을 영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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