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900선에 안착하는 데 외국인과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이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강한 매수세는 아니지만 꾸준한 '사자' 행보를 들여다보니 어느 정도 주가가 올라온 IT주는 내다팔고 운수장비ㆍ화학ㆍ금융 등의 업종에 손을 대고 있다. 가격메리트를 척도로 한 업종별 순환매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화학ㆍ조선ㆍ철강 등 경기민감주와 금융주의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코스피지수는 2.64포인트(0.14%) 오른 1,923.38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1,937포인트를 넘어서며 상승 탄력을 받았으나 개인의 차익실현 매물로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오름세가 크지는 않지만 이틀 연속 강보합 마감하며 1,900포인트에 안착하는 모습이다.
국내 증시를 탄탄히 뒷받침하고 있는 거래주체는 외국인과 연기금. 외국인은 지난달 22일부터 열흘 간 순매수 랠리를 이어가며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조2,000억원 넘는 실탄을 쏟아냈다. 연기금 역시 지난달 17일부터 연일 매수에 나서며 1조500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화 약세가 마무리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뱅가드의 추종지수 변경으로 인한 국내 증시 이탈도 끝난 상황"이라며 "여기에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도 늘어나고 있어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수급 현황은 종목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경기소비재인 전기ㆍ전자 업종에서 화학ㆍ조선 등 경기민감업종과 금융 업종으로의 자금 이동세가 뚜렷하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 7월1일 이후 이날까지 전기전자업종에서 3,761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기관 역시 최근 한 달여 동안 전기전자업종에서 6,612억원을 내다 팔았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운수장비업종에서 1조237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화학업종에도 3,06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기관 역시 화학 업종에서 3,541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고 금융업종도 5,556억원 순매수하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박스권 내에서 업종별 순환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가격메리트를 척도로 싼 쪽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수익률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최석원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자금만 놓고 보더라도 이머징 마켓의 확실한 성장성을 보고 들어오기보다는 일정 기간의 수익률을 전제로 들어온 것"이라며 "따라서 올해 초부터 주가가 크게 올랐던 IT업종에서는 돈을 빼는 동시에 소재나 산업재, 금융 등 가격 측면에서 절대적인 매력이 있는 업종들에 대한 순매수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일 종가 기준으로 전기전자 업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44배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운수장비는 1.23배, 화학은 1.34배로 상대적으로 가격메리트가 높은 상황이며 금융업종의 경우 PBR가 0.71배로 주가가 장부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업황의 방향성에 따라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식 투자가 현재의 업황보다는 앞으로의 전망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고 현재 업황이 좋은 업종보다 바닥을 찍고 올라갈 업종이 투자 매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관과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턴어라운드 조짐을 나타내는 화학과 철강, 조선업종의 투자 매력도가 더 크다"며 "이는 현재 업황이 좋지 못해 당장의 실적은 좋지 못하더라도 낮은 가격에 미리 사 놓으면 시간은 걸리더라도 상당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도 "전기전자업종의 경우 당장의 실적은 좋지만 이게 꼭지점이라는 인식이 큰 반면 소재업종들은 현재가 바닥이라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며 "결국 강한 매수세보다는 중립 이상 정도의 스탠스를 나타내고 있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IT에서 화학ㆍ조선 등 경기민감재로 자금 이동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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