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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와 세계화의 덫

세계화는 최근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주제다. 나의 저서 `세계화와 이에 대한 불만(Globalization and Its Discontents)`에서 다룬 관점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가 주장하는 논지는 세계화가 성장과 빈곤퇴치를 위한 강력한 동인이 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세계의 여러 곳에서 이 같은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은 기술의 수출입을 통해 각국간 지식 격차를 줄여 한차원 발전된 산업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세계화를 자신들의 언어로 이해했다. 그들은 각자에게 걸맞은 세계화의 방식으로 관리 감독했다. 그들은 급속한 자본ㆍ무역ㆍ금융 개방과 워싱턴 정가의 정책, 그리고 여러 국제경제기관들의 방침을 거부했다. 국제경제기관들의 조언을 충실히 따른 몇몇 국가들은 그리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조언을 가장 착실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평가받은 남미의 경우 지난 십여년간의 성장률은 개혁을 수행하기 이전인 50년대, 60년대, 70년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업률은 3%포인트 이상 증가했고 빈민층도 늘어났다. IMF의 우등생, 아르헨티나는 남미의 무능력자 취급을 받고 있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된 세계화는 남미 지역 전체가 국제시장의 변화에 대해 더 취약해지도록 만들었고 현재 그들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남미 전체는 워싱턴 정가의 방침을 거부하고 있으며 이는 나름대로 정당한 이유를 갖고 있다. 그들이 인내심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더 인내해야 하는 뚜렷한 증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온 볼리비아와 같은 국가에서는 국민들이 “우리는 지난 20여년간 고통을 겪어왔다. 언제쯤 이에 대한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라며 반문한다. 칠레는 종종 예외로 꼽힌다. 그러나 칠레의 경험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의 성공 이유는 `취사선택`에 있었다. 그들은 IMF의 지도를 따르지 않았다. 이는 리카르도 라고스 칠레 대통령의 판단이었다. 칠레는 신흥시장의 부흥기에 외국 자금이 쇄도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 완전개방을 시행하지 않았다. 또 외국으로부터 유입되는 자금에 대해 효율적인 과세를 실시했다. 민영화 압력에도 불구하고 민영화를 서두르지 않았다. 현재 이 나라 수출의 40%는 국영기업에서 비롯되고 있다. 민영기업과 같은 최대 효율성을 갖춘 국영 구리채굴 업체들은 민영기업 매출의 10배를 칠레 정부에 돌려주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칠레가 워싱턴이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 않았던 정책에 힘을 쏟았다는 점이다. 바로 교육과 건강 부문이다. 이러한 평등주의적 정책은 빈곤층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남미 지역 전체의 트렌드는 비껴갈 수 있었다. 물론 칠레의 몇몇 정책들은 워싱턴의 권장사항과도 일치한다. 칠레는 무역자유화를 통해 (비록 이 나라의 주요 물품들에 대해 미국이 반덤핑 관세와 같은 보호장벽을 쳐놓기는 했지만) 이득을 얻었다. IMF 및 국제금융기관들의 정책과 세계경제의 각종 문제, 이를 테면 저성장, 빈곤층 증가,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 실패 등 세계경제의 문제들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예를 들면 불균형적인 무역자유화는 저개발 국가들이 무역자유화로부터 거둬들이는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아프리카 중부 지역 같은 최빈국들의 상황이 실질적으로 더 악화된다는 것을 뜻한다. 대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들이 잇따라 실패하는 등 국제금융체제는 매우 불안한 모습이다. 그리고 이 같은 불안정한 상태가 심화하고 있는 일정 부분의 책임은 전세계에 압력을 가해온 IMF와 미 재무부에 있다. <조셉 스티글리츠(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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