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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중인 기재부 김과장 세종청사에 있는 이유는

세법개정 등 할 일 쌓였는데 휴가 안 가자니 불이익 우려<br>서류만 제출하고 몸은 일터로


기획재정부의 A과장은 최근 '유령휴가'를 다녀왔다. 휴가서류까지 제출해 행정적으로는 '휴가 중'이었지만 몸은 세종청사에 그대로 남아 업무를 봤다. 일종의 '페이퍼 휴가'인 셈이다.

A과장이 울며 겨자 먹기로 유령휴가를 떠난 배경에는 부서 업무평가가 있다. 정부가 내수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휴가 사용을 권장하고 나서면서 부서평가에 휴가 사용 일수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으면 성과급이 줄어든다. 그는 "갑자기 일이 몰려 휴가철은 놓쳤고 이번주는 을지훈련 기간이라서 일정을 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연가 보상비는 둘째치고 본의 아니게 공문서를 위조한 셈이라 속이 쓰리다"고 털어놓았다.

기재부 공무원들의 우울한 여름휴가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더 심하다. 우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각종 경제대책을 내놓는 데 그치지 말고 눈에 보이는 확실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상당하다. 여기에 세법개정안 논란도 있었고 공약을 일부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세법개정안처럼 "내년 예산안을 전면에서 검토하라"는 엄명이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 때문에 당장 수장인 현오석 경제부총리부터 휴가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징검다린 연휴였던 지난 16일 짧은 휴식을 가질 계획이었지만 세법개정안 등의 여파로 세종청사에 정상 출근해 직원들과 시간을 보냈다. 1급인 차관ㆍ실장들과 국장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제대로 된 휴가를 즐기지 못했다.



기재부 내에서는 업무량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구시대적인 노동윤리를 강요하는 분위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B국장의 경우 "단 하루 만이라도 휴가는 반드시 가라"는 지침을 내렸는데 대다수 과장들이 하루짜리 휴가를 택했다. 기재부의 C과장은 "노동시간을 줄여 고용률을 높이겠다는 게 기재부의 정책방향인데 실제 내부에서는 사무실에 오래 붙어 있어야 훌륭한 직원이라는 분위기가 여전히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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