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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진출, 이제부터 시작

갑신년 새해를 맞아 한국에서 중동을 연구하고 있는 교수 30여명과 함께 중동 탐방을 마치고 돌아왔다. 2년여 만에 다시 밟은 중동은 여전히 우리에게 `기회의 땅`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아라비아반도 남단의 앗살랄라에서 이란 북부 카스피해 연안의 도시인 반다르안잘리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상품과 광고탑이 한국인의 자부심을 느끼게 해줬다. 2004년 중동에서는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는 아랍에미리트와 오만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는 사막의 옥토화 사업에 주목해야 한다.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지역인 이들 국가의 노력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거리의 어느 곳을 가든 대추야자가 즐비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해 있으며 그 밑에는 여지없이 플라스틱 수도관이 연결돼 있다. 이제 그들은 새로운 자원(資源)을 심고 있는 것이다. 농업자원, 특히 산림자원은 미래의 새로운 에너지자원이다. 오늘날 전세계가 산림자원의 황폐화를 가속시키고 기후변화를 촉발하는 시기에 중동의 사막에서는 새로운 자원 심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 분야에 한국기업이 진출할 기회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 다른 변화는 시장, 특히 자본시장의 완전경쟁이 보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변화에 가장 먼저 눈을 뜬 아랍에미리트가 경제 수도인 두바이에 제블알리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하고 외국인기업에 대해 30년간 법인세 및 소득세 면제와 자유로운 송금을 허용해주고 있으며, 사업인가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오만도 자국화(Omanization) 시책을 통한 인력자원의 개발과 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걸프 국가들은 호메이니 혁명 이후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 조치를 당하고 있는 이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유시장주의 시책을 택하고 있다. 세계열강으로부터 중동 지역 국가들이 해방된 후 상권을 장악한 인도 상인들의 활약은 지난 90년대 초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전체 경제인구에서 인도 상인들의 비율은 최고 70%에서 20~30%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경제에 눈을 뜬 중동의 바이어들이 직접 물건을 구매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유통의 마진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제 중동시장도 예외 없이 국제경제의 변화에 적응할 수밖에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우디아라비아ㆍ쿠웨이트ㆍ바레인ㆍ카타르ㆍ아랍에미리트 및 오만 등 걸프만경제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의 변화가 일관되고 탈석유공업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 또한 우리의 관심 대상이다. 한 예로 아랍에미리트의 경우 적극적인 비석유산업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석유산업의 비중이 90년 국내총생산(GDP)의 50%에서 2000년에는 25%로 낮아지고 있다. 이는 중동 국가들이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공업화를 통해 산유부국에서 경제부국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우리 기업들이 중동에 진출할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연초 중동 땅을 밟고 서니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라는 말이 가슴을 울렸다. 중동에는 혁신적인 새 물결이 일고 있는데 한국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진출 경우를 보면 대기업의 전자제품이나 가전제품 및 플랜트 수출은 큰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중동의 바이어들은 아직도 보따리 무역 형태의 소규모 무역을 주로를 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의 대중동 제1의 교역국인 아랍에미리트의 경우, 한국의 지난해 수출액인 28억달러 가운데 휴대폰이 5억5,000만달러, 직물이 4억4,000만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 밀리고 있다는 한국의 섬유산업이 중동에서는 아직도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중동은 석유를 제외하더라도 매력적인 땅이다. 수많은 광물자원이 있고 농업자원도 풍부하다. 이밖에도 관광자원이 풍부하다. 과장해서 말하면 미래의 땅이다. 지금 중동은 부동산 붐을 조성하는가 하면 인공 섬도 만들고 인공 숲도 만든다. 이제 우리는 그곳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철저한 조사와 준비를 하고 진출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에서의 신뢰 구축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중동인들과의 신뢰를 쌓는 데는 무척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인내를 갖고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기다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최종 입찰이 아랍어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의 경우 아랍어 입찰은 필수적이다. 그렇기에 아랍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업가 집단이 필요한 시기다. 이러한 필수조건이 지켜지는 한 중동은 앞으로도 우리에게 약속의 땅이 될 것이다. <홍성민(중동경제연구소장ㆍ한국외대 객원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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