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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민=국제적 훌리건(?)

현장에서 집회와 시위를 몸으로 막아야 하는 전ㆍ의경 사이에선 농민시위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위로 꼽힌다. 그만큼 다른 단체의 시위보다 장시간에 걸쳐 위험하게 벌어진다는 뜻이다. 경찰 관계자도 "농민시위는 여러 지역에서 모여 중앙 집행부까지 통제할 수 없는 `럭비공'같다"며 "일부는 시위 전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는 바람에 흥분해 쉽게 과격해져 진압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실제로 지난해 2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즈음 농민단체의 반대집회는 상당히 `셌다'. 최근 들어서도 15일 여의도에서 열린 쌀협상비준안 반대 집회에서는 경찰과 농민 모두 부상자만 수백명이 났을 정도로 심한 충돌을 빚었다. 과격시위를 막아야 하는 경찰 입장에서 보면 농민들은 `요주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다음달 홍콩에서 열릴 세계무역기구(WTO) 회의를 앞두고 홍콩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이 보도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홍콩 경찰 고위관계자는 한국농민 1천500여명이 회의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러 입국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한국 경찰을 찾아와 한국농민의 시위를 막는 방법을 `벤치마킹'까지 했다고 한다. 기자가 홍콩에 건너가 직접 확인하진 못했지만 한국농민 시위대의 폭력사태를우려, 대규모 체포를 대비해 감옥까지 비워 놓았는가 하면 보도블록을 본드로 붙여놓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국내 언론의 보도도 들린다. 외국 경찰이 이렇게 긴장을 할 정도라면 한국농민은 더 이상 `농민'이 아닌 국제적인 `트러블 메이커'(trouble maker) 반열에 오를만 하다. 홍콩에는 한국농민 뿐 아니라 국제적인 반세계화 단체 회원도 수천명 입국한다고 하는데 굳이 한국농민이 표적이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과연 한국농민이 외국 경찰은 물론 국내 언론으로부터 국제적인 `훌리건' 취급을 받을 만큼 과격하고 폭력적인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농민 시위를 현장에서 취재하다보면 물론 경찰의 말대로 `통제불능 상태'에 술에 취한 농민도 눈에 띄지만 다른 시위에선 느낄 수 없는 `짠한' 심정이 마음 한 곳을 무겁게 짓누른다. 그들이 한국사회의 급속한 산업화의 피해자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정부가 그들에게 속시원한 대책을 마련해 준 기억도 없다. 농사일까지 때려 치우고 서울 국회앞으로 올라 온 주름가득한 얼굴의 농민들은 `자식같은' 전ㆍ의경에게 돌을 던지고 장대를 휘두르면서 자신들도 두들겨 맞는다. 시위가 아닌 가히 `한풀이' 수준이다. 폭력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킨다고 한다. `경찰과 농민 중에 누가 먼저 때렸느냐', `어느 쪽이 많이 다쳤느냐'는 부차적인 문제다. 정부가 농민시위라면 경험칙상원천 봉쇄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또 농민이 서울 거리로, 고속도로로 해마다 뛰쳐 나와 `과격행위'를 반복하는것은 농민의 `본성과 기질'문제로 떠넘기기엔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한국 농민을 국제적인 훌리건 또는 문제아로 만든 주범은 누가일까'라는 풀기 어려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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