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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그룹<파키스탄 모터웨이>:14(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펀자브평원 가르는 대역사/총연장 354㎞ 공사비 11억6,000만불/92년 착공… “철저한 현지화” 80% 진척용맹한 무굴제국의 용사들이 중앙아시아를 향하여 웅지를 펼쳤던 역사의 땅 펀자브 대평원. 달려도 달려도 끝없는 지평선만이 펼쳐지는 이곳에서 지금 파키스탄의 새로운 역사가 열리고 있다. 15세기 무굴제국의 수도 라호르에서 20세기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6차선 고속도로가 힘차게 뻗어가고 있다. 5백년의 력사와 공간을 잇는 대역사가 펼쳐지고 있는 곳. 중앙아시아를 정복해 대국을 꿈꾸었던 무굴인들의 용맹성은 이제 시장경제를 통해 경제대국을 건설하겠다는 파키스탄의 의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5백년의 세월이 가로놓인 오늘의 모습에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주인공은 검푸른 피부와 콧수염을 가진 파키스탄인도 몽골인도 아닌 코리안이다. 바로 대우맨들이다. 대우건설이 펼치고 있는 파키스탄 고속도로 건설현장. 10월을 훨씬 넘겼지만 아직도 이글거리는 태양은 새 아스팔트가 깔린 도로를 섭씨 40도 이상으로 달군다. 얼핏 보면 작업은 단순하다. 거대한 중장비가 검은 기름과 아스콘을 뿌리고 그 위를 대형 롤러차가 다니며 아스팔트를 다지는 일이 하루종일 반복된다. 전체 길이는 3백54㎞.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라는 의미에서 「모터웨이」로 이름 붙여진 이 고속도로는 지난 92년 4월 첫 삽질이 시작돼 5년째인 현재 전체 공정의 80%를 넘기며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말이면 전공정이 마무리되고 산업도시 라호르에서 생산된 각종 공산품이 이슬라마바드를 향해 달려가게 될 것이다.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와 제1의 산업도시 라호르를 잇는 모터웨이는 파키스탄의 정치적 중심지인 이슬라마바드와 산업 요충지인 라호르를 잇는 대역사입니다.』 건설현장을 지휘하는 김영호본부장(상무)의 설명이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김본부장의 말이 쉽게 확인된다.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과 같은 중앙아시아와 아라비아해로 연결되는 길목에 파키스탄이 위치하고 있다. 아라비아해의 항구도시 카라치에서 산업도시 라호르, 이슬라마바드를 지나 페사와르, 우즈베키스탄에 이르는 거대한 산업도로망을 이어 놓으면 낙후된 이지역 경제가 살아날 수 있으리란 것은 지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런 야심찬 계획의 첫번째 시도가 바로 중부 산업도시 라호르에서 펀자브 대평원을 가로질러 이슬라마바드에 이르는 모터웨이인 셈이다. 모터웨이의 중요성은 공사금액이 파키스탄 실질 예산의 4분의 1이 넘는 11억6천만달러에 달하고 이 공사가 현지정부의 정치쟁점으로 부각된 것만으로도 쉽게 설명된다. 부토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 정부가 이 공사에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이 도로건설은 그 자체로 많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 세계 건설역사상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이은 최대 규모, 단일 도로건설 규모 세계 1위, 파키스탄 최초의 고속도로, 국내 최초의 턴키 베이스 도로건설 수주 등…. 이 때문에 이 고속도로는 입찰에서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지난 91년 8월 대우는 이탈리아의 아스탈디사, 영국의 칼레코사 등 5개 건설회사와 2차에 걸친 입찰 끝에 공사금액 9억6천만달러에 3백40㎞의 4차선 도로공사를 수주했다. 그리고 올 2월에는 전체구간을 4차선에서 6차선으로 확장하고 시발점과 종점에 각각 17㎞의 추가도로를 건설하는 2억달러 규모의 건설계약을 추가로 체결됐다. 『아직 미개발국으로 남아있는 파키스탄의 잠재력을 감안할 때 이 공사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공사였기에 대우로서는 전력을 투구했다』는 것이 입찰에서부터 참여했던 김광수 상무의 설명이다. 공사금액이 말해주듯 이 공사는 1개사가 수주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엄청난 규모다. 전체 공사구간은 평야와 구릉, 산악지대가 산재해 토공물량이 4천6백만㎥로 덤프트럭 4백70만대 분량에 달하고 기층물량은 3백60만㎥에 이른다. 도로포장에는 2백12만톤의 아스팔트 콘크리트가 소요됐고 2천5백12대의 각종 차량과 중장비가 상시 동원됐다. 이 때문에 이 공사는 처음부터 어려움 투성이었다. 제1공구를 책임지고 있는 조명륜소장은 『처음 이 공사구간을 조사하러 왔을 때는 과연 도로를 낼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웠다』고 공사진행의 어려움을 표현했다. 전체를 4공구로 나누어 진행되고 있는 이 고속도로는 구간 모두가 난코스다. 라호르 기점 1, 2공구(1백80㎞)는 지대가 낮아 이 지역을 흐르는 강들이 해마다 범람하고 평야 곳곳에 거미줄처럼 얽힌 관개수로들은 공사의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침수를 피하기 위해서 1백80㎞ 전구간에 걸쳐 높이 2.5미터 이상 지반을 다졌다. 관개수로마다 교량을 건설했다. 3구간은 해발 7백m의 산악지역. 거대한 암염광산으로 이루어져 솔트레인지(Salt Range)로 불리는 이 공구는 지진이 심심찮게 발생해 아직도 기초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수주와 난공사보다도 어려운 것은 5년이라는 짧은 공기에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98년 선거를 의식한 파키스탄 정부가 이 공사를 5년만인 내년말로 완공을 독촉했던 것. 그렇다고 부실공사는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다. 앞으로 이 지역 진출을 계속하려면 손해를 보더라도 공사는 더 잘하고 봐야 한다. 더욱이 원리 원칙만을 고집해 국제적으로 「악명 높은」 호주의 스노이 마운틴사가 감리회사로 선정돼있다. 대우는 공기라도 맞추기 위해서는 철저한 현지화가 아니면 안된다는 판단하에 처음부터 인력에서 자재의 조달, 하청업체의 선정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현지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대형공사의 경험이 없는 파키스탄에서 기능인력을 구하기란 별따기나 다름 없었다. 현장의 인력조달을 맡았던 이진수이사는 『기능공을 구하기 위해 10여차례에 걸친 신문광고는 물론이고 공병출신의 제대군인과 중동 해외건설 공사 경험자, 필리핀 노동자들을 찾아 다니고…사람을 구하기 위해 안해 본 것이 없을 정도였지요』 고 당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또 아스팔트와 기름, 철근, 시멘트 등의 조달을 위해 선수금까지 주고 주문을 해놓으면 시장경제의 경험이 없는 현지 외주업체들이 누가 돈을 더주면 주문했던 자재를 팔아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4년여가 흐른 지금은 이런 초기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있다. 구하기 어려웠던 인력은 한 때 7천여명에 달할 정도로 수급이 원활하다. 이중 95.6%는 파키스탄 현지인력으로 조달됐고 한국인력은 관리자를 포함해 84명이 전부다. 어렵게 선발된 국내 고속도로 현장에 연수까지 보내면서 교육한 기능공들은 한국인 기능공의 80%에 달할 만큼 조련됐고 파키스탄의 외주업체와 자재공급선까지 갖추었다. 그리고 공사를 진행하면서 대우건설과 한국의 이미지를 새롭게 심고 있다. 높은 급여와 샤워시설까지 딸린 기술시설을 갖춘 대우건설 현장 근로자들은 현지인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고 월급날이 되면 이 지역 경제가 호황을 보일 만큼 지역사회 경제에도 커다란 몫을 담당하고 있다. 김광수상무는 『하청공사까지 포함하면 파키스탄 사람 10만명이 이 공사로 인해 먹고 산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이제는 파키스탄 지역에서 어떤 공사를 수주해도 경쟁업체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이 진정한 세계화가 아니겠습니까.』 마무리 공사를 독려하고 있는 김영호 본부장은 자신있게 말했다.<라호르(파키스탄)=민병호> ◎인터뷰/김영호 모터웨이 현장본부장/“대규모 철도건설사업도 추진” ­이번 파키스탄 고속도로 건설공사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파키스탄 입장에서는 항구도시 카라치에서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산업도시 건설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의 첫 번째 공사다. 그리고 아직 현대화된 산업도로를 경험하지 못한 파키스탄인들에게는 산업사회를 처음 소개하는 길이기도 하다. 대우 입장에서도 세계 최대규모의 도로건설공사를 턴키베이스 방식으로 수주했다는 점과 아직 미개척지인 인도, 파키스탄 지역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쟁이 치열했던 공사입찰에서 수주 비결은. ▲영국과 이탈리아업체가 참여해 2차 입찰까지 가는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해외건설에서 높은 기술력, 풍부한 국제건설 경험을 인정받은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 도로가 건설되면 어떤 효과가 기대되나. ▲파키스탄은 현재 정부주도하에 사회주의 체제에서 탈피해 시장경제로 전환, 경제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 고속도로는 파키스탄의 경제부흥에 기여하게 되는 것은 물론 한국과 파키스탄간의 협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공사추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인력, 장비, 자재의 조달이 어려웠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 공사로 현지에서는 세계 어느 업체와도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쌓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도로 건설로 쌓은 기업 이미지를 토대로 펀잡평원의 대규모 농업사업과 카라치, 아프카니스탄을 연결하는 철도건설사업 등 이 지역 진출을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다.<민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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