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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아, 돈아
입력1999-03-07 00:00:00
수정
1999.03.07 00:00:00
돈아, 나는 요즘들어 너의 도도한 권세와 횡포앞에 자꾸만 고개가 숙여지고 어깨가 처진다. 많은 사람들이 네 앞에서 맥을 못추고 쓰러져가는 현실을 보면서 너의 존재에 실망하고 공포하고 분노까지 일렁이고 있다.얼마 전, 어느 불쌍한 아버지는 너의 권세앞에 어린 자식의 손가락을 잘라 바친 일도 있었지 않느냐. 몇푼의 보험금을 노려 자식의 손가락을 자른 그 비정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부끄럽고 서글프다.
뿐이랴, 역시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자신의 팔 다리를 절단하는 해괴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더러는 달리는 차에 몸을 던져 보상금을 타내는 자해공갈단이 되기도 하고 더러는 자신의 심장과 콩팥도 서슴없이 꺼내 팔기도 한다.
돈아, 도대체 너의 정체가 무엇이냐? 네 따위가 무엇이길래 하늘보다 귀중한 인간생명을 그토록 잔인하게 핍박하고 있느냐. 내일 모레가 문화의 세기라는 21세기다. 네 귀에는 말짱 헛말로 들리겠지만 새 세기는 우리 인간들의 생명성이 복원되고 존엄성이 복원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너의 횡포를 견디다 못한 인간들이 이제는 물질의 가치보다 인간생명의 가치가 존중되는 시대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인류가 너의 권세와 위력에 대하여 쿠데타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몇푼의 보험금을 노려 어린 자식의 손가락을 잘라내고 자신의 팔 다리를 절단하는 나라에서 무슨 염치로 문화를 얘기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들먹일 수 있단 말이냐. 21세기를 주도하기는커녕 지구촌의 손가락질이 두렵고 그 알량한 구리동전 한 닢의 비웃음이 두려울 뿐이다.
우리가 약소민족으로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5천년의 역사를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떠한 물질적 가치보다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생명에 대한 외경심이 월등했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의 돈에 대한 관념이 어느정도였느냐 하면 돈을 탐하면 인간성을 상실한다하여 재물이 분에 넘치도록 쌓이는 것을 첫번째 수치로 꼽았다.
두번째는 주머니에서 엽전소리를 쩔렁대는 일이요, 세번째는 양반이 직접 물건값을 셈하는 일이다. 그래서 물건값은 하인을 시켜 셈하도록 했고, 부득이 돈을 만져야 할 경우에는 왼손을 쓰거나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선비체통이었다. 돈의 위세로부터 인간성을 보호하기 위한 처신이다. 그러던 것이 조선말엽 지배계층이 돈을 탐하고 돈의 위세가 기승을 부리면서 망국의 길로 치닫지 않았는가.
그런데 돈아, 우리 사회에는 지금 다시 돈에 욕심을 부리고 돈이라면 환장을 하는 징조가 되살아나고 있다. 너의 위세 또한 사람의 팔 다리를 잘라갈 만큼 횡포해졌으니 야단이 났어도 세상이 망할 정도여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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