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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 휘둘리는 국내 증시
입력2003-08-17 00:00:00
수정
2003.08.17 00:00:00
김호정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일 현재 전체 상장주식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이 37.5%를 기록했다. 15.5%인 국내 기관투자가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또 코스닥시장에서의 외국인 비중도 11%를 넘어섰다.
외국인의 매수는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집중돼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특정 종목에 대한 집중매수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SK에 이어 최근에는 현대엘리베이트가 타겟이 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8일 이 회사 지분 1.75%를 매수한 것을 시작으로 4일 연속 사들여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자본시장이 개방된 마당에 외국인투자 증가를 새삼 문제삼을 수는 없다. 더욱이 전체적으로 볼 때 아직까지는 외국인투자가 증시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가 훨씬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외국인 투자행태를 주시하는 까닭은 우리 증시가 그들에게 너무 휘둘리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경영권마저 위협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을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문제는 거의 전적으로 우리에게 있다. 개인들은 주식시장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외국인 따라가기에 급급하며, 기관들은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증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국인과 기관, 그리고 개인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상장 및 등록기업들이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한다.
외국인의 전횡을 막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일은 기관투자가의 역할 제고다. 기관투자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과거의 누적된 부실과 지나친 규제 때문이다.
우선 정부부터 주식은 위험자산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가는 변동하기 때문에 항상 위험에 대비해야 하지만 간접투자와 중장기 수요기반을 훼손할 정도로 규제하는 것은 곤란하다. 정부는 또 국내 기관들이 인수ㆍ합병과 구조조정을 통해 대형화ㆍ전문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연ㆍ기금이 장기투자를 할 수 있도록 투자한도를 늘리고 수익성 평가기간도 장기화하는 등 제도적ㆍ행정적인 개선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얼마전에 `원칙적 투자금지` 조항을 풀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들도 투명경영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더욱 힘써야 한다. 그것이 바로 경영권을 방어하는 근본대책이다.
아울러 정부는 기업 투명성을 강화하되 역차별은 해소하는 방향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관련규정도 개편해 나가야 한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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