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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의 구조조정
입력2003-01-07 00:00:00
수정
2003.01.07 00:00:00
증권회사의 수가 너무 많다. 시급히 구조조정을 시행해 숫자를 줄이고 대형화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다른 금융기관은 IMF 금융위기 이후 통폐합으로 숫자가 크게 줄었는데 증권회사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것이다.
IMF 직후 36개사이던 증권사수는 지난해 말 현재 44개사로 늘어났다. 그 사이에 8개사가 폐업을 한 것을 감안하면 16개사가 신설된 셈이다.
국내증권사와 똑같은 영업을 하고 있는 외국증권사 지점까지 합하면 현재 증권사수는 총 62개사에 이른다. 수수료 자유화, IT 혁명 등으로 증권업의 경영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돼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증권회사수가 이렇게 많아도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그러나 증권업계의 구조조정, 증권회사의 규모와 수를 생각하기 전에 우선 증권업의 성격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세계에서 증권업이 가장 발달돼 있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 증권업의 특징은 다양성ㆍ유연성ㆍ전문성이다. 미국의 증권회사수는 7,000여개쯤 될 것이라고 한다.
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증권사도 많기 때문에 정확한 증권회사수는 알 수가 없다. 설립되고 없어지는 게 다반사다. 증권업협회 회원사수가 주식시장이 폭락을 보였던 지난 87년 말에 6,722개사였던 것이 92년에는 5,254개로 줄었다가 어느 정도 환경이 개선된 95년 초에는 5,439개사로 늘어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증권업을 벤처비즈니스의 성격을 가진 `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창의력 있는 전문가들이 증권업에 진출할 수 있어야 증권업이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7,000여개 증권사 중에서 종업원수가 10명 미만인 증권사가 전체의 20%, 100명 미만인 회사가 6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증권업의 속성을 나타내주는 사례다.
전국 규모의 종합증권사는 10여개사밖에 안된다. 나머지는 대형 전문 증권사ㆍ지방증권사ㆍ소형 전문 증권사로 나눠진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이른바 `부티크하우스`라 할 수 있다.
이웃 일본도 미국의 경험을 배워서 증권업에 대한 정책을 180도로 바꿨다. 증권업을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98년까지 거의 늘어나지 않던 증권회사수가 98년 말 등록제로 바뀌면서 최근까지 90여개사나 늘어났다. 반면에 통폐합으로 간판을 내린 증권사수도 80여개사에 이른다.
신설된 증권회사를 보면 거의 대부분이 종업원 10명 미만의 전문점 형태의 증권사다. 기존 증권사에서 창의력 있는 전문가들이 독립을 해나간 것이다.
부유층을 대상으로 헤지펀드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증권사, 미공개 주식 전문 증권사, 자산관리형 개인영업 전문 증권사, 파생상품 전문 증권사 등이 그것이다. 반면에 준대형 종합증권사들은 스스로 살 길을 찾아 합병 등을 통해 대형화하거나 전문증권사로의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투신운용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최근 몇년 사이에 40여개사에서 90개사 가까이로 늘어났다.
이들도 대부분이 헤지펀드 전문, 소액 개인투자자 전문, 채권 전문, 파생상품 전문 등의 전문점 형태의 투신운용사들이다.
규모보다는 고객을 우선하고 `운용철학`을 지키는 투신운용을 지향하는 회사들인 것이다. 많은 투자가들은 점차 기존의 대형투신사보다 이들 전문점 형태의 투신사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한편 일본의 정책당국은 현재 1억엔(약 10억원)으로 돼 있는 증권업 등록기준을 1,000만엔(약 1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른바 증권대리점제도의 구상이다.
은행에 대한 구조조정 정책은 합병 등을 통한 대형화 정책인 반면 증권업계에 대해서는 다양성ㆍ유연성ㆍ전문성을 가진 증권사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구조조정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우리 증권업계와 정책당국자들이 참고해야 할 사례가 아닌가 한다.
<강창희 (PCA투신 투자교육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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