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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집행임원 의무화… "삼성에 추락하는 소니식 경영 하라는 것"

■ 논란 커지는 상법개정안<br>시행땐 경영권 분산… 오너중심 스피드경영 못해<br>주주 자본주의 위배·외국계기업 사냥감될 수도<br>재계 "전면 재검토" 요구 속 수정안 예의주시


"전세계가 한국의 스피드 경영에 주목하고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법 개정안은 이런 한국식 경영의 장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상법 개정안 가운데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재계의 우려를 사고 있는 '집행임원 의무화'에 대해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26일 "이 조항의 손질은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꼴이 될 것이므로 현재처럼 기업의 자율적 선택에 맡겨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재계가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가운데 집행임원 의무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김정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행임원 도입 등 분권화를 시행하다 삼성에 뒤처진 소니의 사례가 있는 반면 오너 복귀로 스피드 경영을 살린 도요타는 화려하게 복귀했다"면서 "집행임원 의무화가 멀쩡한 기업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집행임원 의무화는 경영권한의 지나친 분권으로 해외에서도 부러워하는 한국식 스피드 경영을 결정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

집행임원 의무화는 감독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업무집행만 전담하는 임원을 두는 제도로 동시에 이사회 의장과 집행임원은 겸임을 금지하고 있다.

집행임원의 범위와 대상은 시행령 등에서 정할 예정이다. 현재 범위와 대상에는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업 부문장 등 실질적인 업무 집행자가 유력시되고 있다. 결국 이렇게 되면 이사회 의장이 따로 있고 실질적인 CEO급에 해당하는 수 많은 집행임원들이 활동하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한국식 스피드 경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업의 오너나 대주주가 직접 CEO가 돼 일선에서 강력한 리더십 아래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것이다. 하지만 집행임원 의무화가 도입되면 이것이 불가능해진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행임원 의무화가 시행되면 수많은 집행임원들이 있고 오너는 직접 경영에 관여할 수 없는 구조"라며 "결국 빠른 의사결정과 공격적 경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대주주 1명에다 업무에 총책임을 지는 수많은 집행임원들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추광호 전경련 기업정책팀 팀장은 "업무 집행과 감독의 분리로 이사회가 배제되면 경영 효율성을 해치게 된다"며 "이사회와 집행임원 간 의견 불일치, 책임전가 등 수많은 부작용을 양산하며 스피드 경영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집행임원 의무화는 주주자본주의에도 위배된다는 게 재계 및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주주자본주의의 큰 원칙은 대주주 혹은 지배주주가 인사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골자다.

대주주 혹은 지배주주 입장에서 보면 현행제도 하에서는 주주총회에서 CEO 등을 선임할 수 있다. 하지만 집행임원 의무화가 시행되면 이사회에서 CEO 등을 선임하게 된다. 대주주 및 지배주주라도 이사회를 통해 CEO 등을 선임해야 하는 것. A기업의 한 관계자는 "지배주주로부터 독립된 사외이사가 많을 경우 대주주 등의 경영자 선임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오너 등 대주주의 경영권을 제약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집중투표제 등이 집행임원 의무화와 맞물릴 경우 기업사냥꾼의 경영권 찬탈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대주주의 3% 의결권 제한을 활용해 감사위원에 외국계 펀드가 오르면서 이사회를 어느 정도 장악할 경우 외국계 펀드가 집행임원까지 선임하는 시나리오도 불가능하지 않다. B사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외국계 펀드는 소수의 지분으로 기업 전반에 대해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며 "집행임원 의무화는 외국계 펀드의 국내 기업 공격을 더욱 용이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이렇게 문제가 많은 집행임원 의무화를 결사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상법 개정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입장을 전달한 만큼 정부의 공식 수정안을 보고 차후 대응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배 본부장은 "상법 개정안처럼 기업지배구조에 대해 '이것이 정답이다. 획일적으로 따르라'고 법으로 강제한 국가는 없다"며 "정부가 어느 정도 수용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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