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최악의 한파가 찾아온 13일, 경기도 수원 정자동에 사는 김경서(55ㆍ가명)씨는 강추위를 뒤로 한 채 부리나케 동 주민센터(동사무소)로 달려갔다. 이날부터 시작된 희망근로 신청접수를 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지난해 희망근로가 아니었다면 영락없이 노숙자가 됐을 것"이라며 "올해도 희망근로를 한다고 해 다행이기는 하나 지난해보다 사업을 줄인다고 해서 이거라도 못 하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를 이기고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지만 여전히 그 온기가 미치지 못하는 '윗목'은 남아 있다. 바로 고용이다. 광공업 생산도 늘어나고 설비투자도 증가하고 물가도 안정됐다지만 고용시장은 1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지금과 같은 '고용 없는 경기회복'이 계속될 경우 고용지표 악화로 경제위기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 미국의 상황이 우리나라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는 2,350만6,000명으로 지난 2008년보다 7만2,000명(0.3%) 감소해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127만6,000명) 이후 가장 많이 줄었다. 이에 따라 고용률은 58.6%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하락하면서 2000년의 58.5%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실업자는 88만9,000명으로 2008년보다 무려 15.5%(11만9,000명) 늘었다. 1999년 6월 통계청이 실업자 기준을 구직기간 4주 기준으로 산정한 이래 최대 규모다. 실업률 역시 3.6%로 전년 대비 11만9,000명(15.5%) 늘었다. 이 증가율은 통계청이 1999년 6월부터 구직기간 4주 기준으로 실업자를 산정한 이래 최대치다. 실업률은 3.6%로 0.4%포인트 상승하며 역시 현 기준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가 꾸준히 좋아졌다고는 하나 고용지표는 정반대로 계속 나빠지고 있다. 월별 통계로 따져봐도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2,322만9,000명으로 다시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실업자는 83만4,000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4만8,000명 증가했고 실업률 역시 3.5%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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