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로 접어들면서 거의 모든 증권사들이 내년 전망을 내놓았으나 내용은 모두 엇비슷하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상반기 경기둔화와 구조조정 리스크로 800~1000포인트 사이의 약세를 보이다가 경기 저점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후 하반기에는 유동성 장세로 주가가 급등하며 1,300~1,500선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올해 대표적인 증시 약세론자 였던 이종우(사진 왼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과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의 견해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김 센터장은 “각 증권사들의 내년 증시에 대한 견해가 비슷한 것은 이제 보일 것(악재와 부실)은 다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내년 전망을 내놨던 이 센터장은 최근 형성된 컨센서스에 대해 “논리적으로는 말끔한 전망이고 현재론선 반론이 없지만 시장의 컨센서스가 너무 일치된다는 점에서 재고의 여지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종우 HMC證 리서치센터장
저금리로 자금 증시로 이동 몇달새 40~50% 오를수도…상반기엔 채권 투자가 유리 ◇경기는 우울, 유동성은 활짝= 약세론자인 이들도 내년 상반기를 지나면서 주식시장이 약세를 벗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이유는 실물경기가 여전히 안 좋은 상황에서도 각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풀었던 유동성이 증시로 유턴하기 때문이다. 김학주 센터장은 “제로 금리 시대에 풀린 돈이 갈 곳은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시장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 거품은 내년에도 거품 해소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며 원유, 농작물 같은 상품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 가격이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종우 센터장은 “내년에는 성장과 물가의 합이 3%에 그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 경우 금리가 3%중반으로 떨어질 수 있는데 ‘사상최저 금리’ 라는 상징적인 숫자가 만들어지면 시중 자금이 주식으로 이동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동성의 힘으로 주가가 몇 달 사이 40~50%를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유동성장세의 지속 여부는 2010년 경기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김학주 삼성證 리서치센터장
경기둔화·구조조정등 영향 상반기 시장 분위기는 우울…전저점 인근서 매입 해볼만 ◇단기적으로 주식보다 채권이 매력적= 그러나 유동성 장세는 험난한 상반기를 지난 이후의 일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주식투자 매력이 크지 않다고 두 센터장이 공통적으로 말했다. 김 센터장은 “상반기에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계속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상당히 안 좋을 것”이라며 “죽어야 될 기업은 죽고 살아야 될 기업은 사는 대대적인 수술이 진행될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리스크를 안기 싫은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금리가 높은 은행채나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상품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러나 장기적으로 큰 장(場)이 기다리고 있어 오래 기다릴 수 있는 투자자들이라면 내년 상반기 주식시장이 흔들리며 전 저점에 다가갈 때마다 매입한다면 큰 수익을 올릴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상반기에는 상대적으로 주식보다는 채권이 낫다”면서도 “투자자들은 먼저 크게 내린 자산인 주식에 대해 아직도 제대로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부동산보다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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