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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공학과 교수

'실패한 연구. 그 속에는 뜻밖에 성공의 씨앗이 들어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이상엽 교수는 엉터리 '플라스틱 박테리아 공장'의 설계도를 찬찬히 뜯어보는 과정에서 항생제 등 의약품과 비타민, 향료 등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제품의 원료로 쓰이는 'R형 하이드록시 카르복실산'을 대량으로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이 교수는 박테리아를 이용, 고분자물질(썩는 플라스틱)을 대량으로 만드는 분야의 대가. 완전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1kg당 2달러에 만드는 방법까지 개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던 그는 더 효율이 높은 플라스틱 박테리아를 찾는 연구를 하면서 번번히 벽에 부딪쳤다. 우여곡절 끝에 썩는 플라스틱을 몸 안에 가득 담은 박테리아를 만들었는가 싶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금새 썩어서 못쓰게 되곤 했다. 박테리아가 스스로 플라스틱을 분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것은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 하는 자연스러운 대사(代謝)과정. 그러나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던 이 교수에게는 자존심에 흠집을 내는 못 된(?) 짓일 뿐이었다. '패배의 쓴 잔'을 마실 수는 없었다. 이 교수는 밤낮을 매달렸다. 이유를 알아야 했다. '박테리아가 플라스틱을 만드는데 효소가 작용했다면 분해 메커니즘 속에는 분명 효소가 있을 것이다' 가정해봤다. 이 교수는 그 효소를 찾아내 자신의 가정이 맞다는 것을 증명, 자존심을 회복한 것은 물론 분해과정을 맘대로 통제할 수 있게 됐다. 더구나 썩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R형 하이드록시 카르복실산을 대량으로 얻는 방법까지 개발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분해 효소를 못 만들게 되자 박테리아는 몸 밖으로 R형 하이드록시 카르복실산을 '줄줄' 쏟아낸다. 박테리아와의 싸움에서 좀 더 악착같았던 이 교수가 승리한 것이다. 그는 당당하게 박테리아가 몸 속에서 플라스틱을 썩히는 과정을 '자가 분해'라고 이름 붙였다. "박테리아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 공장이다" 이 교수는 박테리아의 생명현상을 제어하면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을 대량으로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대사(代謝)공학.' 예를 들어 어떤 박테리아의 생존환경을 변화시키면 플라스틱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다.박테리아가 포도당 등을 섭취한 뒤 몸 안에 이를 플라스틱으로 바꿔 저장하는 것이다. 혹독한 환경에 처했을 때 먹이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박테리아의 먹이는 포도당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탕수수는 설탕의 원료가 되지만 그 찌꺼기(당밀)는 처리가 매우 힘들다.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당밀은 박테리아의 좋은 먹이감이다. 설탕공장 옆에 박테리아 공장을 건설하면 원료비가 매우 적게들 뿐만아니라 오히려 돈을 받으면서 공장을 운영할 수 있다. 유유로 치즈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유청)도 박테리아 공장의 원료가 될 수 있다. 흔히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나무도 박테리아의 먹이가 될 수 있다. 결국 박테리아를 통해 '설탕에서 플라스틱으로, 플라스틱에서 정밀화학으로' 연관 산업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한다. 박테리아가 썩는 과정을 멈추게 하면 왜 다시 플라스틱을 만드는 과정으로 되 돌아가지 않고 몸 밖으로 같은 물질을 계속 배출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또 140개 종류에 달하는 R형 하이드록시 카르복실산을 모두 대량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21세기는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 시대다. 대사공학 연구는 산업적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37살의 이상엽 교수는 40대에는 BT로 우뚝 서는 야무진 꿈을 꾸어본다. 이상엽 교수 약력▦64년 경남 거창 생▦86년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91년 노스웨스턴대 화학공학과 박사▦92~94년 KAIST 생물공정연구센터 연구원▦94~99년 생물공정센터 참여교수▦2000년 미국 텍사스대 초빙교수◇수상경력▦96년 제 1회 한중 청년학술상 공학부문 수상▦97년 한국과학기술원 학술상 수상▦98년 제 1회 젊은과학자상 화공생명계열 수상▦99년 과학기술부 선정 신지식인▦2000년 제 1회 Elmer Gaden 상 수상 문병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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