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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경쟁력이다]보험, 위험관리가 최우선

위기감지되자 변신 서둘러 생존'생보불사(生保不死)' 생명보험사는 수십만건의 계약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라 때 망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원칙처럼 여겨져 왔던 이 논리는 이미 폐기처분된 지 오래다. 국내 생보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던 일본 생보사들이 무려 7개사나 줄줄이 쓰러졌기 때문이다. 투자수익률이 고객들과 약속한 이율을 밑돌면서 발생한 역마진 문제가 일본 생보업계를 강타, 중대형 생보사들이 결국 문을 닫았다. 그러나 일본의 모든 보험사가 경영악화에 시달리며 부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역마진의 소용돌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오히려 구조조정의 시기를 기회로 잡은 보험사들도 적지 않다. 누가 먼저 위기를 감지하고 변신을 시도했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졌다. 역마진의 먹구름이 짙게 깔리고 있는 국내 생보업계에 역마진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끝내 도산한 일본 닛산(日産)생명과, 이를 극복하고 우량 생보사로 거듭난 다이도(大同)생명의 사례는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전략적 교훈이 될 것이다. ◇무리한 외형확대ㆍ고위험 투자의 결과 일본 생보사가 문을 닫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7년. 업계 13위의 닛산생명이 도산하면서 시작됐다. 닛산생명은 자산규모 2조610억엔, 수입보험료 2,000억원으로 파산 당시 업계 13위의 중견 생보사 였다. 닛산생명의 위기는 80년대 후반 경영진의 적극적인 외형확대에서 비롯됐다. 규모를 키우기 위해 예정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개인연금을 집중적으로 판매, 88년에는 개인연금의 판매비중이 보유계약에서 72.1%나 차지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개인연금의 업계 평균 판매비중은 9.6%였다. 물론 닛산생명도 위기를 감지하고 보유계약의 구조전환을 시도했으나 개인연금이라는 특성상 준비금 구조의 개선이 지연되면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닛산생명 파산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교훈은 자산운용의 중요성이다. 닛산생명은 고이율 상품의 과다판매를 지탱하기 위해 고위험 자산을 과다하게 운용함으로써 화를 자초했다. 파산직전인 96년말 닛산생명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등 위험자산은 총자산대비 36%. 이런 위험자산 비중이 큰 또 다른 이유는 단체보험의 판매를 위해 고객기업의 주식을 매입해주는 정책투자를 일삼았기 때문. 이런 정책투자에 의한 대량 주식보유는 단체보험 가입을 통한 이익이 주식의 평가손을 능가한다는 영업우선 논리에 밀려 유지됐다고 한다. 그러나 주가하락으로 인해 결국 평가손이 영업이익을 웃돌게 됐다. 더욱이 닛산생명은 정책에 따른 주식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외국 투신사의 주문형(order- made) 금융파생상품인 '임조채(任組債)'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가 실패해 파산을 앞당겼다. 실제로 파산 당시 채무초과액 3,000억엔 중 약 70%가 임조채로 인한 손실로 추정됐다. 결국 닛산생명은 94년부터 경상적자를 보이기 시작해 97년 업무정지 명령을 받아 프랑스의 쁘렝탕 그룹에 인수되는 운명을 맞았다. ◇위기 감지후 신속한 변신, 성공 사례로 남아 닛산생명의 도산을 신호로 일본에서는 7개의 생보사와 1개의 손보사가 파산했다. 그러나 일본 보험업계를 강타한 역마진 문제를 해결한 후 이전보다 더욱 영업기반과 재무구조가 견실해진 보험사도 있다. 자산규모 5조7,000억원으로 일본 생보업계 9위인 다이도생명이 그 중 하나다. 다이도생명도 80년대 버블기에는 다른 생보사와 마찬가지로 예정이율이 높은 양로보험을 위주로 판매, 87년 현재 총 보유계약중 23%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자산운용 수익을 높이기 위해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높여 88년 주식과 외국증권의 비중이 전체 자산중 46%에 달했다. 이에 따른 결과로 다이도생명도 90년대초부터 역마진이 발생, 94년 220억엔, 95년에는 역마진 금액이 무려 540억엔으로 늘었다. 그러나 다이도생명이 '성공한'보험사로 부각될 수 있는 것은 역마진이라는 위기의 징후가 발견됐을 때 과감한 변신으로 경영시스템 전반을 개혁했기 때문이다. 90년 취임한 가와하라 사장은 영업조직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자산부채관리(ALM)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경영방향도 수익성 위주로 전환했다. 특히 다이도생명의 노력은 안정적인 상품 포트폴리오 구축에서 두드러진다. 금리 부담이 됐던 양로보험의 비중을 94년 11%까지 끌어내리는 대신 예정이율 조정이 탄력적인 단체연금의 비중을 87년 27%에서 38%로 높였다. 단체보험의 예정이율도 93년 4.75%에서 99년 2.15%로 세차례에 걸쳐 인하, 역마진의 충격을 흡수했다. 또 다이도생명은 일본의 버블경제가 막을 내릴 무렵, 신속하게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 88년 13%에 불과했던 공사채 비중을 94년 33%까지 높였고 반면 주식 투자비중은 같은 기간동안 10%를 줄였다. 이밖에 판매 채널을 대리점 중심으로 전환해 영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상품, 자산운용, 판매 시스템 전반을 개혁, 99년 역마진금액을 70억엔으로 대폭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이처럼 체질개선에 성공하자 신계약도 크게 늘어 99년3월 일본 생보업계의 신계약율이 마이너스 9%인데 비해 다이도생명은 1.7%를 기록했다. 체질 개선과 더불어 영업기반이 탄탄해지자 자연스럽게 신용등급도 향상 S&P로부터 A+의 신용등급을 받았다. 다이도생명은 이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99년1월 여성 설계사 위주로 지역ㆍ개인영업에 강한 타이요(太陽)생명과 제휴, 연간 60억엔의 사업비 절감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내년 4월에는 타이요생명과 합병,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동시에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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