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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공습] "공격목표는 바그다드 아니라 탄핵모면"
입력1998-12-17 00:00:00
수정
1998.12.17 00:00:00
「왜 섹스 스캔들을 잠재우는데 수십발의 미사일이 필요한가.」미국과 영국이 무기사찰을 거부해온 이라크에 대해 또다시 군사공격을 감행한 17일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내부에서조차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비판은 「사막의 여우」작전 결정이 내려진 게 「왜 지금인가(WHY NOW)」하는데 모아지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미 하원의 탄핵표결이 17일(미국시간)로 예정되어 있는 만큼 이를 무마하기 위해 표결 하루전에 공격을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게 국내외의 반응이다.
미국의 이번 군사공격은 표면적으로 유엔 무기사찰단(UNSCOM)의 이라크내 사찰활동에 대한 사담 후세인 정권의 협력거부를 응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 이라크는 지난달 14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중재 이후 사찰을 무조건 허용키로 한 약속에도 불구, UNSCOM의 활동을 사사건건 방해해왔다.
약속을 한지 열흘도 안돼 바그다드 상공을 선회하던 UNSCOM의 헬리콥터를 위협했고 지난 9일에는 집권당인 바트당 사무실을 조사하려던 UNSCOM의 사찰활동을 가로막아 사찰단의 이라크 출국을 유도했다. 특히 지난 16일에 이라크가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돼 있는 지역을 침범, 미·영 양국의 군사행동에 대한 구실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같은 이라크의 잇따른 약속위반이 곧장 서방국들의 군사행동으로 연결될 수는 없다는 게 국제사회의 지적이다. 이번 군사공격의 경우 사찰단이 바그다드를 떠나자 마자 신속하게 단행된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긴급 소집된 유엔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중국의 친화순(秦華孫) 대사가 성명을 통해 『많은 회원국들이 사찰단을 철수시킨 UNSCOM의 결정 근거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주장, 사찰단 철수에서부터 군사행동까지가 미국의 전략에 따른 것이었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의혹을 의식한 듯 클린턴 대통령도 대국민성명을 통해 『공격시점을 이날로 잡은 것은 19일부터 시작되는 이슬람교의 금식기간인 라마단을 피해 아랍권에 대한 결례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윌리엄 코언 미 국방장관은 『라마단 기간에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언급, 클린턴 대통령의 현란한 말장난을 또다시 드러냈다.
따라서 이라크 응징의 원칙적 동조에도 불구, 클린턴은 서방의 지지를 얻는데는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사막의 여우」작전에 영국만 가담한데다 일본의 제외한 대부분의 강대국들이 미국의 행동을 비난하고 있다. 영국의 블레어 정권 역시 이라크로 가는 「제3의 길」을 찾지 못한 채 보수당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답습, 따가운 여론의 화살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코언 장관이 호언한 것과는 달리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 추가적인 공습을 감행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클린턴은 「사막의 여우」작전을 통해 미 하원의 탄핵표결을 잠시 연기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이번의 무모한 결정이 오히려 그의 정치생명을 단축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폭격 직후 이례적으로 달러화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반응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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