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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 다르고 속 다른' 옛 재경부

"법인·유류세 인하 부작용" 주장하면서 인수위에 감세안 보고<br>통합신당·시민단체 "반대"에 대응논리까지 제시<br>R&D 세율공제율 10%로 상향조정 검토 의견도


참여정부 시절의 재정경제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감세정책에 대해 겉으로는 소신을 지키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코드 맞추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재경부는 법인세ㆍ유류세 인하의 부작용을 우려하면서도 구체적인 입법 추진안은 물론 당시 여당이었던 대통합민주신당, 시민단체 등의 반대 입장에 대한 대응 논리까지 제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떠오르는 권력에 약한 것은 관료의 특성이지만 경제 수석부처로서의 자존심을 쉽게 내팽개친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에 비판이 나오고 있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경부는 올해 초 인수위 경제1분과에 제출한 ‘조세분야 주요과제별 추진방안 검토’ 보고서에서 한나라당의 법인세 인하안에 대해 “고령화, 통일에 대비한 재정 수요를 감안해 단계적으로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하고 이와 연계해 최저한세율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 또 비과세ㆍ감세의 축소, 정비 등 세원기반 확충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재경부는 지적했다. 이 같은 재경부의 안은 즉각 인수위 정책으로 발표됐다. 당시 재경부는 공식적으로는 법인세율 인하에 대해 재정 건전성 악화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재경부는 특히 이 보고서에서 법인세율 인하를 위한 입법 추진 고려 사항으로 “통합신당, 민주노동당, 시민단체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4월 총선에서 여당(한나라당)의 다수당 확보 여부가 관건”이라며 여론 플레이 방안까지 제시했다. 재경부는 ▦세계 각국의 경쟁적인 법인세율 인하 추세 ▦경제적 효과가 단기적으로는 불분명하나 중기적으로 투자에 긍정적인 효과 ▦비과세ㆍ감세의 축소, 정비 등 세원기반 확충 방안 병행 ▦세수 감소 혜택에 따른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문제는 공정 경쟁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 등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재경부는 스스로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다고 분석한 법인세율 인하의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해 ‘영혼없는 관료’의 전형을 보여줬다. 재경부는 이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과거 5차례에 걸친 세율 인하 때 경제지표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다”며 투자ㆍ성장ㆍ고용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흔히 모범 사례로 꼽히는 아일랜드의 성공은 협력적 노사 관계, 영어 사용, 지정학적 위치, 정치 안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뿐 낮은 법인세율이 결정적인 요소로 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의 경우 감세조치를 시행했던 레이건ㆍ부시 행정부 시절 재정 수지만 악화됐고 경기회복 기여도는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감세→경제성장→세수증가→건정 재정 유지’라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클린턴 행정부는 재정적자 축소를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소득세율 인상 등 증세정책을 실시했지만 조직혁신과 구조조정, 지식기반산업 육성 등으로 10년에 걸친 저인플레ㆍ고성장의 장기호황을 누렸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일본의 소득세ㆍ법인세 세율 인하 등 지속적인 감세 정책에도 가처분소득 증가가 소비로 연결되지 않아 재정적자만 오히려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재경부는 또 “우리나라는 조세수입 중 법인세수 비중이 소득세ㆍ재산세ㆍ유류세 등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이나 경제상황이나 정책 목표에 따라 경감 대상 세목이 다르고 법인세율 인하 때는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우려감을 표시했다. 재경부는 또 당시 쟁점이던 유류세 인하 및 탄력세율 조정에 대해 겉으로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인수위에는 ‘수송용 유류에 한 해 세율 10% 인하, 탄력세율 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재경부는 유류세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분석해 표리부동의 태도를 보였다. 재경부는 서민가계 및 영세자영업자의 유류세 부담 경감 등의 긍정적 측면은 있지만 ▦시장원리 배치 및 온실가스 감축에 부정적 영향 ▦소비자가 아니라 주유소에 혜택 집중 ▦매년 1조9,000억원에 이르는 세수 감소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특히 택시ㆍ버스ㆍ화물차ㆍ농어민 등 소외 계층보다는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될 것으로 분석했다. 재경부에 따르면 경감액 가운데 월소득 51만3,000원 이하의 1분위 계층에 돌아가는 비중은 2.7%, 2분위는 3.2%, 3분위는 5.3%에 그친 반면 824만7,000원 이상의 10분위 계층은 26.4%, 9분위는 13.7%, 8분위는 12.3%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재경부는 또 인수위가 연구개발(R&D)을 위한 시설투자 때 세율공제율을 7%에서 10%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내세운 데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도 일반적으로 소득공제보다는 세액공제 제도를 더 많이 운용하고 있으며 실효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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