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서로 대출을 받는 중소기업들에 대해서까지 꺾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들은 과거의 관행이던 꺾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가 올해부터 리스크(위험) 관리를 대폭 강화한 바젤2가 시행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24일 중소업계 및 시중은행에 따르면 서울 가양동에 위치한 A사는 지난해 기보로부터 보증서를 받아 모 은행에서 1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A사는 은행 담당자의 권유로 월 600만원씩 불입하는 정기적금에 가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은행 담당자가 강요는 아니라면서 적금에 가입해줄 것을 부탁해 어쩔 수 없이 들어줬다"며 "계속 거래하는 입장에서 담당자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사실상 무리"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특히 기존 기보 보증대출에 대한 꺾기 적금을 해지하고 신규 보증대출에 대한 부분까지 합쳐 새로 가입하게 돼 금전적 손실도 입게 됐다. 이 회사는 기존 기보 보증대출이 3억원 정도 있었다. 이 관계자는 "매번 꺾기 적금을 가입시키면 관리하기가 어려워 그렇게 한 것 같다"며 "계약 해지에 따른 금전적 손실은 차치하고라도 매달 600만원씩 현금을 은행에 넣어야 돼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은행 담당자는 "적금은 A사가 나중에 대출금을 갚기 위한 용도로 자발적으로 가입한 것이며 중도 해지 역시 A사가 목돈이 필요하다며 스스로 그 동안 불입한 돈을 찾아가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서울 구로동의 B사 역시 기보 보증대출이 두 은행에서 22억원 정도 되는데 이 가운데 15% 정도 되는 금액을 만기에 타는 적금의 형태로 두 은행에 불입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과거처럼 은행이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담당자의 요구를 거절하게 되면 이후 거래하기가 아주 어려워지기 때문에 하자는 대로 해준다"고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바젤2 도입을 앞두고 꺾기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훨씬 타이트해졌다"며 "기보가 보증하는 대출마저 꺾기를 하면 보증받는 의미가 없지 않냐"고 하소연했다. 이밖에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C사 역시 기보 보증대출 16억원 가운데 15% 정도는 두 은행에 적금으로 불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은 은행이 기보가 보증한 대출에 대해서도 꺾기를 하는 것은 원금의 85%까지만 보증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15%는 은행의 책임으로 신용대출을 해주도록 돼있지만 떼일 것을 우려해 적금 등의 방법으로 채권 회수장치를 마련해놓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바젤2 도입으로 가뜩이나 자금 사정이 어려운데 매달 적지않은 돈을 은행에 집어넣어야 돼 힘들다"며 "은행은 대출자금 상환용이라고 하지만 원하지 않는 적금 가입이 꺾기가 아니면 뭐냐"고 항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