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사진)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르면 내년 5월이면 미국 의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본부장은 지난 22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미국 내에서는 내년 5월까지는 처리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분위기가 대체적"이라면서 "2월쯤 제출되면 3, 4, 5월 석 달 남짓이면 의회 절차가 다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에서 계속 반대하고 있어 (오히려) 우리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며 "미국 동향을 좀 보면서 가는 게 정치 부담이 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달 초 미국과의 추가협상을 마무리 지은 뒤 세미나ㆍ토론 등 연일 강행군을 이어왔다. 그럼에도 그는 인터뷰 내내 이번 협상의 뒷이야기와 앞으로의 전망 등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연평도 포격 등과 관련해 추가협상 시기의 적정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우리 내부적으로 여러 번 장관회의를 하면서 정부 입장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미국 측도 준비가 필요했고요. 연평도 포격을 다 계산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물론 정부 안에서 오해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 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추가협상이 지금까지 안 됐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이 지난 오늘 협상하러 떠나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당연히 같은 비판이 나옵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피차 하지 말자고 했고 협상할 때는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본의 아니게 '협정문에 점 하나 고치지 않겠다'고 해서 거짓말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겠죠. 설명하자면 구차한 변명이 되는데. 그때 거짓말하겠다고 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다 된 것을 가지고 물리자고 하면 안 된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같이 물리자고 나서면 처음부터 판이 깨집니다. -한미 FTA 조문화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조문화 작업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단어마다 숨어 있는 뜻이 다르기 때문에 단어 하나로 싸우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번에 미국에서 대부분 작업을 다해서 다시 만날 이유는 없을 것 같고 전화나 e메일로 정리하면 될 것입니다. -비준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아직 미국 노조 일부가 반대하고 있지만 공화당ㆍ민주당이 모두 지지한다고 밝혔고 미국 내부적으로는 전보다 많이 완화돼 강도가 강하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등 한나라당 의원 22명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직권 상정시 국회 본회의 표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강행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똑같이 뒤집어보면 서로 간에 물리적 충돌 없이 잘 해보자는 것 아닙니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쌍방이 있으니 충돌이 나는데 한 쪽에서 그렇게 한다면 다른 쪽에서도 호응을 해주면 좋겠죠. -세이프가드에 대한 논란이 큰데요. ▦세이프가드는 관세가 감축돼야 하고 수입급증으로 해당 산업에 피해가 있다는 요건이 기본입니다. 지난 50년간 어느 나라가 몇 번 발동했는지 들여다보면 아주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철강 산업이 어려워지면서 우리에게 두 번 발동했죠. 그때마다 우리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져갔고 미국이 모두 깨졌습니다. 지금 전세계에서 자동차를 대상으로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경우가 없습니다. 나라끼리 조금 어려워졌다고 발동하면 상대방이 가만 있지 않죠. 그럼 무역전쟁이 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세이프가드는 벽에 걸어놓은 '칼집 속의 칼'과 같습니다. 오늘 현재로서 상황을 판단하고 지금까지 가고 있는 추세로 봤을 때 별로 걱정할 것은 아니다 싶네요. -유럽연합(EU)쪽에서 자동차와 관련한 문제를 꺼내지 않습니까. ▦아직 특별한 제스처는 없습니다. 온실가스ㆍ연비 문제는 FTA와 별도로 우리가 도입하는 제도라는 맥락에서 미국과 협의했고 EU와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것 외에 특별히 미국과의 추가협상을 갖고 EU가 나올 것은 없다고 봅니다. 이탈리아도 다른 이야기가 없습니다.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이 국회를 통과했는데요. EU 반응은 어떻습니까. ▦EU도 실제 어떻게 시장에 운영되고 외국인 투자자들 사업운영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지 상당히 걱정하고 있어요. 그런데 냉철하게 생각했을 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상대방과 분쟁을 해야겠다 생각하면 타이밍과 결말ㆍ반작용 등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기 때문이죠. 제가 미국과의 제로잉(덤핑마진 계산법) 분쟁을 끌고가기로 작심하는 데 7~8개월가량 고민했었습니다. -한중 FTA는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중국은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이고 지리적으로 보나 시장 규모로 보나 서로 간 시장진입에 대한 장벽을 낮출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현지에 투자한 기업들에는 관세를 떠나 중국 시장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현지 기업들이 안정성ㆍ투명성ㆍ예측가능성ㆍ지적재산권 등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들었습니다. 중국이 그런 부분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중국은 계속 적극적인 입장입니까. 우리만 움직이면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지요. ▦하자고 하는 것과 실제 속도 있게 나가는 것은 다릅니다. 그런 케이스를 많이 봤습니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민감 품목에 대한 정부 간 사전협의를 끝내야겠죠. 하반기부터 언제쯤 협상을 시작할지를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농업계에서 굉장히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지속되는 것 같아요. 농업은 산업적인 측면뿐 아니라 정치적인 함의가 크기 때문에 정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결정'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미국ㆍ중국 등 외에 꼭 FTA가 필요한 데가 있다면 어디라고 생각하시는지. ▦미국ㆍEU 등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국가와의 FTA가 발효되면 우리 교역의 60~70%를 차지합니다. 나머지 나라들 중에서는 브라질과 러시아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브라질은 우리와 거리도 떨어져 있고 자원이 풍부한 나라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급자족이 충분하기 때문에 외부와 거래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덜한 것 같습니다. 러시아는 WTO 가입이 안 돼 있어 가입 이후에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은 내년에 마무리됩니까. ▦지난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이 올해 '엔드게임'을 하자고 한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엔드게임이란 협상 단계가 올라올 만큼 왔으니 이제 주고 받기를 하자는 것이죠. 그 배경에는 내년을 넘기면 오는 2012년에는 미국 대선 등 많은 나라들의 정치일정으로 합의를 도출해내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있습니다. WTO에서 내년 1ㆍ4분기까지 내용(텍스트) 수정을 하고 상반기까지 합의해 연말까지 끝내자는 분위기입니다. -회의적인 시각도 있던데요. ▦지난 10년 동안 DDA와 자유교역 확대가 좌절의 연속이었던 것은 결국 경제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개별 국가마다 정치권의 최종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보호조의의 득세 속에 '어려운 데 무슨 개방이냐' 그런 회의적인 시각이 나왔죠. DDA가 되면 그런 분위기도 바뀔 것입니다. 특히 DDA는 양자 관계에서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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