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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굴곡된 결혼생활

생텍쥐페리의 전설적인 사랑<br>알랭 비르콩들레 지음, 이미지박스 펴냄


소설가는 소설로 말한다. 그래서 소설 속에 담긴 주인공들의 모습은 마치 작가의 모습인양 비춰진다. 성경과 자본론 다음으로 많이 번역됐다고 하는 '어린왕자'. 아마도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닌 제대로 된 책 읽기 방식으로 따진다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익힌 책이 아닐까. 소설 어린왕자를 읽는 독자들은 어린왕자와 작가 생텍쥐페리의 이미지를 중첩시키는 실수를 범하기 십상이다. 그의 삶은 어린왕자처럼 순백의 아름다움만으로 가득 찬 것은 아니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을 것 같은 그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차례 이혼 경력을 가진 아내 콘수엘로가 있었다. 프랑스 작가 알랭 비르콩들레는 생텍쥐페리 부부의 연애편지, 메모지, 스케치 등을 바탕으로 그들의 굴곡 많았던 결혼생활을 추적한다. 콘수엘로의 비서였던 호세 마르티네스 프룩투오조가 보관해 오던 자료가 이 책의 골격이다. 생텍쥐페리는 아르헨티나 여인 콘수엘로에게 첫 눈에 반한다. 처음 만난 날 그녀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 그는 "이 손을 영원히 내게 주세요"라며 프로포즈한다. 하지만 생텍쥐페리의 가족은 그녀와의 결혼을 집요하게 반대한다. 결혼 후 시댁으로부터 엄청난 냉대를 받았던 그녀는 또한 생텍쥐페리의 잦은 외도 때문에 자주 상처를 받았다. "내 마음은 질투로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내 몸을 흐르는 에스파냐인의 피가 끓어올랐다. 그이는 립스틱을 잔뜩 묻힌 손수건을 여러 장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질투하고 싶지 않았지만 슬퍼졌다." 콘수엘로의 고백은 마치 멜로드라마의 비극적 여주인공의 대사와 같다. 타고난 방랑벽으로 생텍쥐페리는 끊임없이 아내를 떠나지만 결국 그녀를 그리워하고 잊지 못한다. 마치 사막을 여행하는 방랑자가 오아시스를 그리워 하듯. 어린왕자엔 "사막이 아름다운 건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생텍쥐페리의 삶이 빛을 발한 건 아마도 콘수엘로라는 여인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올해 어린왕자 탄생 60주년을 맞아 세계 11개국어로 동시 번역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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