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환율에 국내 거주자의 외화예금이 10% 가까이 급감했다. 정부가 외화예금을 늘리는 시중은행에 인센티브를 제공하지만 실제 예금자들이 외화예금을 늘리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금리 이익보다는 환차손을 우려하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년 1월 말 현재 거주자 외화예금 현황'에 따르면 지난 1월말 현재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은 325억1,000만달러로 전월 말보다 9.8%(35억2,000만달러) 감소했다. 외화예금 잔액은 지난해 10월 393억9,000만달러로 400억달러에 육박하는 규모까지 늘었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11월 383억8,000만달러 ▲12월 360억3,000만달러 등 3개월 내리 줄었다.
주체별로 기업 외화예금이 33억3,000만달러 줄어든 297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개인 외화예금은 1억9,000만달러 감소한 38억달러였다. 통화별로는 미달러화(263억5,000만달러)가 81%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유로화(33억1,000만달러ㆍ10.2%), 엔화(19억2,000만달러ㆍ5.9%)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연초 기업들의 수입결제자금 인출 규모가 수입대금 입금 규모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며 "무역수지흑자 규모가 줄어 기업에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외화예금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원ㆍ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외화예금금리를 결정하는 리보(LIBOR)가 하락한 것도 외화예금의 매력을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게 되자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외화예금 확충대책이 실제 시장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은행이 외화예금을 늘릴수록 외환건전성부담금을 줄여주는 시행령 개정안이 실제 시행된 지 얼마 안 된 만큼 시간이 좀 더 지나야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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