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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과연 저금리가 문제일까


'기준금리'라는 용어 하나만 알면 너나없이 금리정책에 대해 한마디 거들던 백가쟁명이 무색하게 문제의 금리인하가 쉽게 단행됐다. 그러자 이제는 저금리 때문에 노후생활이 큰일이라고 난리가 났다.

저금리가 계속된다면 은퇴자 입장에서는 같은 금액의 노후생활비를 얻기 위해 과거 5%대 금리 시기보다 두 배나 많은 목돈이 필요하다는 것이요, 은퇴를 준비하는 저축자들에게는 매달 저축금액이 두 배 이상 들어간다는 걱정이다. 계산기만 두드리면, 아니 단순한 암산만으로도 뻔히 알 수 있는 이런 저금리 효과가 과연 진짜 문제일까.

사실 문제는 고금리 때부터 있었다. 지금은 2%대에 불과한 정기예금 금리의 경우 지난 13년간 평균 금리는 4.7%로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생활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더도 덜도 없이 1%다.

따라서 2000년 이후 정기예금에 가입해 매년 이자소득으로 생활비를 쓰고 원금은 보존했다 하더라도 그 원금의 가치는 당초의 60%밖에 안된다. 실제 내용상으로는 원금의 40%를 까먹으면서 생활한 것이다. 원금의 가치를 원래대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고작 연 1%씩만 꺼내 썼어야 했지만 말이다.

순수 저축자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00년에 1억원을 예금했으면 지금 원리금 합계가 1억9,000만원이 돼 많아 보이겠지만 이것도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1억1,500만원의 가치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명목금리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정작 중요한 것은 실질금리라는 말이다.

문제의 핵심은 저금리 시대의 도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훨씬 이전부터 우리가 노후자산 준비의 상당 부분을 1%에 불과한 실질금리에 의존해 왔다는 데 있다.



이는 노후자금은 무조건 '안전이 제일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무위험 수익' 자산이라고 알고 있는 많은 금융상품들이 실제로는 물가 위험을 감당하지 못하는 '무수익 위험' 자산이라는 사실을 깨우칠 필요가 있다.

원리금 보장상품은 금리가 높든 낮든 관계없이 노후대비 상품으로서는 함량 미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은퇴시장이 잘 갖춰진 대부분의 외국에서는 원리금 보장상품의 투자 비중이 작다. 우리나라가 그들과 비교해서 특별히 더 위험할 것도 없다는 국제신용평가 결과를 믿는다면 우리도 지나치게 국내 안전자산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좀 더 투자 대상을 중위험 중수익 상품 이상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

마침 고질적인 보수적 투자행태를 개선해야 할 시점에서 저금리가 그 촉매가 돼 준다면 말도 많은 저금리 시대 도래는 저축자에게나 은퇴자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순기능을 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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