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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살고 보자" 현대차 노조도 변화조짐

"공장간 탄력적 생산 통해 불황탈출" 공감<br>일감 싸고 고질적 勞勞갈등 재연될 수도


“긴축경영에 목표치 미달 등 우울한 지표들이 쏟아져 나오면 전환배치 논의가 물꼬를 트게 될 것입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한 관계자는 잔업 및 특근 중단은 물론 일부 공장의 정상 근무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생산직 전환배치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이제는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현대차는 지난 11월 내수는 물론 해외 판매에서도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전월에 비해 내수는 32%, 해외에서도 9% 가까이 실적이 줄었다. 실적 발표와 함께 현대차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국내 전공장의 잔업과 특근을 중단, 본격적인 감산에 들어갔다. 생산량 조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이 같은 판매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생산이 시급한 상황. 팔리지 않는 차의 생산량은 줄이고 그나마 팔리는 차를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전환배치 안 될 때는 공장 간 불균형 더 심해져=현대차의 경우 전환배치가 불가능해 탄력적인 생산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판매량이 급감한 싼타페와 베라크루즈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하는 울산 2공장에서는 잔업과 특근은 물론 정상조업도 주ㆍ야간 각각 4시간으로 줄어 나머지 4시간은 교육으로 때우고 있다. 반면 아반떼와 i30와 같은 소형차를 생산하는 3공장은 이달에도 잔업은 물론 8번의 특근이 모두 예정돼 있다. 국내에서도 비교적 판매가 되는데다 해외 주문 물량이 밀려 있기 때문. 상식적으로 2공장의 인력을 3공장에 투입해 시간당 생산대수를 늘리면 되지만 현대차에서는 이것이 노조합의 사항이기 때문에 회사가 임의대로 인력을 배치할 수 없다. 일감이 없는 공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자를 모집해 다른 라인에 투입하는 식의 전환배치는 미미한 수준에서 진행되기도 한다. 울산공장의 경우 2공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자를 받아 에쿠스 후속으로 내년 2월 출시될 예정인 VI 생산 라인에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인력배치는 근로자 개인이 원할 경우에만 가능해 회사가 기대하는 생산 효율성을 얻기 힘들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이 일감은 우리들의 것이다’라는 공장 간 이기주의가 너무 뿌리 박혀 있어 현대차처럼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최근과 같은 자동차 시장의 위기상황이 이 같은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살고 보자”, 노조도 전향적 분위기=실제로 현대차 생산 라인에서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공장 간의 생산량 편차가 워낙 심해지면서 노조 내부에서도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전환배치가 고용불안을 야기한다”고 주장해오던 노조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지부의 한 관계자는 “노조도, 회사도 돌파구를 찾기 위해 더 어려운 위기가 닥쳐야 한다”고 반문하면서 “그렇지 않다면 누가 기득권을 포기하려고 하겠냐”라고 말했다. 그는 “12월 중순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감산 규모와 경영 목표치가 담긴 내년 사업 계획 설명회를 가진 후 전환배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울한 지표들을 가지고 노조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감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현대차 노조의 고질적인 노ㆍ노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 4월 만해도 현대차 울산 3공장 노조원들은 신차 생산물량을 더 달라며 특근을 거부했고 아산공장 직원들은 일감을 줄 수 없다며 특근 거부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일단 살고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예전처럼 무턱대고 반대만 할 수는 없는 상황. 사측의 한 관계자는 “노ㆍ노 간 갈등이 예전 같지 않다면 사측과의 논의는 예상보다 순조롭게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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