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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차원 통상전략 필요

통상문제가 중요한 경제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산 마늘 수입 논란은 통상협상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가르쳐줬고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의 사이에는 철강과 자동차 분야가 통상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철강산업에 대한 통상마찰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미국에 철강재를 수출하는 여러 나라에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다자간 협상경로를 통해 우리의 입장을 확고히 전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자동차 통상마찰은 철강과 다른 측면의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고 넘어가야 한다. 자동차 통상 현안은 미국 수출량이 많은 일본이나 유럽 국가에서는 오래 전에 극복된 문제이지만 한국으로서는 최근 대미 수출이 급신장하고 있는 가운데 제기되고 있는 특수한 사정에 유의해야 한다. 일본과 유럽 국가들은 한국보다 일찍, 그리고 훨씬 많은 양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일본ㆍ유럽 사이에는 자동차를 놓고 통상마찰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 선진국 사이에서 자동차 분쟁은 오래 전에 발생했고 이제는 양자간 협상과 오해 해소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했기 때문에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그 이면에는 오랫동안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면서 미국 내 실수요자와 딜러 등 그동안 다져온 시장의 힘이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또 현지공장 설립으로 미국의 고용에 기여하고 미국 자동차회사의 투자를 허용하는 등 시장개척을 위해 적지않는 노력을 해온 점이 인정되고 있다. 한국도 일본과 유럽이 했던 전례를 거울삼아 미국시장을 우호적인 파트너로 만들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앞으로 몇년 후에 통상압력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장기적인 방안을 연구,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난 80년대 이후 한국의 통상정책 입안과 시행과정을 돌이켜보면 많은 발전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질적ㆍ양적 성장에 비춰볼 때 통상정책은 단기적ㆍ전술적으로 발전했을 뿐 장기적ㆍ전략적인 면에서는 큰 진전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즉 실무자급의 통상협상 기술은 꾸준히 발전했으나 국가적 차원의 장기전략은 10년 전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여진다. 외제차 수입을 늘리는 등 실무적으로 처리해 해결한다고 해도 현안인 한미 자동차 통상문제는 장기전략이 없으면 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동안 한미 통상에서 가장 큰 문제는 미국 행정부 내 통상부서를 중심으로 실무적 접근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국 행정부 내 통상 관련 부서와의 대화ㆍ조율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실무부서는 통상문제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 행정부의 일부로서 단기적으로는 해결책이 될지 모르나 장기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못한다고 본다. 미국에서 통상 현안에 크게 목소리를 내는 곳은 의회이며 의회에 대한 로비 전략이 없다면 통상정책은 장기적으로 겉돌 수밖에 없다. 의회에는 행정부와 달리 로비 대상인 의원의 숫자도 많을 뿐 아니라 의원들이 소속정당의 지침보다는 선거구 유권자들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인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의회 로비는 워싱턴의 의사당을 향한 것만이 아니라 의원들을 뽑을 유권자들까지 생각하는 소위 '풀뿌리(grass-root) 로비'를 뜻하는 것이다. 통상 로비는 현안을 풀어야 할 해당 기업과 통상부처에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국회ㆍ기업ㆍ민간의 영역이 참여하는 국가적 차원의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우군으로 지원해줄 많은 세력이 있다. 100만명이 넘는 교민, 한국 주둔 경험이 있는 퇴역 군인들, 한국인과 결혼한 미국인, 입양아 부모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한국의 발전을 어느 누구보다 반가워하고 있으며 한국의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적극 응원했다. 이러한 힘을 잘 조화해서 우리나라를 돕는 사회의 뿌리로 삼아 한국제품의 시장세력과 연계할 수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풀뿌리 로비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다음으로 단기적인 관점에서 통상문제에 대응하는 자세를 고쳐야 한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일정 기간 교체하면서 집권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지배할지 모른다는 예상이 나오기도 한다. 공화당 집권시기에 공화당계 로비스트를 쓰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즉시 민주당계 인사로 바꾸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 미국은 한국에 중요한 시장이므로 미국의 양당체제의 현실을 감안한 현명한 접근이 필요하다. 먼 장래를 내다보고 통상문제를 접근하는 다각적 국가전략을 생각해야 할 때다. 김영만 주미 한국상의 명예회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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