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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나 TV뿐 아니라 스마트폰·태블릿PC 같은 다양한 기기의 디스플레이는 이용자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해주는 중요한 장치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디스플레이 기술 역시 눈에 띄게 진일보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기술은 더 얇고, 더 선명하며, 보다 넓은 면적에서도 안정된 해상도를 구현하는 동시에 최소한의 에너지만 소모하는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구부리거나 휘는(플렉시블·flexible) 디스플레이, 또는 인위적으로 크기나 길이를 늘이거나 돌돌 말 수 있는 디스플레이까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2월 수상자인 김현재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디스플레이 공정에 쓰이는 박막트랜지스터(Thin Film Transistor·TFT) 기술을 발전시켰다. TFT는 유리 또는 세라믹 소재의 기판 위에 진공 증착 등의 방식으로 만든 얇은 막을 이용해 제조한 것이며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 점인 픽셀의 색상 밝기를 조절하는 역할을 맡는다.
TFT의 종류는 총 3가지다. 가장 오래된 기술이면서 활용 범위가 넓은 아모퍼스(Amorphous) 실리콘(a-Si), 여기에 레이저를 쏴 실리콘의 결정(結晶)화를 이룬 저온폴리실리콘(LTPS), 반도체층의 소재로 산화물 반도체를 사용한 산화물 트랜지스터(Oxide TFT)가 그것이다. 아모퍼스 실리콘은 범용 디스플레이인 LCD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대표적인 TFT지만 전자 이동도가 낮아 스포츠·영화 등 빠른 화면 전환을 선명하게 보여주기 어렵다. 저온폴리실리콘은 빠른 전자 이동도와 높은 개구율(정보 표시가 가능한 면적의 비율)이 장점이지만 실리콘 결정이 균일하지 않고 공정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최신 기술인 산화물 트랜지스터는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할 수 있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구현이 가능하다. 삼성·LG 역시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산화물 트랜지스터 기술 확보와 생산 비율을 점점 높여가고 있는 추세다.
김 교수는 점점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산화물 트랜지스터 제조 공정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진공증착 공정을 거치지 않고도 인듐-갈륨-아연 산화물(InGaZnO) 용액으로 산화물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InGaZnO 용액 기반 공정은 산화물 트랜지스터 제조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잉크젯이나 롤투롤 기반의 공정으로 필요한 곳에 선택적으로 TFT 층을 쌓아가면서 제조할 수 있어 공정이 간단하고 재료 낭비가 적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진공설비까지 합친 TFT 제조 공정시설은 조 단위의 돈을 들여야 만들 수 있어 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이 큰데 용액 기반은 공장 설립비용을 3분의1가량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 비용이 낮아지면 디스플레이 제품 자체의 가격 역시 저렴해질 수 있다.
산화물 트랜지스터 기반의 디스플레이는 현재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주로 모바일 기기에 많이 들어가지만 향후 차량용으로 활용 범위를 더욱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산화물 트랜지스터는 기존 2가지 TFT에 비해 넓은 화면을 만들 수 있다"며 "자동차 내부 대시보드에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운행 관련 정보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며 "차량용 디스플레이가 신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재료 자체의 특징인 투명성으로 투명 디스플레이 제조에도 유리하며 바이오 센서, 차세대 메모리, 태양전지 등에도 활용 가능해 응용 잠재력이 높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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