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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한수원, 2조대 방폐장 비용 놓고 옥신각신

사용후핵연료 계정서 차입해 건설비 충당 '화근'

60년간 들여올 드럼에 관리비 전가 이자 눈덩이

산업부 "한번에 갚아라" 한수원 "금액 커 분납"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 납부를 두고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산업부는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위해 지은 관리장 비용 2조원을 한꺼번에 내라고 하고 한수원은 이를 난감해하는 실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2일 "연초부터 한수원과 중저준위 관리비용 2조원에 대한 납부 방식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2조원에 달하는 중저준위 방폐물 비용 선납을 요구하고 있다. 경주 방폐장은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원전 등에서 사용된 작업복과 장갑·부품 등 중저준위 방폐물을 처리하기 위해 정부와 한수원의 협의에 따라 건설됐고 지역사회 특별지원금을 합쳐 약 1조7,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방사성폐기물관리법에는 원전사업자인 한수원 등 방폐물 발생자가 비용을 부담하게 돼 있다.

문제는 경주 방폐장 비용이 두 번의 차입을 통해 마련됐다는 점이다. 방폐물관리기금은 사용후핵연료와 중저준위 계정으로 나눠져 있다. 중저준위 방폐물을 처리하는 방폐장은 당연히 중저준위 기금으로 지어져야 한다. 하지만 방폐장 건설 당시 중저준위 계정의 돈이 모자라 다른 계정인 사용후핵연료 기금에서 돈을 차입해 건설했다. 건설비용이 같은 기금 안에 있는 다른 계정에서 차입한 자금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주 방폐장 2단계 사업인 2019년까지 표층처분시설을 짓는 비용(약 2,600억원)도 사용후핵연료 기금에서 차입해서 지을 예정이라 건설 비용이 2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빌린 돈은 한수원 등 방폐물 발생 사업자가 앞으로 60년간 중저준위 방폐물을 경주 방폐장으로 옮길 때 드럼(200ℓ)당 관리비용을 붙여 지급해 사용후핵연료 계정을 메우기로 했다. 약 2조원에 달하는 건설비용이 앞으로 60년간 들어올 중저준위 방폐물 드럼에 전가된 셈이다.



이 때문에 현재 중저준위 방폐물 드럼 관리비용은 배(운영·폐쇄비, 20%)보다 배꼽(건설·금융비, 80%)이 더 큰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드럼당 1,200만원하는 중저준위 방폐물 관리비용 가운데 건설·금융비용만 1,000만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매년 차입금에 대한 이자가 붙어 드럼당 관리비용은 2011년 736만원에서 2013년 1,193만원, 지난해 1,219만원까지 높아졌다. 이 때문에 산업부는 한수원이 한 번에 돈을 갚고 차라리 관리비용을 낮추라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관련 법에 따라 기금에서 관리비용이 충당하기 어려우면 원자력발전사업자에게 관리비용을 선납하게 할 수 있다"면서 "빠져나간 기금을 채워넣어야 향후 사용후핵연료 시설 건설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의 이 같은 방침에 한수원은 나눠서 갚아도 될 2조원을 한꺼번에 갚기는 부담된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액수가 크기 때문에 고려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수십년간 싼 원자력을 사용하고 그에 따르는 비용은 마련하지 않은 데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학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싼 원전을 쓰는 대신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와 중저준위 방폐물을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기금을 쌓았어야 했다"면서 "하지만 2000년 이후 이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돈을 적게 쌓았고 결국 모자란 처분 비용을 누가 어떻게 갚느냐를 두고 다투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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