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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은행, 선금 관리 소홀"… 3000억 모뉴엘 소송도 불리

■ 은행, 貿保 소송 줄패소… 수출금융 발 빼나

은행 '무보 보증'에 신뢰 깨져 보증 건수·규모도 계속 줄어

정부 수출지원 계획 차질 우려… 약관 손질도 줄소송에 성과 미지수


3개 은행이 무역보험공사에 대해 2,600억원을 지급하라고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무보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이는 선수금환급보증(RG)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기업 실사 등을 통해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은행에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2014년 10월 발생한 벤처 사기 대출 사건 모뉴엘 사태와 관련해서도 무보와 3,000억원대 소송을 진행 중인 은행권에는 충격적인 결과다. 이번 판결 취지가 모뉴엘 사건에도 적용되면 은행이 훨씬 불리하기 때문이다.

◇3,000억원 모뉴엘 소송도 무보 유리=통상 선주가 선박을 발주할 때는 조선사에 착수금 명목으로 선수금을 지급한다. 선박시장이 호황일 때만 해도 선수금은 전체 선박 건조비의 80%까지 됐지만 최근에는 공정 단계에 따라 20~30%씩 분할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주 입장에서는 선수금을 떼일 위험이 있고 이를 피하기 위해 조선사에 은행의 지급보증서인 RG를 요구한다. 이때 은행들은 조선사의 계약 파기시 조선사 대신 선수금을 갚아주는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무보의 보험을 든다.

이번 SLS조선(현 신아SB)의 경우 무보는 은행과 RG 계약 당시 특별약정을 맺었다. SLS의 경영난을 감안해 은행이 선수금을 1차 관리하면서 이 돈이 선박 건조에 쓰일 것이 확실할 때만 SLS에 선수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 그런데 SLS조선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선박건조이행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사법부는 무보의 지급보증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선금 관리 실패 책임을 물었다. 무보가 은행에 지급하라고 판결한 442억원(부가가치세 등 포함)은 이미 선박이 완성된 만큼 무보가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봤다.

이와 유사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은행에 대형 악재다. 기업·농협·국민은행 등은 모뉴엘 사태와 관련해 무보와 3,000억원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빠르면 연내 1심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무보는 모뉴엘 사건도 서류 미비, 실사 소홀 등 은행의 대출 심사가 허술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다만 SLS조선의 경우 특별약정을 체결했고 직원 비리 등도 얽혀 있어 판결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수출금융 악화 등 우려=은행이 기업에 대출을 내줄 때 무보와 계약하는 수출신용보증 실적은 최근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지난해 2·4분기 7,310건, 1조7,191억원에 달했던 보증 건수와 규모는 4·4분기에 5,000건, 1조1,935억원으로 감소했다. 올 들어 2월까지 보증 건수도 3,000건에 못 미친다. 은행들이 기업의 수출채권을 매입해주고 돈을 떼일 경우를 대비해 무보와 계약하는 '단기수출 보험'도 지난해 인수 건수가 3만5,000여건으로 전년보다 30% 줄었다. RG 지원도 1조3,159억원에서 지난해 5,799억원으로 급감했다. 교역 감소로 수출금융도 준 것이지만 은행의 소극적 대처도 이 결과에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과 무보는 지난해 모뉴엘 사태가 발생한 직후부터 무보의 수출보험 약관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가 있다. 양측은 대략적 합의를 마치고 각론을 협의 중이라는 입장.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사례'를 약관에 반영하기 위한 이견 조율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이번 판결로 RG뿐만 아니라 수출신용보증 등 수출 금융 전반이 위축될 여지가 적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 최후 보루로 여겼던 무보 보증에 대한 믿음이 깨진 만큼 수출금융에 미온적으로 나올 수 있다.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뾰족한 수출 대책이 없는 가운데 무보를 통한 수출 보험 확대로 수출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 흔들릴 수 있는 탓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무보의 모호한 약관에 대한 금융권 불신이 있다"며 "무보 보험을 기반으로 한 수출 기업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무보의 수출보험 약관 등을 손봐 책임 소재 불분명에 따른 은행의 수출금융 기피를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은행과 무보 간 소송이 줄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세종=이상훈·서민준기자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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