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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정책, 시장 상황따라 '땜질' 경영 불확실성에 경쟁력만 잃어가

정책에 발목 잡힌 면세산업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정부의 면세점 정책은 세계적인 흐름에 역주행했다. 다른 나라들이 자국 면세점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는 풀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동안 우리는 5년 시한부 특허제 등 오히려 규제를 강화했다. 정책 방향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독과점 시장 구조가 면세점 산업의 발전을 해치고 있다며 준비하던 제도 개선안은 롯데·SK 등 기존 업체의 탈락 후폭풍이 거세자 불과 몇 개월 만에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가 특허를 내준다는 방향으로 바뀌어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의 면세점 정책이 이처럼 손바닥 뒤집듯 원칙 없는 정책 뒤집기를 하는 동안 업계는 경영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안승호 한국유통학회장(숭실대 경영대학원장)은 "단추 구멍을 한 번 잘못 꿰니 계속 잘못될 수밖에 없다"며 "정책의 일관성이 없으면 면세점 산업을 결코 키울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면세점 산업은 경제상황, 특히 외국인 관광객 추이에 따라 웃고 울었다. 지난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 특수의 영향으로 1989년에는 면세점이 34개로 늘어났지만 이후 두 차례의 국내외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2009년에는 30개로 줄었다. 면세점 산업이 다시 활성화된 계기는 한류 열풍 덕분이다. 중국과 일본 관광객이 급증하고 대기업에 이어 중견·중소기업까지 특허를 허용하면서 이달 현재 시내 면세점 19개, 공항 출국장 면세점 22개 등 총 47개 면세점이 영업 중이다.



과거 정부도 면세점 제도를 규제 일변도보다는 시장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2012년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시장과 거꾸로 가기 시작했다. 홍 의원은 면세점 사업으로 대기업만 특혜를 보고 있다는 논리로 특허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법안을 냈다. 당시 국회 속기록을 보면 해당 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 투자·고용 등 면세점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여야 합의와 정부의 방관 속에 불과 몇 분 만에 법안이 졸속 통과했고 이 결과는 지난해 롯데·SK 등 기존 업체가 사업권을 잃으면서 후폭풍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논란이 계속되자 독과점 규제에 찍혀 있던 면세점 제도 개선안의 방점을 관광산업 발전으로 180도 틀었다. 발표 시기도 오는 6월에서 3개월이나 앞당겼다. 개선안의 골자는 특허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되돌리고 신규 업체의 시장진입을 위해 서울 등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지역에 추가 면세점을 2~4곳 더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개선안은 면세점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사업 연속성의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될 수는 있지만 현행 면세점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인 '특허제'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한된 몇 개의 특허권을 주면 이를 놓고 업계가 사활을 걸고 경쟁하는 제도의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기간 연장이나 재연장 등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똑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일정 요건을 갖춘 사업자라면 누구나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신고제로 진입장벽을 낮춰주고 면세 물품을 다루는 산업의 특성상 규제가 필요하다면 부정 반출 등 관리 여부만 철저하게 감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은 "시장진입을 제한하고 영업을 원하는 사업자를 강제 퇴출시키는 특허제를 폐지해야 한다"며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누구나 자유롭게 경쟁하는 신고제로 바꿔야 면세점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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