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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산업 성공의 조건] 3低에 신음하는 보험시장… 상품서 영업·회계까지 "바꿔야 산다"

<1>달라진 생존방정식

2020년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까지 겹쳐 "방심하면 도태"

마케팅 등 베끼기 문화 벗어나 자신만의 경쟁력 키워야

"업계 노력만으론 한계… 사회전체가 보험발전방안 모색을"

임종룡 위원장, 핀테크 시연2
임종룡(왼쪽) 금융위원장과 핀테크 홍보대사 임시완씨가 지난해 11월23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온라인보험 슈퍼마켓 '보험다모아'를 이용해보고 있다. /송은석기자


ING생명은 최근 보험설계사들의 영업활동을 관리하는 온라인 시스템을 새로 개발했다. 설계사들이 고객방문 횟수와 상담·계약체결 건수 등을 온라인상에 입력하면 시스템 차원에서 설계사들의 활동내용을 분석하고 장단점을 정리해 부족한 부분에 대한 교육을 맞춤식으로 제공한다. 곽희필 ING생명 부사장은 "결과 중심의 성과평가에서 벗어나 영업과정 전반을 세밀하게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새 시스템 도입으로 설계사들의 활동량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품 차별화뿐 아니라 영업 및 관리 방식까지 총체적으로 바꿔 회사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설명이다.

더 주목할 부분은 ING생명이 새 시스템을 영업현장에 적용하기에 앞서 이에 대한 비즈니스모델(BM) 특허출원 절차부터 밟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독자적 아이디어를 지키기 위한 사전 대비책이 아니겠느냐"며 "솔직히 말하면 보험 업계에는 상품은 물론 마케팅·영업교육 관리 등 전반에 걸쳐 서로 베끼기가 일상화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금리·저성장·저출산 등의 악재로 보험산업 성장세가 크게 둔화한 가운데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의 전격적인 관련 규제 완화책 도입으로 새로운 레이스가 예고되면서 보험사들은 저마다 겪어본 적이 없는 경쟁구도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비책 마련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이 보험산업 선진화 로드맵을 발표한 직후만 해도 "일단은 잘 모르겠다"며 "경쟁사들의 분위기를 지켜볼 것"이라는 관망세가 우세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상품 차별화는 물론 회사 경영 전반에 걸친 총체적 관점에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보험산업의 성장 둔화 추세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드는 만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커져 현 시점의 지출을 줄이는 장기 침체기의 소비 패턴이 보험 업계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의 한 관계자는 "신규 가입이 감소하고 평균 가구원 수도 줄면서 보험 가입률, 평균 가입 건수, 납입 보험료 규모가 모두 하락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영업 방식으로는 각 보험사가 수익의 수준을 유지해가기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처럼 산업 자체의 성장성이 떨어진 시점에서 지난해 발표된 보험산업 선진화 로드맵은 보험사들에 기회인 동시에 위기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 그간 보험사들의 상품 개발과 가격 결정력을 구속했던 규제가 사라지기는 하지만 오는 2020년 도입이 예정된 새 국제회계기준 IFRS4 2단계와 신상품 개발 경쟁 구도가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자칫 방심하는 순간 도태되는 새로운 환경을 맞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전신고 원칙이 폐지되고 위험률이나 이자율 같은 가격 규제 요소가 없어진 만큼 보험사들이 자신만의 강점을 반영한 상품을 쉽게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상품 하나하나가 장기간 회사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복합적인 기획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단 보험사들은 어떻게든 변화된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이 때문에 각 회사들은 상품 개발에서 고객 관리, 자산 운용, IFRS4 2단계 도입 준비 등 전 부문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의 경우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장기보험 전략 수립과 기획기능 강화를 위한 장기보험전략본부를 신설했다. 교보생명은 IFRS 4 2단계 도입과 신상품 경쟁에 동시 대비하기 위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현재 자체 인력 20여명에 외부 컨설팅 인력 5명을 확보한 상황이지만 계속해서 전문인력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영업이나 고객 관리 방식도 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설계사 간 계약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보험 시장에서 신규 고객 확보가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기존 고객을 최대한 잘 관리해 추가 계약을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미래에셋생명은 자격을 갖춘 일반인이 펀드 등 금융상품을 전문적으로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에셋매니저' 제도를 도입했다. 앞으로 개인 대상 자산관리 시장이 커질 것에 대비한 전략으로 우선 증권·자산운용 업계 퇴직자나 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들이 관심을 많이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라는 족쇄를 제거한 경쟁의 판이 새로 마련됐고 보험사들도 이에 대응해 추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보험 업계의 자체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경쟁력 저해 요인들이 여전히 산재해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부와 의료계·보험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없는 실손보험 문제다. 특별법 마련에도 여전히 부족한 보험사기 대응책도 보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 문제나 보험사기의 경우 보험 소비자의 피해로 귀결된다"며 "보험산업은 물론 사회 전체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심도 있는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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