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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유일호 부총리님, 무엇이 국민을 폄훼하는 거죠?

유일호의 22% VS 김종인 대표의 45%... 그 진실은 ?

경제 총사령탑인 유일호 경제 부총리는 지난 21일 “객관성이 결여된 자료에 근거해 억지 주장을 펴지 말라”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김 대표가 최근 발표된 IMF 의 ‘아시아 불평등’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국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5%(2013년 기준)를 가져가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를 지적한데 대한 반박이었다.

유 부총리는 “객관성이 결여된 자료에 근거해 소득 격차가 가장 심각하다고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은 우리 국민이 이루어 놓은 성과와 노력을 폄훼하는 것이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정부가 발표하는) 지니계수와 소득 5분위 배율 등 객관적 지표에 기초해 보면 소득분배는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의 말은 외견상으로 맞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소득 5분위 배율 지표상 소득 상위 10%의 소득비중은 2008년 28%에서 점차 낮아져 2013년 22%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IMF 보고서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소득 비중이 2배 이상의 엄청난 차이가 난다. 유 부총리 말대로 우리 정부 통계가 맞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경제 정책은 먼저 제대로 된 현실 인식이 중요하다. 소득 실태 파악 자체가 왜곡된다면 엉뚱한 경제정책이 나오고 우리 경제는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안타깝게도 우리 정부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공통된 인식이다. 정부가 그 통계 부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민소득 조사 방법 자체를 전면 뜯어고치려고 하고있다. 정부가 부실 통계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관련법 수정 등을 통해 제대로 된 조사를 하고 있는 와중에 그 정부의 경제 총사령탑인 부총리가 그 통계를 ‘객관적 지표’라고 표현하는 웃지못할 희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IMF 보고서는 객관적인 지표가 아니다?

유 부총리는 IMF 보고서를 콕 집어 ‘객관적이지 않은 지표’라고 표현했다. 세계적으로 소득불평등 지수로 인정받고 있는 지니계수와 소득 5분위 배율 등의 객관적 지표가 확실히 호전되고 있기 때문에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볼 이유가 전혀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니계수는 소득 격차를 계수화 한 것으로 0에서 1로 수치가 증가할수록 소득분배가 불평등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수치가 1에 근접할수록 불평등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소득5분위배율은 소득 상위 20%의 평균소득을 소득 하위 20% 평균소득으로 나눈 수치다. 수치가 높을수록 소득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 발표 주체인 통계청도 유 부총리를 도와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한 언론사가 IMF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한 기사에 반박 자료를 올려 “이는 IMF의 공식자료가 아닌 토마 피케티 교수의 연구보고서를 인용한 것으로 통일된 기준이 없어 국가 간 비교자료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 너무나 다른 두 자료, ‘가계조사’와 ‘국세조사’

이번에 나온 IMF 문건이 공식 보고서가 아니고 연구 보고서인 것은 맞다. 진실 여부의 기준이 공식이냐 비공식이냐의 잣대로 결정돼서는 안된다. 서로의 수치가 어떻게 해서 틀린지를 파악하고 그렇다면

무엇이 올바른 조사 방법인지를 알아봐야 한다.

한마디로 통계청은 가계면접조사 방법을 쓰고, IMF 보고서는 국세 조사 방식을 이용했기 때문에 결론이

다른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정부는 각 계층별로 2만가구의 표본을 정한 다음에 이들을 직접 방문해 설문조사 방식으로 소득을 파악한다. 하지만 IMF 보고서는 우리나라 전국민이 소득 신고한 국세청의 국세 자료를 바탕으로 소득 배분을 조사했다.



통계청 방식은 피면접자가 소득을 축소해 대답하거나 아예 응답을 거부하면 소득을 파악할 길이 없다. 특히 이자, 임대소득 등 자본소득이 많은 고소득자의 경우에 세무조사, 소득 노출 우려 때문에 제대로 된 응답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반면 IMF 보고서의 국세 조사 방식은 실제 납세 자료를 근거로 산출됐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게 지배적인 견해다.

동국대학교 김낙년 교수는 ‘한국의 소득불평등, 1963-2010: 근로소득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 “2010년 가계조사의 경우에 국세청 자료로 파악되는 연소득 2억2,000만원 이상인 소득자 6만2,985명 전원이 누락됐고 9,600만원~ 2억2,000만원 구간의 소득자 40만7,848명 중에서 파악된 자는 13만9,400명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사실 통계청 가계조사에 대한 비판과 문제점은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지난해 통계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이 ‘응답거부와 과소응답’으로 인해 통계의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가계에 대한 자산, 부채, 소득 등의 통계가 가구원 한 사람에 의해 작성되기 때문에 임의적인 자료 훼손도 가능하다는 게 오 의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의 정확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아 내부적으로 보완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법률 개정 등의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종인 대표가 인용한 IMF ‘아시아 불평등 보고서’는 각국의 국세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대상의 전수가 파악되며 오랜 기간 국가에서 자료를 누적했던 만큼 소득집중도의 국제적 비교까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1년 소득분배에 관한 보고서에서도 가계조사에 의한 지니계수 등의 지표 이외에 국세 통계를 이용한 소득집중도 분석을 시도했다. 모 사립대 통계학과 교수는 “가계조사에서 한계로 지적돼 온 응답거부와 과소응답으로 인한 정보 누락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국세자료가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 보이는 것만 보는 ‘경제부총리’

최근 정부가 추진한 통계법 등 관련 법률 개정으로 과세 원자료를 통계청이 관계 부처에 요구할 수 있게 돼 가계조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전에는 특정인의 과세 자료를 볼 수 없고 구간별로 종합된 수치만 이용할 수밖에 없어 필요에 따른 자료 분할과 재집계가 어려웠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공식 통계 기법의 흐름이 가계조사에서 국세조사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국세 자료에 기반한 국민소득 조사가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게 중론이다.



유 부총리는 먼저 경제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부실 정부 통계 수치를 갖고 소득분배가 개선되고 있다고 말해선 안된다.

소득 양극화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600만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심각한 임금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 심화, 자영업자의 몰락 등으로 우리 사회의 중산층이 엷어지고 있고 사회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정부 경제 관련 인사들은 경제상황을 경고하는 통계가 잘못됐다고,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하기 전에 그런 수치가 나오게 된 원인과 심각성을 인지하는 것이 먼저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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