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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환 하남F&B 대표 "삼겹살, K푸드 차세대 스타로 키울 것"

CEO스토리





요리사가 되고 싶었던 청년

번듯한 대기업에 미련없이 사표

인적 드문 변두리에 고깃집 차려

만삭 아내·가족 불러놓고 품평회

청년은 요리사가 되고 싶었다. 특급호텔의 셰프가 아닌 동네 음식점의 주방장일지언정 직접 만든 요리를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주변에서는 사내놈이 무슨 요리사가 꿈이냐며 핀잔을 줬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된 음식점을 열겠다는 꿈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져만 갔다.

요리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유학을 떠나려던 찰나 갑자기 가세가 기울었다. 당장 가족을 책임져야 했던 청년은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마케팅에 남다른 수완이 있었던 청년은 다행히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번듯한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팀장 자리까지 올랐지만 음식점을 하고 싶다는 열정은 여전했다.

10년 가까이 근무한 직장을 나온 청년은 처가가 있는 경기도 하남시의 변두리에 작은 삼겹살집을 차렸다.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면 고객이 반드시 찾을 것이라는 믿음이 그가 가진 전부였다. 제대로 된 간판도 에어컨도 없었지만 36세에 인생을 걸었던 고깃집은 6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대의 대한민국 대표 삼겹살 브랜드가 됐다. 삼겹살 전문점 ‘하남돼지집’으로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일약 스타로 부상한 장보환 하남F&B 대표의 얘기다.

장 대표는 처음으로 가게를 열었던 지난 2010년 6월10일을 지금도 틈만 나면 떠올린다.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퇴직금 2,000만원으로 음식점을 내겠다고 했을 때의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창업 6년 만에 전국에 166개의 매장을 거느린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엉뚱하게도 장 대표의 처음 계획은 삼겹살이 아닌 빈대떡 전문점이었다.

“가장 내가 잘할 수 있는 요리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빈대떡을 선택했어요. 당시만 해도 막걸리 열풍이 거세 막걸리와 부침개를 파는 일종의 퓨전 전통주점이었죠. 하지만 가게를 임대하고 나서야 바로 옆에 빈대떡 전문점이 들어선다는 부동산중개소 사장님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가게를 열기도 전에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시작부터 계획이 어긋났지만 장 대표는 시간이 없었다. 바로 다른 메뉴로 음식점을 열어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하지만 메뉴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심하던 장 대표는 직장을 다닐 때 단골 회식 자리였던 삼겹살집을 떠올렸다.

“삼겹살집을 수도 없이 다녔지만 돌이켜보면 만족스러운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고기가 맛있으면 서비스가 떨어지고 매장이 깔끔해도 좌식의자에 앉아 먹어야 해서 불편했습니다. 삼겹살집은 어른들만 찾는 곳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삼겹살집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겹살로 메뉴를 정했지만 또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매장 인테리어를 제대로 갖추려고 알아보니 적지 않은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모든 설비와 집기를 최소화하고 맛으로만 승부를 걸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다음이 어떤 삼겹살로 승부를 볼 것이냐였다.

“주변에 삼겹살집이 네 곳이나 있어서 기존 가게를 모방해서는 실패가 뻔했습니다. 반찬을 더 내고 가격을 낮추면 처음에는 고객들이 오겠지만 이익률을 맞추려면 식재료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일 맛있는 고기를 선보이되 반찬은 한두 가지만 내는 하남돼지집의 독특한 방식이 탄생한 순간이었죠. 가게 이름도 멋 부리는 영어 이름 대신에 가장 단순하고 눈에 쏙 들어오는 하남돼지집으로 정했습니다.”

한 달여 동안 메뉴 개발과 매장 공사로 구슬땀을 흘린 장 대표는 개업일을 금요일 오후6시로 정했다. 주력 메뉴인 초벌구이 삼겹살은 전날 저녁에서야 만삭의 아내와 가족들을 불러놓고 품평회를 마친 터였다. 인적이 드문 변두리에 초라하게 문을 연 12평 매장에 과연 사람들이 오기는 할까. 걱정이 걱정을 타고 두려움으로 바뀌었지만 장 대표는 여전히 자신이 있었다.

“모든 준비를 다 마치고 손님을 기다리는데 석양이 매장 위의 양철지붕을 비추더군요. 한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는데 그 모습이 마치 후광이 빛나는 것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아직 손님은 아무도 못 받았지만 드디어 내 음식점을 열었다는 만족감에 순간 모든 걱정이 다 사라졌습니다.”



12평 식당이 대형 프렌차이즈로

‘멋 대신 맛’...제대로 먹힌 승부수

개업 첫날부터 손님들로 장사진

6년만에 매출 1,000억 브랜드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 손님은 장 대표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첫날에 70만원이었던 매출은 3일째 되는 날 130만원으로 늘었고 그다음부터는 셀 수조차 없었다. 어제 찾았던 손님이 오늘 또 오고 내일이면 친구를 데리고 오는 식이었다. 몰려드는 손님 때문에 급히 아르바이트생까지 뒀지만 일이 너무 힘들다며 아르바이트생이 도망가는 경우도 있었다.

“삼겹살집을 찾는 고객은 훌륭한 인테리어도 호텔 수준의 쾌적한 환경도 원하지 않습니다. 고객은 내가 먹고자 하는 음식이 최고이길 바랄 뿐입니다. 가게를 열기 전에 시장을 조사해보니 우리나라 삼겹살집의 90% 이상이 수입육을 쓰고 있더군요. 고객의 입맛이 바뀌는 것보다 가치의 기준이 높아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 하남돼지집의 성공 비결인 셈입니다.”

꿈 그리고 도전

외식업은 창의력 필요한 문화산업

경쟁력 있다면 어디서든 성공 가능

지구촌시장 진출 차근차근 준비중

하남돼지집은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해외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서울 강남과 종로의 직영점은 이미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은 만큼 해외에서도 얼마든지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갈 계획이다. 삼겹살을 K푸드 열풍의 차세대 주자로 키우는 것은 이제 장 대표의 다음 목표이자 사명이 됐다.

“삼겹살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하는 메뉴예요. 고기와 채소를 싸서 먹는 삼겹살은 건강과 맛을 모두 갖춘 한국식 바비큐이기에 서양인도 거부감이 없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즐겨 먹는 메뉴가 삼겹살이기에 불고기나 비빔밥 못지않은 K푸드로 얼마든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그 역할을 하남돼지집이 맡는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 되겠죠.”

장 대표는 경기불황과 맞물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현실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본사가 수익만 추구하고 철학 없이 회사를 경영하다 보니 아직 제대로 된 상장기업이 없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단순한 외식 업체가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이제는 철학과 비전을 갖추고 글로벌 무대에서도 당당히 이름을 알리는 외식문화기업이 등장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외식업은 음식에 부가가치를 담아내는 일종의 문화산업입니다. 경쟁력만 갖춘다면 얼마든지 비싸게 팔 수 있어요. 가장 어려운 건 좋은 인력을 찾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그 어느 분야보다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지만 음식 장사라는 편견 때문에 능력 있는 인재들이 등을 돌리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외식업은 간절함과 진정성을 기반으로 하는 정직한 사업입니다. 역량 있는 후배 창업가들이 앞으로 외식업에서 꿈을 펼쳐 제2의 하남돼지집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co.kr 사진=권욱기자

He is...
△1975년 서울 △1994년 단국대부속고등학교 졸업 △2010년 인터파크 운영기획팀장 △2010년 하남돼지집 창업 △2012년~ 하남F&B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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