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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인도에 침투하다

제프 베저스가 차세대 ‘수조 달러 시장’을 지배하려 하고 있다. 포춘이 그 내막을 취재했다. BY Vivienne Walt


뜨거운 어느 날 오후, 뭄바이 Mumbai 동쪽 끝 고반디 Govandi의 좁은 골목길-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슬럼가다-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거리는 쓰레기로 뒤덮여 악취가 진동하고, 빌딩은 다 부서져 간다. 100만 명 가량의 사람들 사이로 염소와 젖소가 공간을 찾아 밀치고 다닌다. 변기가 없는 집도 허다하고, 수천 명은 근처 쓰레기 소각장을 뒤지며 근근이 생활한다.

그러나 이날은 특별한 날이다. 길가 상점 앞에 모여든 사람들은 이제까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새로운 경험을 할 참이다. 바로 온라인 쇼핑이다. 문 앞에선 한 남자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전단지에는 며칠 만에 배송되는 제품 수십만 개를 상점 주인의 컴퓨터로 볼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안사리 자밀 Ansari Jameel(24)은 주문이 빨리 이뤄지는 것에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휴대전화를 샀다”며 동네 시장 채소 포장 일을 하며 모은 돈을 모두 쏟아 부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밀은 “가격도 괜찮고, 다른 데서는 볼 수 없는 옷, 신발, 시계 등도 많았다”고 말했다.

자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술 거대기업 아마존닷컴 Amazon.com의 주요 실험 대상이 되어 있었다. 온라인 쇼핑의 존재를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 그는 아마존에겐 보석을 발굴한 것이나 다름없다. 아마존 CEO 제프 베저스 Jeff Bezos는 이를 미래 성장 전략의 주요 부분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위한 환경은 아무리 좋게 봐도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최소한 포춘이 파악한 바로는 그랬다. 아마존은 포춘이 이제 막 운영 2년 차에 접어든 인도 지사에서 1주일간 동행 밀착 취재하는 것을 허락했다.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 북쪽에서 남쪽으로 4개의 도시를 거쳤고, 불빛으로 요란하게 빛나는 지역에서 끝도 없이 가난이 지속되는 곳까지 여러 지역을 지나쳐왔다. 가끔은 몇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세계 최대의 상장기업 아마존은 커튼을 열어젖히고, 이 거대하고 복잡한 퍼즐을 짜맞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대부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방식이었다. 대규모 비용을 쏟아 붓고,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었다. 미국 고객들이 수십 년 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마존은 인도 내 경쟁기업과 ‘칼싸움’을 벌이는 중이었다. 인도에서 막 사업을 시작한 아마존과는 달리 현지 민간기업 플립카트 인터넷 Pvt. Flipkart Internet Pvt.와 재스퍼 인포테크 Pvt. Jasper Infotech Pvt. 소유의 스냅딜 Snapdeal은 이미 자리를 제대로 잡고 있었다. 그 외에도 소규모의 인도 신생기업들이 아마존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아마존은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아마존은 10년 안에 인도 시장이 미국 다음의 최대 고객으로 성장하고,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 전체 규모도 엄청나게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존의 국제 소매사업부 수석부사장 디에고 피아센티니 Diego Piacentini는 “기회의 규모가 너무 커서 수십 억 달러가 아니라 수조 달러를 예측해야 한다. 루피가 아니라 달러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베저스에 이어 두 번째로 아마존 주식을 많이 보유한 임원으로 아시아와 유럽 지역의 해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필자는 뉴델리에서 피아센티니와 점심을 함께 먹었다. 시애틀과 인도를 왕래하며 일하는 그는 자신의 사업 영역에서 인도에 쏟는 시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심지어 최근 두 번은 인도에서 머리를 잘랐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인도 시장에 집중해 큰 수익을 보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대가를 치러야 한다. 피아센티니는 “인도 시장을 얻으려면 다른 나라에선 시도한 적이 없는 것을 해야 한다”며 “인력과 플랫폼도 좋아야 하지만, 솔직히 돈을 많이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도를 놓고 경쟁이 이토록 치열한 이유는 쉽게 알 수 있다. 데이터 분석에 집착하는 것으로 유명한 베저스가 아마존의 미래가 인도에 달려있다고 보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쉽게 알 수 있다. 숫자만 봐도 압도적이다. 인도의 인구는 미국의 4배, 유럽의 2배 규모이고, 중위연령은 27세로 미국에 비해 10년 가량 젊다. 때문에 가파르게 성장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UN은 7년 안에 인도가 중국을 앞질러 세계 최대 인구 보유국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또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로, IMF는 내년도 인도 경제 성장률을 7.5%로 예측하고 있다. 물론 인도의 도로와 철로가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삐걱거릴 수 있다. 또 기업활동 관련 법률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어 해외기업은 인도인들을 상대로 직접 물건을 판매할 수도 없다. 이 법 때문에 아마존 인디아 Amazon India는 자연스럽게 판매업자들을 위한 플랫폼-미국의 ‘아마존 물류대행 서비스(fulfillment by Amazon)’와 비슷한 개념이다-으로 자리잡았다. 도매 물건을 대규모 구매한 후, 거대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매로 파는 아마존 방식에 익숙한 미국인들에겐 생소한 개념의 플랫폼이다.

다행히 글로벌 기업의 입장에서 인도는 또 다른 거대 시장 중국에 비해 접근성이 훨씬 뛰어나다. 인도의 비즈니스 언어가 영어이기 때문이다. 인도 재무부 국무위원 자얀트 시나 Jayant Sinha는 “(인도의) 시장 규모는 미국과 중국에 비할 만큼 크다. 그러나 중국 시장은 진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고위직에 딱 맞춘 듯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시나는 보스턴 매킨지 앤드 컴퍼니 Mckinsey & Co.에서 파트너로, 뭄바이에선 실리콘밸리 투자회사 오미디아 네트워크 Omidyar Network에서 수년간 근무했다. 그의 집무실은 영국 식민지 시절 뉴 델리에 건설한 거대한 정부 건물 안에 있다. 벽에는 1940년대 검소한 삶을 설파하며 독립운동을 이끈 인도의 영웅 마하트마 간디 Mahatma Gandhi의 사진이 걸려 있다.

그러나 이 사진과는 다르게, 그의 사무실에서 오가는 말은 온통 투자 기회와 수익 창출에 관한 이야기뿐이었다. 시나는 전자상거래에 관한 한 인도가 미국에 이어 “2위”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인도의 잠재력이 이렇게 큰 이유 중 하나는 시작하는 현 시점의 규모가 아주 작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든 컴퓨터든 인도 가정 내 인터넷 접근 인구는 전체의 4분의 1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중에서도 온라인 쇼핑 경험이 있는 사용자는 극히 일부다. 전자상거래 관점에서 성장 잠재력이 폭발적이라고 보는 배경이다. 모건 스탠리는 ‘2020년 전자상거래 매출이 2013년 110억 달러의 10배가 넘는 1,370억 달러 규모로 급증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 전망은 현재 3억 5,000만 명이 보유한 스마트폰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데에도 일부 근거하고 있다(인도에선 원플러스 OnePlus나 샤오미Xiaomi 같은 중국 저가 모델을 온라인으로 구입할 수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성장하는 인도의 온라인 시장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들 역시 아마존처럼 회사의 향후 성장이 현재 10억 명 정도인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 규모를 급속하게 늘리는데 달려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스냅딜의 공동창업자 겸 CEO 쿠날 발 Kunal Bahl은 “우리는 단순히 온라인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훨씬 다양한 일을 해야 한다. 우리는 전자상거래 생태계 자체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필라델피아 와튼 Wharton 스쿨에서 경영 및 기술 대학원을 마치고, 27세 젊은 나이에 회사를 차렸다. 그가 뉴델리로 돌아온 이유는 미국에서 비자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32세가 된 발에게 그 사건은 ‘환상적인 운명의 장난’으로 나타났다. 알리바바Alibaba와 소프트뱅크SoftBank 등에서 자금을 조달해 설립한 그의 회사는 현재 평가액만 약 5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발은 인도의 전자상거래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것을 놀라워하지 않았다. 그는 “거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걸 알고 있다”며 “세상에 그 변화를 알리기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인도 기업가들이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읽고 있었음에도, 미국 기업은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덕분에 발 같은 인도 기업인들이 선점의 기회를 얻었다. 아마존은 현재 인도 기업을 뛰어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베저스가 아마존 인디아를 시작하기 6년 전인 2007년, 인도 북부 출신 컴퓨터 공학자 비니 반잘 Binny Bansal은 어릴 적 친구 사친 반잘 Sachin Bansal (친인척 관계는 아니다)과 플립카트를 공동 설립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벵갈루루(방갈로르)에서 아마존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2년간 일했다는 점이다. 둘은 아마존 식의 온라인 쇼핑 사이트가 인도에서도 사랑 받을 것이라 판단하고, 온라인으로 책부터 팔기 시작했다.

베저스가 초기에 걸었던 길을 그대로 간 것이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플립카트는 평가액 150억 달러를 기록하며,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했다. 시장 점유율도 44%로 15%인 아마존의 거의 세배 수준에 이르고 있다. 공동 창업자인 두 명의 반잘은 각각 13억 달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투자자는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 Tiger Global Management, 엑셀 파트너즈 Accel Partners,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내스퍼즈 Naspers다. 비니 반잘은 2019년까지 회사를 미국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라 밝혔다. 플립카트보다 시작이 느린 것이 아마존에게 장애물이 되는지를 묻자, 반잘은 “물론이다. 시작이 늦으면 경쟁업체들이 8~10년에 걸쳐 하고자 했던 일을 2년 만에 해야 한다. 너무 분주하고 미친 짓”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10월 인도를 돌며 취재하는 동안, 그 분주함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아마존, 플립카트, 스냅딜은 연중 가장 바쁜 쇼핑 주간을 보내고 있었다. 힌두교 빛의 축제인 디왈리 Diwali 시즌 시작에 맞춰 광적인 마케팅 행사가 한창이었기 때문이었다(인도 사람들은 이 기간에 엄청나게 많은 소비를 한다). 길가와 버스정류장에 세워진 간판들은 숲을 이뤘다. 대부분 아마존 간판이었다. 가구부터 옷가지, 스마트폰 등 다양한 상품에 대한 초저가 할인 행사를 광고하고 있었다.

아마존은 심지어 금괴를 상품으로 주는 당첨 이벤트도 진행했다. 8페이지에 달하는 세 기업의 재킷 광고가 신문 지면을 뒤덮기까지 했다. 5일 간의 판매를 종료한 지 몇 시간 만에 아마존은 간판을 새로운 홍보물로 바꾸고, 일주일 후 이어질 3일간의 할인행사 일정을 알렸다. 한편 플립카트는 5일간의 할인 행사를 시작한 지 10시간 만에 1억 달러의 판매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외부인에게 아마존의 광고는 부산스럽고 숨막히고, 심지어 절박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은 베저스가 직접 주도한 것이다. 그는 아마존 인디아를 이끌 사람으로 아미트 아가왈 Amit Agarwal을 선택했다. 뭄바이 태생인 그는 스탠퍼드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후 1999년 시애틀의 아마존에 합류했다. 그는 베저스 밑에서 기술 고문으로 2년간 일한 후 인도 남부 벵갈루루의 아마존을 맡게 됐다. 벵갈루루는 ‘인도 대륙의 실리콘 밸리’라 불리는 곳이다. 그는 아침을 먹으며 “아내보다 제프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낸다”고 농담을 던졌다. 2013년 아가왈과 피아센티는 시애틀에서 베저스를 만나 구체적인 인도 시장 사업 계획을 설명했다. 그들은 베저스가 크게 감동을 받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인도 시장 진출이 늦은데 비해 그들의 아이디어가 너무 조심스럽고 이론적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베저스는 그들이 총으로 무장하고, 인도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고 믿었다. 아가왈은 “베저스는 우리에게 컴퓨터 공학도가 아니라 카우보이처럼 생각하라고 주문했다”며 “엄청난 속도전을 의미했다”고 덧붙였다.

베저스의 걱정이 근거가 없는 건 아니었다. 아마존은 중국에서의 실수를 또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중국에서 아마존은 알리바바를 비롯한 많은 중국 기업에 뒤처져 따라잡을 기미조차 보이지 못하고 있다. 뉴욕 매쿼리 그룹 Macquarie Group의 인터넷 분석가 벤저민 샤히터 Benjamin Schachter는 “(아마존이) 중국에서 대실패를 했다”고 평가했다. 아마존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1.1% 수준에 불과하다. 현지 경쟁기업에 밀려 지난해 3월에는 결국 알리바바의 티몰 Tmall이라는 플랫폼에 스토어를 오픈했다. 그러나 중국시장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여전히 큰 논란거리다. 샤히터는 아마존이 “엄청나게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 아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게 투자자들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마존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2000년 아마존에 합류하기 전, 유럽시장에서 애플 운영을 담당했던 이탈리아 출신 피아센티니는 “(아마존은) 중국에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했어야 했다. 모든 곳에 투자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와 아가왈은 베저스가 자신들에게 간섭 없이 인도를 운영할 수 있는 큰 자율권을 줬고, 수십 억 달러의 투자가 이익으로 되돌아 오려면 수년이 걸릴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피아센티니는 “베저스는 절대로 ‘언제 돈을 벌 수 있는가’라고 묻지 않는다”며 “항상 ‘투자가 더 필요하진 않은가’를 묻는다”고 말했다.

베저스는 지난해 9월 인도 개척에 얼마나 많은 자금을 준비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벵갈루루로 날아갔다. 볼리우드 Bollywood 스타일의 화려함이 가득한 일정이었다. 그가 인도에 도착하기 하루 전에는 플립카트가 10억 달러의 자금 조달을 마무리한 상황이었다. 그는 아마존 벵갈루루 본사 건물 바깥의 화려하게 장식된 배달 트럭 위에서 포즈를 취했다. 베저스는 하얀 인도식 결혼 정장을 입고 아가왈에게 20억 달러짜리 가짜 수표를 전달했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돈은 얼마든지 써도 된다는 것이었다.

일부는 아마존이 이미 한 달에 2,500만 달러 가량을 투자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샤히터는 “투자자들은 여유를 갖고 아마존을 바라보고 있다”며 “그러나 중국에서의 전철은 다시 밟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끼지 않고 투자한다고 아마존이 인도 내 라이벌을 따라잡고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 일부 경쟁자들은 그런 전망에 긴장을 하지 않는 눈치였다. 플립카트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비니 반잘은 “우리도 자금은 충분하다”며 선두를 뺏길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그는 “인도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마지막 남은 거대 개척지다. 패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필자는 어느 날 오후 뉴델리 서부 자낙푸리 Janakpuri에서, 아마존의 무제한 투자 계획을 좀더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골목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물류창고가 나타난다. 이곳은 인도 내 4,000 여 곳에 달하는 오토바이 배달센터 중 하나다. 아마존이 20년 역사상 처음으로 오토바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류창고는 커다란 검정 가방에 택배 상자를 싣고 주소지를 받아 문 밖으로 뛰어가는 오토바이 기사들의 바쁜 움직임으로 가득했다. 그 중 한 대의 오토바이 뒷좌석에 올라탔다. 출퇴근길 교통체증을 뚫고 차와 인력거, 사리 sari *역주: 인도 여성들이 입는 대표적인 전통의상 를 휘감은 여인, 종종 나타나는 소를 피하기 위해 가장자리로 붙어 이동했다. 기사들은 자신이 맡은 구역에선 전문가였다. 아마존의 신속한 배달을 위한 필수 인력인 셈이었다. 인도 주소는 체계를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수십 년 동안 그런 복잡함이 더해져 대부분의 주소는 ‘사원 뒤쪽, 경기장 건너’ 수준이다.

하지만 주소보다 더 큰 장애물이 있다. 바로 돈을 받는 일이다. 인도인 중 은행 계좌가 있는 비율은 겨우 60%이며, 그 중 극히 일부만이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인도 내 아마존의 결제 방법은 이제까지 회사가 시도한 방법과는 크게 다르다. 미국 고객을 대상으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직거래를 해야 한다. 고객 중 절반은 물건이 배송된 후에 현금으로 지불한다. 아마존은 인도 전역에서 지역 내 수천 개의 소규모 상점과 협력을 맺는 방법을 선택했다. 택배 당 수수료를 주는 대신 상점을 상품 픽업 장소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낙푸리에서 오토바이로 배달을 마친 10월 어느 날 오후, 근처에 있는 작은 편의점에 들렀다. 아마존 택배 상자는 쌀과 식용유 사이 선반에 올려져 있었다. 상점 주인의 아들 로케시 마고 Lokesh Maggo(33)는 택배가 도착하면 고객들에게 전화를 건다. 그런 다음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아, 다음에 아마존 직원이 편의점을 들를 때 돈을 준다. 그 과정에서 편의점 매출도 증가한다. 그는 “사람들이 택배를 받으러 와서 필요한 것을 사간다”고 말했다.

현재 아마존의 전략은 인도의 가게 주인들이 아마존을 통해 상품을 팔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물론 회사가 직접 온라인 판매를 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 다만 지금으로선 불가피한 방법이다. 도매 가격으로 대량 구매한 다음 온라인으로 소량판매 하는 미국의 수익 모델은 인도에서 고려할 만한 선택지가 아니다. 아마존 같은 외국 기업이 인도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물건을 판매할 수 없도록 인도 법이 제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10월 실적 발표에서 한 해 동안 인도인 판매자가 250% 증가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따로 밝히지 않은 점이 있었다. 그렇게 판매자를 모집하기 위해선 그 작업을 거의 전적으로 도와주는 직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아마존 직원이 벵갈루루의 작은 가구가게에서 조명과 카메라를 설치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렇게 몇몇 가죽 소파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아마존 웹사이트에 올렸다. 주인은 필자에게 처음엔 아마존에서 제품이 한 개라도 팔릴까 의심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고급 가구도 사이트에 올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쨌든 공짜이기 때문이었다.

아마존의 전략이 잘못될 수 있는 변수는 여전히 많다. 예컨대 아마존이 처한 법적 장애물은 인도의 거대 유통기업 타타 그룹 Tata Group을 포함한 경쟁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타타는 다소 늦은 지난해 2월 독자적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내놓았다. 사실상 수천 개의 소매점을 인터넷 거인으로 바꾼 것이나 다름없었다.

뭄바이에 위치한 식민시대의 하얀 타타 본사 건물에서 전자상거래 팀이 그들의 계획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아마존, 플립카트, 스냅딜의 거래량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생각이라고 말했다. 타타 인더스트리즈 Tata Industries의 총괄책임자K.R.S. 자말 K.R.S. Jamwal은 “인도의 성장은 거침이 없다”며 “사람들은 승자가 이미 정해졌다고 하지만 우린 동의하지 않는다. 판가름이 나기 위해선 10년, 20년, 30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광적인 자본 투입 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올인’하고 있다. 판매자들을 대신해 세금 보고서를 작성해주는 서비스도 그 한 예이다. 평생 복잡한 행정 절차로 골머리를 앓는 판매자들을 돕자는 것이 이 서비스의 취지이다. 인도의 29개 주는 각기 다른 세금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 배송은 굉장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아마존은 판매자로부터 직접 물건을 받아와 배송하기도 하는데, 이는 인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인도 대륙의 또 다른 독특한 관행도 있다.

인도 전역에서 판매자로부터 전화 주문을 받아 상품을 아마존 로고가 붙은 봉투에 포장하고, 이를 아마존 오토바이로 판매자 가게에 직접 배달해 주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알고 있는 아마존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미국 아마존은 식료품을 포함해 수백 만개의 상품을 외부에서 가져오지 않고, 자체 물류창고에서 배송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한다. 그러나 아직 소규모 상점이 다수인 인도에선 이 모델에 상당한 제약이 있다.

인도의 가게 주인 입장에선 아마존과 손잡으면 확실히 이익이다. 아마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디왈리 프로모션 기간에만 지역 상점의 매출이 적어도 8~10배 가량 급증했다. 또 아마존은 미국 내 거주하는 약 200만 명의 인도인을 대상으로 사리나 수공예품을 수출하기도 한다. 아가왈은 “인도는 소규모 가게들이 가득한 나라다. 대부분 사람들이 인터넷은 써보지도 못했을 것이다”라며 “빠르고 값싼 배달을 위해선 스스로 인프라 전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바이로 자낙푸리를 샅샅이 들여다 본 다음날, 뉴델리에서 남쪽으로 1,000마일 가량 떨어진 하이데라바드 Hyderabad의 물류창고를 방문했다. 아마존이 인도에서 운영하는 창고 중 최대 규모다. 하이데라바드 시의 번쩍이는 신공항에서 논과 밭을 지나 30분쯤 달리면 28만 제곱피트(약 7,900평) 규모의 물류창고가 나타난다. 200만 개 이상의 상품을 이곳에 보관할 수 있는데, 미국의 거대한 창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수도 있다. 선반에는 팸퍼스 Pampers 기저귀, 닥터수스 Dr.Suess 책, 수학책, 니콘 카메라, 페레로 로쉐 초콜릿 등이 쌓여있다. 인도 고객들에겐 조금 귀해 보일지도 모를 제품들이다. 그러나 동네에선 한번도 보지 못했던 이들 상품도 이젠 이곳에서 살 수 있다. 심지어 히말라야 오지 마을과 배로만 접근할 수 있는 케랄라 Kerala 마을에서도 이들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물류창고 벽에 걸쳐 놓은 표지에 적힌 슬로건은 하이데라바드에서 초고속으로 일하는 직원들에게 벌어지는 일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인도의 판매 방식을 바꿔 인도의 구매 방식도 바꾼다.’

10억 명의 쇼핑 습관을 진정으로 바꾸고자 한다면, 아마존, 플립카트는 물론, 다른 기업들이 국가 자체를 적극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정부가 이끌어야 가능한 일이지, 기업이 주도하긴 어렵다. 하지만 변화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전조는 보인다.

2014년 대대적인 ‘디지털 인도’ 캠페인에 힘입어 총리에 오른 나렌드라 모디 Narendra Modi는 카리스마 넘치는 힌두교 국가주의자다. 노쇠한 제조업을 되살리고, 고속도로와 철도를 건설하고, 복잡한 세금 체계를 간소화하고, 인터넷 속도가 빠른 도시를 수십 개 만들고, 수억 명에게 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그가 내세운 공약이었다.

이 모든 것들은 전자상거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이에 더해 모디는 거대한 변화도 약속했다. 아가왈은 현재 인도에선 “일부 신용카드 소유자들도 온라인 쇼핑을 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2중 인증 과정이 의무화 돼있고, 주 별로 법도 달라 거래가 번거롭다. 의회는 국가 차원의 판매세 도입 여부를 논의 중이고, 정부는 이스라엘 요즈마 펀드 Yozma Fund를 본 따 벤처 캐피털 펀드를 내놓았다. 수년간의 경기 침체 겪은 인도 기업인들은 모디를 마치 신이 점지한 사람처럼 여기고 있다. 지난해 9월 실리콘밸리 방문 때 그의 연설을 듣기 위해1만 8,000명이 새너제이 컨벤션 센터를 가득 채운 것도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실리콘밸리 창업자의 15%는 인도인이다).

하지만 인도는 캘리포니아에서 8,000 마일이나 떨어져 있고, 은하수를 사이에 둔 것만큼이나 서로 다르다. 인도 재무부의 시나는 “남쪽 뭄바이나 방갈로르에선 뉴욕이나 실리콘밸리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같은 커피를 마시고,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TV 프로를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지역에서 10~20야드만 나오면 인도가 시작된다. 여전히 인도는 가난한 개발도상국이다.”

모디가 인도를 얼마나 많이 바꾸든 수백 만 명의 인도인들은 여전히 앞으로 몇 년간 쇼핑을 현금으로 할 것이고, 도로도 여전히 진흙탕에 군데군데 움푹 파여 있을 것이다. 또 수천 개의 공장은 고장 난 채로 버려져 있을 것이다. 시나는 지금까지 기술 기업이 초점을 맞춘 대상은 “상위 1억 명”이라고 설명했다.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인도 전체를 놓고 보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고객을 위한 새로운 현금 지불 방식과 픽업 장소를 만들어내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도 아마존에서 쇼핑할 수 있게 한다면, 회사는 몇 배나 더 큰 고객층에 접근할 수 있다. 시나는 “아미트(아가왈)는 뼛속까지 인도인이다. 그는 인도를 잘 안다”며 “그는 인도에 와서 아마존을 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아마존이 성공하기 위해선 부유한 소수와 가난한 다수라는 서로 다른 계층 간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다른 곳에서도 그 방법이 먹힐 수 있다. 다시 말해 인도 외 다른 신흥 시장을 위한 새로운 모델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만약 전자 상거래가 인도 전역에 성공적으로 안착된다면, 인도네시아나 나이지리아 등 다른 거대한 개발도상국에도 인도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나는 그렇게 될 경우 기술 산업의 글로벌 센터가 실리콘밸리와 벵갈루루 두 곳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미국이 지구촌의 부유한 10억 명을 대상으로 한 경제 중심축이자 혁신 동력이라면, 인도는 그 외 50억 혹은 60억 명을 위한 혁신의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저앉을 듯한 고반디 슬럼가-오수 처리도 안된 하수가 흘러 배수로가 막힐 지경이다-에서, 아마존 상점은 새로운 축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짐작케 하고 있다. 이곳에는 컴퓨터를 켜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도 허다하다. 대신 가게 주인이 사람들에게 아마존 웹사이트를 알려주고, 장부에 손으로 직접 주문을 받아 적는다. 그런 다음 아마존이 가게에 물건을 갖다 주면,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그 돈에서 수수료를 떼서 아마존에게 전해준다.

잘 되는 날에는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의 가게에서 물건을 산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아마존은 이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가왈은 “우리가 인도에서 시도하는 것은 아마존의 미래에 거대한, 아주 거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만약 제프가 아마존에 관한 책을 쓴다면 인도가 한 장은 차지할 것”이라 말했다. 이 장의 제목이 ‘베저스의 어리석음’이 될지, 아니면 ‘수십억 명의 고객’이 될지는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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