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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시장의 블루오션 '할랄푸드'가 뜬다

16억 무슬림이 즐기는 식문화, 세계적으로 인기 확산<br>풀무원·농심·CJ 등 국내 식품 기업들도 잇달아 진출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슬람 신자인 무슬림 인구를 위한 ‘할랄푸드(Halal Food)’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슬림뿐 아니라 비(非) 무슬림 소비자들도 건강식으로 불리는 할랄푸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블루오션으로 성장하고 있는 할랄푸드 시장의 현황을 살펴봤다.





한국과 해외의 문화가 혼재한 서울 대표 명소인 이태원. 이태원은 서울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걸어 다니는 수많은 외국인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언어는 마치 이곳이 한국인지 해외인지 헷갈리게 하기도 한다.

이태원의 또 다른 재미는 전 세계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식도락’ 여정을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태원 식도락족(族)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는 식당 한 곳이 있다. 바로 할랄푸드 전문점인 ‘할랄가이즈(Halal guys)’다.

미국 뉴욕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할랄푸드 브랜드 ‘할랄가이즈’는 한국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사진은 할랄가이즈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선 미국인들의 모습.


할랄푸드에 열광하는 소비자들
할랄가이즈는 미국 뉴욕에서 가장 ‘핫’한 할랄푸드 전문 푸드트럭이다. 미국 뉴욕 길거리에서 작은 핫도그 노점으로 시작된 할랄가이즈는 이제 대표적인 글로벌 할랄푸드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했다.

뉴욕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할랄가이즈 트럭은 일종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이러한 할랄가이즈가 한국 진출에 나선다는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실제로 할랄가이즈 국내 1호점이 정식 오픈한 지난해 12월 17일에는 아침부터 몰려든 약 150여명의 손님들로 가게 주변이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할랄가이즈의 국내 론칭을 성사시킨 O2O 창업 플랫폼 ‘나도사장님’의 이명섭 차장은 말한다. “미국 내에서 할랄가이즈는 지난해 국내 요식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킨 쉑쉑버거 못지않은 인기 브랜드입니다. 저희는 할랄가이즈 역시 쉑쉑버거처럼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특히 최근 들어 할랄푸드가 국내외에서 웰빙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점도 할랄가이즈의 안착을 확신하는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나도사장님 측에 따르면 최근에도 할랄가이즈 가맹점 오픈을 원하는 예비 창업자들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나도사장님은 강남 2호점을 시작으로 오는 2월 이후부터 올해에만 10개의 할랄가이즈 신규 가맹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할랄가이즈뿐 아니라 서울 이태원, 연남동 등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는 20여 곳의 할랄푸드 음식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이처럼 할랄푸드 음식점이 여럿 등장하면서 그동안 할랄푸드를 잘 몰랐던 사람들도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과연 할랄푸드는 무엇일까? 우선 할랄푸드의 정확한 의미를 알아보자.

‘고기도 할랄푸드?’ 할랄푸드의 진실
많은 사람들이 할랄푸드에 대해 공통적인 착각을 한다. 바로 할랄푸드는 ‘채식’이라는 것이다. 돼지고기, 소고기 등 육류를 철저히 배제하고 채소를 재료로 만드는 음식을 할랄푸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엄밀히 말하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보면 된다. 기자도 솔직히 이해가 쉽지 않았다.

좀 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할랄푸드 컨설팅 기업 펜타글로벌의 조영찬 대표에게 물었다. 할랄푸드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할랄푸드라는 단어의 뜻부터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슬람어인 할랄(Halal)은 ‘허용’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할랄푸드는 말 그대로 이슬람 신자에게 섭취가 허용되는, 쉽게 말해 ‘먹을 수 있는 음식’ 이죠. 참고로 무슬림이 평생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은 ‘하람’이라고 합니다. 하람이 아닌 음식은 곧 할랄푸드라고 할 수 있어요.”

우선 한 가지 오해를 풀어야 한다. 무슬림들도 고기를 먹을 수 있다. 다만 조건이 있다. 일단 돼지고기는 먹을 수 없는 음식, 즉 ‘하람’에 포함된다. 대표적인 하람은 돼지를 포함해 알코올, 동물의 피로 만든 음식 등이다. 특히 하람에는 ‘할랄에서 규정한 방법’, 즉 할랄 방식으로 도축되지 않은 육류가 포함된다.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 등 할랄에 속하는 동물도 할랄 방식으로 도축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

할랄 방식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보자. 우선 도축하고자 하는 동물의 머리를 이슬람 성지(聖地)인 메카가 있는 방향으로 둔다. 그리고 동물의 죽음을 기리며 신께 기도를 드린다. 기도를 마치고 나면 동물의 목을 칼로 내려쳐 죽인다. 이후 몸 안에 있는 모든 피가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리면 ‘할랄 방식’의 도축이 마무리된다. 할랄 방식은 이슬람 율법에 기초한다. 무슬림들은 율법에 의거해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려면 단칼에 목을 쳐 죽여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할랄 방식으로 도축한 육류뿐 아니라 우유, 벌꿀, 생선, 돼지나 알코올 성분이 없는 가공식품은 모두 ‘할랄푸드’로 분류된다. 이처럼 할랄푸드의 개념은 꽤나 복잡하다. 예를 들어 할랄 방식으로 도축한 소고기를 레드와인에 절여 스테이크 형태로 구워냈다면 이는 할랄푸드가 될 수 없다.

물론 이슬람 지역이 아닌 여타 해외에서 판매되는 할랄푸드는 대부분 육류를 배제한 채 요리된다. 할랄 방식으로 도축한 육류를 구하기가 어려울뿐더러 미국, 유럽 등 서양사회에서는 할랄 방식이 다소 비인도적인 행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할랄가이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인 ‘팔라펠(Falafel)’은 우리가 흔히 보는 미트볼 모양이다. 식감도 미트볼과 유사하다. 하지만 팔라펠은 육류 대신 병아리콩 혹은 잠두콩을 원료로 사용한다. 콩과 양파, 파슬리, 마늘, 고수잎 등을 함께 갈아 둥근 모양으로 반죽해 튀기는 요리가 바로 팔라펠이다.



지난해 7월 열린 2016 국제할랄산업전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가 할랄 인증과 관련된 상담을 받고 있다.


할랄푸드 시장 규모 1,100조원 달해
할랄푸드에 대한 높은 관심은 전 세계의 공통된 트렌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이슬람 식품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1조 880억 달러(한화 약 1,100조 원)에 이른다. 이는 중국, 미국, 일본 식품시장 규모보다 큰 수치다.

할랄푸드를 주식으로 하는 무슬림 인구는 16억 명으로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할랄푸드를 건강식으로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비 무슬림 인구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국내외 식품업체들에게 할랄푸드는 그야말로 ‘블루오션’일 수밖에 없다.

해외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할랄푸드 시장에 주목해왔다.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는 전 세계 85개 공장에서 150여 가지 할랄푸드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네슬레뿐 아니라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할랄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식품기업들도 할랄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계에 따르면 세계 할랄푸드 시장의 80%는 이미 주요 글로벌 식품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할랄푸드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할랄 인증 취득’이다. 할랄 인증은 ‘이슬람 사회에서 규정한 할람 방식으로 제조된 상품’임을 공인받는 제도다. 현재 이슬람 사회에서는 표준화된 할랄 인증 기준이 없다. 현재 전 세계에 250개 이상의 할랄 인증 단체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인증 기준뿐 아니라 인증에 필요한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일단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을 인정받은 할랄 인증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발급하는 ‘자킴(Jakim)’ 인증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이슬람 국가의 ‘할랄 허브’를 목표로 자킴이라는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대 이슬람교단인 ‘한국이슬람중앙회(KMF)’가 유일한 할랄 인증 기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할랄푸드 시장 공략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식품업체들도 할랄푸드 시장 진출에 나서기 시작했다. 물론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거친 제품만이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다.

[좌] 서울 이태원 인근 마트를 방문한 무슬림 여성이 제품의 할랄 인증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우]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도 할랄푸드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사진은 할랄 인증을 받은 농심, 풀무원, CJ제일제당의 제품들.


라면·햇반·김치 등도 할랄푸드 시장 선보여
국내 업체 중 가장 발 빠르게 할랄푸드 시장에 뛰어든 곳은 풀무원이다. 풀무원은 지난 2013년 국내 최초로 자킴 인증을 받은 생라면 브랜드 ‘자연은 맛있다’로 할랄푸드의 핵심 시장인 이슬람 지역을 공략하고 있다. 풀무원은 당시 현지 공략을 위해 철저한 검수작업을 거쳤다. 모든 원재료의 수급, 생산, 운송 등의 과정마다 돼지고기 DNA 검사를 실시했다. 또 이슬람 율법에서 금하고 있는 개와 고양이의 생산 공장 접근을 원천 봉쇄해 제품 오염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까다로운 절차 탓에 풀무원이 인증을 획득하기까지는 인증 신청 후 무려 2년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현재 풀무원의 생라면 제품은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이슬람 지역에 수출되고 있다. 물론 생라면 제품 봉지 겉면에는 할랄 인증 마크가 인쇄돼 있다.

농심 역시 주력 라면 브랜드인 ‘신라면’의 원재료를 변형해 할랄푸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를 위해 농심은 부산에 별도의 할랄 생산라인을 만들고 기존 신라면에 함유된 육류 성분 대신 콩 단백질을 첨가한 할랄 신라면 14종을 개발했다. 현재 할랄 신라면은 40여개의 이슬람 국가에 수출되며 현지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할랄 인증을 받은 햇반과 조미김, 김치 등 3개 품목 총 46개 제품을 앞세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지역 무슬림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식품뿐 아니라 음료 제품에서도 할랄 인증을 취득해 새로운 시장 창출에 나서고 있다. 한국이슬람중앙회로부터 할랄 인증을 취득한 요거트 파우더 ‘메티에’가 대표 상품이다.

CJ제일제당 홍보팀 관계자는 “메티에의 경우 개발 단계부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국가의 식음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제품이었다”며 “원재료와 향신료 등 제조에 필요한 모든 원료는 무슬림에게 허용된 것만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농심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할랄 전용 시설을 생산 공장에 설치해 할랄푸드에 최적화된 환경을 마련하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이슬람 국가 상대 국산 농식품 수출 규모는 9억 달러다. 이는 2015년 전체 농식품 수출액의 1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최근 정부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주요 이슬람 국가에서 비빔밥, 떡볶이 등 우리 음식을 할랄 기준에 맞게 조리해 선보이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향후에도 정부 차원의 할랄 인증 지원과 다채로운 식품 박람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국내 식품업계의 할랄 시장 공략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그렇다면 할랄푸드 시장 공략을 위해 기업들이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무엇일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현지 문화의 이해’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할랄푸드, 나아가 무슬림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이라는 것이다.

조영찬 펜타글로벌 대표는 말한다. “우리에게 할랄푸드는 새롭게 개척할 수 있는 하나의 시장입니다. 하지만 무슬림에게 할랄은 그들의 삶 속에 녹아든 하나의 문화이자 정신이라고 볼 수 있죠. 단순히 돈이라는 관점으로만 접근한다면 분명히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종교와 문화의 관점에서 그들의 가치를 이해하며 시장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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