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개헌 당론 확정과 함께 단독발의 카드까지 꺼내 든 가운데 자유한국당도 이달 안에 자체 개헌안을 마련해 청와대와 여당을 압박하기로 하면서 31년 만의 개헌을 향한 ‘국회 시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개헌 시점과 정부형태에 대한 이견에 경제민주화·토지공개념을 둘러싼 이념 대립까지 더해지면서 헌법을 바꾸는 국가 중대사가 ‘개헌 대(對) 호헌’ ‘좌파·사회주의 개헌’ 같은 프레임 전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개헌 의원총회에서 정부형태 및 선거구제 개편 등 개헌에 대한 당론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여론몰이에 나섰다. 여야 간 견해차가 큰 정부형태의 경우 4년 중임제를 염두에 두고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한다”고만 표현했고 선거구제도 미래·민주평화·정의당과의 공조를 염두에 두고 “비례성을 강화한다”는 큰 원칙만 발표했다. 협상의 여지를 최대한 열어둠으로써 오는 2월 내 국회 합의안 도출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할 경우 투표율이 올라가 집권 여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이 같은 속도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개헌에 대한 국민 지지도를 바탕으로 ‘연말 개헌’을 주장하는 한국당을 ‘반(反)개헌·호헌세력’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개헌 당론에 대해 한국당이 “자기들이 장기 집권할 수 있다는 오만한 권력욕만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하자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 민주당 간사인 이인영 의원은 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그들의 아버지 박정희, 그들의 큰 형 전두환이나 하던 짓”이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의 압박에 한국당은 ‘관제·좌파·사회주의 개헌’이라는 이념 공세로 맞불을 놓았다. 애초 한국당은 여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큰 상황에서 개헌 국민투표와 지선이 엮이면 불리하다는 판단에 연말 개헌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호헌 프레임’에 고립돼 논의 내내 민주당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며 2월 내 자체 개헌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한국당의 이념 공세에는 탄핵정국 이후 위축된 보수진영을 결집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당은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강화하는 민주당 개헌안을 두고 ‘좌파·사회주의 개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태옥 대변인은 “민주당의 개헌안은 자유민주적 시장경제 질서에 기반을 둔 헌정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사회주의적 경제 조항을 넣은 것은 개헌이 아니라 엄청난 국론분열을 초래하는 불화의 씨앗을 터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소유와 처분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적절히 제한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사실상 징벌적 과세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만큼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게 한국당의 논리다. 이들은 민주당이 헌법 4조에 ‘자유’ 문구를 빼기로 했다가 번복한 것 역시 계속 문제로 삼을 계획이다.
한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당인 미래당의 향후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당의 경우 개헌 시기는 6월 지방선거로 못 박았지만 대통령 4년 중임제에는 반대하고 있다. 개헌 시기는 민주당, 내용(정부형태)은 한국당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두 당은 그간 통합에 전력을 쏟아붓느라 개헌 관련 논의는 미진했던 만큼 ‘미래당’ 간판을 새로 단 후 곧바로 당론을 내놓으며 개헌 정국에서 신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현상·송주희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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