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야 이번에 처음 본 거지만, 2015년 밀라노 모터사이클쇼(EICMA)에서 공개된 컨셉트 모델과 지난해 11월 EICMA에서 발표된 양산형 버전을 보신 분들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이런 게 나온다고…?!” 물론 좋은 의미에서입니다.
사실 맨 처음에는 혼다 나비 2035년식 같은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만;
비트필렌(VITPILEN)은 ‘하얀 화살’, 스바트필렌(SVARTPILEN)은 ‘검은 화살’이라는 뜻입니다. 전 진심 멋진 이름이라고 생각하는데, 동료 기자가 “대림이나 KR도 ‘애깃살(영화 최종병기 활에 등장하는 강려크한 활)’ 만들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하는 바람에 빵 터졌습니다.
어쨌든 두 필렌의 디자인은 한 마디로 ‘미래에서 온 바이크’입니다. 단순하면서도 진보적인 디자인, 말은 쉽지만 좀처럼 현실에선 보기 어려울 것 같은 디자인을 이렇게 구현했습니다. 쓰다듬고 싶게 생긴 연료 탱크부터 미래지향적인 모양의 전조등-후미등, 머플러의 모던함까지 눈이 안 가는 구석이 없습니다.
허스크바나는 17세기 스웨덴의 소규모 금속 세공 사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엔진톱 같은 각종 공구와 바이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바이크를 만들기 시작한 게 이미 1903년이니까 전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바이크 제조사 중 하나이기도 하죠. 지난 2013년 오스트리아의 KTM에 인수됐는데 왜 이렇게 안 물어본 얘기를 늘어놓느냐면 비트필렌, 스바트필렌에 KTM 390 듀크, 690 듀크의 엔진을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KTM 바이크를 타본 적이 없지만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하는 애들이란 얘기는 참 많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상세 사진을 조금 더 보도록 하겠습니다. 구석구석 너무 신기하게 생긴 부분이 많았거든요. 원래 잘 모르면 다 신기하고 새로운 법이라던데 제가 좀 그런 것 같습니다(…)
스바트필렌의 연료탱크 위에는 가방을 고정하기 편하도록 순정 캐리어가 달려있습니다. 아무래도 시트 길이가 짧아 탠덤도, 뒤에 가방을 싣기도 애매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 같습니다. 탱크백 자체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요.
전 이날 행사의 드레스코드가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알고보니 세미정장이었습니다. 드레스코드대로 입고 오신 모 바이크 매체 모 편집장님이 스바트필렌과 심하게 잘 어울리시더군요.
두 필렌의 화보 사진들도 끝내줍니다.
둔한 눈으로나마 바이크 구경을 마치고 이젠 한 번 앉아나 봅니다. 사진은 상당히 컴팩트해 보이지만 작은 덩치는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트고가 높습니다. 비트필렌 401이 835mm, 701은 830mm입니다. 대신 공차중량이 150kg 못 미치는지라(401 기준) 조금만 익숙해지면 다루기는 어렵지 않을 듯하네요(결코 쉽다고는 못 하겠는 사람…).
런칭쇼에선 허스크바나코리아 측의 회사·바이크 소개가 이뤄졌습니다. “115년의 역사를 기반으로 바이크를 타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이겠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비트필렌, 스바트필렌의 판매는 4월 중순께로 예정돼 있고 판매 가격은 401이 945만원, 701이 1,650만원입니다.
400cc 바이크가 945만원이면 비싼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죠. 이에 대한 대답은 “유럽에서의 가격이 7,600유로(한화 1,000만원ㅠㅠ)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싸지 않다고 본다(서경면 허스크바나코리아 이사)”는 것이었습니다.
런칭쇼에서 또 눈길을 끈 것 하나는 VR체험. 비트필렌을 타고 VR 기기를 착용하면 스웨덴(아마도)의 도로 풍경이 펼쳐집니다. 비록 비트필렌은 고정돼 있지만 짜릿한 코너링과 여유로운 시내 주행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그런데…!!!
저야 당연히 몰랐는데 VR 기기 때문에 머리가 빙구가 됐더군요. 누가 이 사진을 보더니 “철권 ‘헤이아치’ 같다”고 그럽디다…도, 도저히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어쨌든 실제로 배기음은 어떨지, 성능이 어떨지 참 궁금해지는 바이크였습니다. 서울 시내에서 저 바이크가 실제로 돌아다니는 걸 보게 된다면 어떨까 상상도 해보게 됩니다.
이날 프레스 대상의 런칭쇼 후에는 일반 초청객들을 위한 런칭쇼도 이어졌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을 초청한 토크쇼에 경품추첨 등등 화려했다고 전해들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 그리고 이 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좀더 전문적인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이날 행사 주최에 크게 기여했으며 조이라이드 피바다가 더 본명 같은 최홍준 더모토 편집장님의 글(클릭)을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허스크바나코리아가 이렇게 대대적인 행사를 한 역사가 없었다고 합니다. 과연 이렇게 남달라 보이는 바이크가 얼마나 국내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할지 수 있을까요? 저도 상당히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멋지기 짝이 없는 허스크바나의 비트필렌, 스바트필렌 영상도 감상해 보시길.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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