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경쟁을 가로막는 규제 완화가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장이 정체된 한국 경제가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면 규제 완화가 최우선임을 강조한 것이다.
통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이 가계부채 억제 정책과도 부합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그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방안’을 묻는 질문에 “정부는 신성장 동력 발굴이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신산업 프로젝트 지원, 투자확대, 인재양성,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특히 경쟁제한적 규제를 속도감 있게 완화함으로써 정체된 산업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다. 생산성 향상 방안에서도 규제 완화를 첫 손에 꼽기도 했다.
이 총재는 그동안에도 규제 완화의 중요성을 지적해 왔지만 이번엔 ‘매우 필요’, ‘속도감 있게’ 등 강한 용어로 강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는 규제 완화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 도입, 사전 규제에서 사후 규제로의 개선 등을 통해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의료·교육·빅데이터 등 굵직한 규제는 손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점진적으로 완화 정도를 축소한다는 입장은 정부의 가계부채 증가 억제 방침과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통화 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하되 중장기적으론 천천히 금리를 올려나가겠다는 입장인데 이는 서민들의 빚 부담을 늘리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고 금융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특히 청년층의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우려했다. 청년층 부채 규모는 2012~2016년 85.9% 늘어나 전체 가구 증가율(28.8%)의 3배를 웃돌고 있다. 이 총재는 “청년층은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금리도 높을 것”이라며 “대출의 취약성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기반을 확충하는 등 부채 부담 감소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용 시장 관련해서는 “올해 명목 임금의 오름세는 지난해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 명목임금 상승률은 2016년 3.8%에서 지난해 2.7%로 줄었는데 올해는 기업수익성 호조 등에 힘입어 작년보다 뛸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임금 상승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노동생산성 향상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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