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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제대로 쓰자]영유아예산 3.5배 늘었지만…가정 양육 비중 여전히 '쥐꼬리'

<3>복지 부문-정밀타격 없는 보육 예산

어린이집·유치원 등 보육시설에 예산 86% 집중

보조금 부정수급은 37건서 98건으로 계속 늘어

공공보육 인프라 구축·교사 처우개선에도 초점을





지난 6월 서울 소재의 한 어린이집 대표와 원장이 아들과 며느리를 보육교사로 거짓 등록해 5년간 정부 보조금 1억1,000만원을 부당수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일부 어린이집의 이 같은 불법적인 정부 보조금 따내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37건이었던 신고 건수는 올해 7월 기준으로 98건까지 불어났다.

보조금 부당지급은 곧 혈세(血稅) 낭비를 의미한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린이집 지원에 막대한 복지 예산을 할당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줄줄 새는 예산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보조금을 부당지급받은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이 아동학대 사건에 연루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보조금 부당지급에 따른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은 아이 낳기를 꺼리는 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저출산을 막기 위한 복지 예산이 곳곳에서 누수 현상을 보이면서 오히려 저출산을 부추기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10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정부의 저출산 예산은 152조8,000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워 시행하고 있는데 1·2차에만 80조9,000억원이 투입됐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들어간 금액만도 71조9,000억원이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됐는데도 출산율은 재앙 수준으로 고꾸라지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7,800명으로 전년보다 11.9%나 급감했다. 1970년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다.

정부 보조금이 악용돼 세금이 줄줄 새는 것도 문제지만 세금 투하 지점이 잘못 설정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보육 인프라 구축, 보육교사 자격·처우 개선처럼 정말 필요한 곳에는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등 4개 관련 부처에서 펴고 있는 영유아양육지원정책의 경우 지난해에만 9조5,227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2010년 2조7,200억원에서 3.5배 늘었다. 부모의 양육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도 정부의 보육 지원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전체 예산의 86.2%가 민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같은 보육시설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가정양육 지원 비중은 13.8%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만 0세의 경우 전체의 92.3%가, 만 1세는 66.9%가 가정양육수당을 받을 만큼 영아의 가정양육 비중이 큰데도 정부의 지원은 시설보육에 쏠려 있다. 0~2세 영아에게 10만~20만원을 지원하는 가정양육수당은 내년까지 6년째 동결됐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아와 해당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지원금보다 38만~68만원 적다. 예정처는 “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 등은 3세를 기준으로 시설보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우리나라처럼 부모의 취업·학업, 소득 수준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보육 및 유아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민간이 95%를 차지하는 어린이집에 매년 3조원 이상의 지원금이 흘러가는 동안 부모의 선호도가 높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예산은 내년 686억원으로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영유아 보육료 예산은 올해 3조2,575억원에서 내년 3조4,053억원으로 4.5%(1,478억원) 늘어난다. 김윤수 예정처 경제분석관은 “국공립 어린이집 공급률이 10%포인트 늘면 추가 임신 의사는 1.5% 증가했다”며 민간 보육시설보다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아이를 더 낳는 의사결정에 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도 “국가가 국민들이 필요한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학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보육교사의 자질·처우 개선도 뒷전이다. 보육의 질을 높이려면 예비교사의 자질을 엄격히 검증하는 것은 물론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교사당 돌보는 아이의 숫자를 줄이고 과도한 행정 부담도 줄여줘야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지난해 어린이집 교원 양성 지원 예산은 27억원에 불과했다. 민간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도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79조원)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김인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보육교사 양성교육 단계부터 아동학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예비교사의 자질을 검증하고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한재영·빈난새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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